본문 바로가기
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종영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by 자이미 2015. 10. 26.
반응형

16회를 마지막으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천FC)>은 끝이 났다. 청춘들의 도전은 그렇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시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송을 더 이어가지 않는다고 그들의 도전이 끝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환호와 호응, 그리고 아쉬움과 불쾌함도 불렀던 이 방송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패자부활전의 중요성;

청춘FC는 결코 방송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축구 미생들의 완생을 향한 도전은 16회의 방송으로 일단락되었다.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도 현재는 없고, 이후 그들의 진로도 번외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유로 더는 축구를 할 수 없었던 이들이 모여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 중 하나는 막연한 기대 심리였을 것이다. 그들에 동화되고 방송이 모든 것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막연함 말이다. 하지만 방송은 약삭바르고 자신들의 이득에 언제나 우선순위를 둔다. 더욱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에서 대단한 가치 그 이상을 담아내기에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방송은 처음부터 끝을 알고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 그 이외의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점에서 그들은 왜 이런 방송을 만들었느냐다. 그들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는 그들은 왜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판을 벌였냐는 것이다. 선의를 생각하면 그들은 패자부활전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박으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악의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소위 감성 팔이 방송으로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이런 감성은 분명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성공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둘 중의 하나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둘 모두를 감안한 기획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춘FC>의 피디는 이전에는 사회인 야구를 다룬 <천하무적 야구단>을 만들었던 최재형 피디다. 사회인 야구에 이어 이번에는 축구 미생을 중심으로 한 예능을 준비했다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이미 전작을 통해 충분히 스포츠의 감동을 예능으로 어떻게 풀어 가는지에 대한 감각을 충분히 익혔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의 다른 점은 <천하무적 야구단>이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축구는 실제 선수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작이 예능적인 재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면 후자는 당연하게도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일반인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수많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패자들이기도 때문이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이 이토록 높은 관심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패자부활전이 그곳에서는 진지하게 탐구되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하면 그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더는 올라올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를 할 수밖에는 없다. 그런 실패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그렇게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은 곧 우리네 인생이 될 수밖에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패자부활전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의 도전 기회도 잡기 어려운 환경에서 패배는 곧 절망으로 이어지는 이 지독한 현실에서 <청춘FC>의 새로운 도전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었던 수많은 축구 미생들은 <청춘 FC>에 몰려들었고 그 중 다양한 방식으로 뽑힌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벨기에 훈련과 국내 일정 등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은 감동이라는 양념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으로 다가왔다.

 

 

벨기에 2부 리그를 운영하는 한국인의 제안과 달리, 총괄적인 성장기를 선택한 최재형 피디의 선택은 보다 큰 그림 속에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듯하다. <천무단>의 갑작스러운 종영, 그리고 야구장 건설이라는 공약의 실패 등 다양한 악재들로 인해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청춘FC>는 철저하게 방송을 위한 방송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그 이상의 가치를 품고 이끌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천무단>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테니 말이다.

 

<청춘FC>는 처음부터 도전하는 그들에게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약속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열정을 가진 그들이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 서서 자신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를 주려는 노력은 했다. 이를 단순히 '열정페이' 정도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

 

방송의 힘은 한국축구연맹을 움직였고, 불가능한 도전들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었던 것 역시 방송의 힘이었다. 이를 단순하게 프로그램을 그럴 듯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청춘FC>는 열정을 가진 수많은 축구 미생들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 자신들의 이익만 취한 질 나쁜 방송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개 프로그램에서 국가도 하지 못하는 패자부활전의 장과 그 이상의 가치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자신들의 몫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청춘FC>가 방송이 되면서 많은 이들은 우리 사회의 '패자부활전'에 대한 생각하고 소통하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아직은 부족한 그들을 응원한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동질감과 깊은 공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미래를 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현재 흘리는 땀방울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많은 시청자들의 바람이 곧 <청춘FC>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다.

 

16회 마지막 방송의 소제목은 <Over Time 연장전>이었다. 방송은 모두 끝나지만 그들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처음 만났던 그라운드에 다시 모여 감독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잡은 <청춘FC>는 흥미로웠다. 방송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벨기에 A.F.C 투비즈 소속 관계자와 축구 인들이 관중석에서 청춘FC 선수들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과정은 많은 여운을 주기도 했다. 현재 투비즈에서는 몇몇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고 누가 선택될지 알 수는 없다. 프로 팀에서 그들에게 기회를 줄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과연 <청춘FC>가 실패한 프로그램일까?

 

 

방송이 끝나갈 무렵 함께 했던 선수들이 프로에 스카우트가 되고 그런 과정이 담겨야 좋은 프로그램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지만 더는 축구를 할 수 없었던 그들이 다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뛰는 과정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만큼 체력적인 면에서도 부족했던 그들이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가 신데렐라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말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프로 행이 결정된다면 이는 한국 프로축구가 최악이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마찰이 있었고, 문제도 노출되었다. 그런 점에서 축구팬들에게 질타를 받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청춘FC>를 통해 우린 새로운 '희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고 시도하지 않았던 '패자부활전'을 중심으로 올려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청춘FC>는 충분히 자신의 몫을 했다고 본다. 축구 미생들에게 <청춘FC>는 불쏘시개와 같은 역할만 하면 그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 축구 선수로 다시 도전을 하고 싶은 이들은 이 열정이 식지 않게 노력해 다시 프로 팀에 도전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도전은 곧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청춘FC>는 차가운 부뚜막을 뜨겁게 달궈주는 역할을 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청춘FC>가 할 수 있는 범주는 명확하게 구분이 되어 있었다. 방송의 특성상 조금은 과하게 부각되거나 현장의 문제로 인한 마찰 등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다. 그리고 출연하는 축구 미생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상대적인 입장이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축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피우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진정한 시작이 바로 <청춘FC>가 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