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8. 10:23

육룡이 나르샤 8회-유아인과 김명민 시청자를 현혹시키는 강렬한 연기력

역사를 다시 그리는 과정에서 이를 바라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조금씩 변할 수는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육룡이 나르샤>는 분명 흥미로운 시각으로 재미있는 사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고들이 모인 이 사극이 던지는 메시지의 강렬함은 2015년 대한민국과 너무 절묘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방원과 정도전 그들이 움직인다;

안변책을 두고 벌이는 이방원의 분노와 정도전의 결의, 혁명은 시작되었다

 

 

 

분노하는 이들을 함주로 불러들인 정도전. 그리고 가장 극적인 순간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 방원이 10살이던 시절 그를 사로잡았던 정도전처럼 다시 극적인 순간 이성계 앞에 등장한 그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방원이 분노를 양분으로 성장해가는 동안 정도전은 세상을 뒤바꿀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방원이 '까치독사'로 불리는 땅새를 뒤쫓다가 발견한 동굴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고민들은 방원을 흥분하게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린 이가 바로 정도전이라는 사실에 방원은 즐거웠다.

 

문제는 방원이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아버지 이성계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강한 남자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 이성계라고 믿어왔던 방원. 아들인 방원만이 아니라 고려사람 모두가 이성계를 위대한 장군으로 생각해왔다. 그런 아버지라면 인간 이하의 악당 이인겸을 혼내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최악의 악당인 이인겸에게 고개를 숙이고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장면은 방원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방원은 그렇게 새로운 영웅이자 자신이 따르고 싶은 스승을 찾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정도전을 보았고, 그의 기개는 진정 세상을 바꿀 존재는 아버지 이성계가 아닌 정도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 강직했던 홍인방이 고신에 못 이기고 변절을 해버린 상황에서도 정도전만은 현재의 고려를 바꿀 수 있는 고민만 해왔다. 그런 정도전을 따르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방원은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지고 만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굴욕을 몰래 봤던 방원은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왕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여겼던 정도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새로운 세상의 왕이 되어달라는 말에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생각하는 이성계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방원의 이런 행동과 고뇌는 이후 왕자의 난을 겪고 철혈 군주가 되는 태종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방원의 이런 아버지에 대한 부정은 결과적으로 조선의 3대 군주가 되는 태종에 대한 복선으로 다가온다. 가장 강력한 무사인 이성계를 믿지 못하는 아들. 그리고 그런 아들이 형들을 물리치고 왕이 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든 것들은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성계의 막사를 찾아 정도전과 함께 할 것이냐는 물음에 아버지인 이성계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런 아버지에 분노한 방원은 숨겨야 할 비밀을 모두 털어놓고 만다. 어린 시절 이인겸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이성계의 아픈 상처를 다시 들춰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아픈 기억을 다른 사람도 아닌 막내아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이성계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을 새로운 국가의 왕으로 추대하려는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들이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이라 밝힌다. 수치심을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인데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이성계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느 쪽에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아하는 이성계. 변방의 장수로 전쟁을 누비는 그이지만 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라마는 쌍성총관부와 관련한 조소생을 죽인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신자에 대해 누구보다 강렬하고 잔인하게 엄벌을 내리는 이성계 자신이 가문을 위해 스스로 배신을 했던 기억은 그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성계 역시 고려 도당 3인방의 행패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선뜻 정도전의 손을 잡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쉽게 용기를 낼 수 없는 현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안에 갇힌 채 당위성을 만들고 있는 이성계의 모습에 아들 방원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는 무모해 보이는 하지만 혁명을 위해서는 절실한 행동을 감행 한다.

 

 

정도전이 설계한 안변책에 이성계의 도장을 찍어 이신적에게 건넨다. 그리고 부언설명까지 덧붙이며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방원은 대단하다. 아버지의 단호함에도 불구하고 이성계와 정도전 모두를 속이는 그의 계략은 곧 조선의 탄생 신화의 시작이 되었다.

 

개경으로 향한 정도전은 홍인방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도당 3인방이 되어 그 위세를 떨치는 홍인방이야말로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 홍인방이 고려의 실세 중의 실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뒤늦게 도당 3인방의 하나가 된 홍인방은 그만큼 문제가 많이 노출된 존재이기도 하다.

 

스스로 변절자의 길을 선택한 홍인방. 그런 그가 현재의 난국을 타파하고 자신의 권세가 영원해지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약한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늙은 고양이 이인겸이나 약아 빠진 무사 길태미는 기본적으로 손쉽게 자신의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부패한 존재이고 뿌리를 내린 권력이라는 점에서 홍인방이 가장 좋은 목표물일 수밖에 없다.

 

연희를 점성술사로 둔갑시켜 이인겸을 흔들고 이를 통해 홍인방까지 불안하게 만든 후 그를 찾은 정도전이 손을 내미는 과정은 매끄러운 전략이다. 이성계라는 대단한 존재가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이로 인해 분위기는 급격하게 흔들린다. 더욱 이성계에 관심을 보이는 이인겸으로 인해 홍인방은 자신의 위상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도전이 접근해 자신 역시 변절했다며 둘이 힘을 합해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자는 제안은 혹할 수밖에 없다.

 

 

정도전은 이성계부터 이인겸과 홍인방까지 극과 극의 존재들을 모두 흔들었다. 부당함으로 굳어진 견고해 보이던 고려 말은 그렇게 정도전의 날개 짓으로 인해 급격하게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방원까지 가세해 정도전의 혁명에 앞장서며 분위기는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땅새를 제외하고 함주에 모두 모였던 용들. 그저 고요하기만 하던 함주를 들끓게 만든 그들은 다시 함주를 나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땅새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연인 연희와 재회하고, 정도전을 사이에 두고 방원과 땅새가 다시 마주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분개는 다시 한 번 세상을 흔들 것이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러브라인 역시 이미 예고되었다. 방원과 분이, 땅새와 연희. 그리고 그들 사이에 방원의 처가 되는 민다경과 정도전이 존재한다. 예고된 삼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8회 방송은 방원과 도전의 이야기가 핵심적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두 배역을 연기한 유아인과 김명민의 연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한 만큼 이들의 연기는 대단했다. 아버지 이성계와 혁명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던 장면에서 보여준 유아인의 연기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눈동자 하나에도 힘을 실고 의미를 담아 연기를 하는 장면은 대단했다.

 

연기의 교본과 같은 김명민은 말해 무엇 하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정도전으로 등장한 그의 연기는 이미 증명을 마친 셈이다. 초반 짧은 분량들 속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김명민은 혁명을 구체적으로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하며 더욱 강렬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역사는 현재를 보는 창이자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대가 된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사극은 현재를 바라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고려 말의 모습은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와 맞닿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의 분위기는 자연스럽다. 그 지독한 현실 속에서 과거에 응답하는 현재가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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