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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8회-라미란의 눈물과 성동일의 꾸짖음, 따뜻한 말 한 마디의 가치

by 자이미 2015.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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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촌철살인보다 투박한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응답하라 1988>은 잘 보여주고 있다. 진심이 담긴 그 말 한 마디가 가지고 있는 힘이란 무엇인지 그들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덕선과 보라의 남편 찾기가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부모들의 삶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말 한 마디의 힘;

억세고 강한 엄마 미란의 눈물과 거친 아이마저 돌려놓는 진심어린 동일의 말 한 마디

 

 

 

 

덕선의 남편은 누구일까? 그리고 보라와 선우는 어떤 사연으로 부부가 될지 대한 궁금증들이 커진다. 기존 시리즈에서도 지속되어 왔던 여자 주인공들의 남편 찾기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자 재미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골목길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쌍문동 봉황당 골목의 아침은 언제나 택이 아버지의 몫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계절 내내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하고 그는 골목을 쓴다. 그게 그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과 같은 행동이기도 했다. 그해 겨울 택이 아버지는 아들이 사준 '핑크 벙어리장갑'을 끼고 열심히 빗자루 질을 했다.

 

봉황당 아저씨 무성이 분홍색 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이 재미 진 아줌마들도 택이 선물이라는 이야기에 모두 수궁을 한다. 바둑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이지만 모든 것이 서툰 택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은 내던진 무성의 모습처럼 쌍문동 봉황당 골목 이웃들은 비슷했다.

 

우연하게 터진 복권 당첨으로 단칸방에서 단독 주택 주인이 된 성균네 가족. 배달 일을 하던 성균은 전자제품 대리점 사장이 되었고 부인인 미란 역시 그 부를 마음껏 쓰며 사는 부잣집 안주인이 되었다. 정환은 까칠하지만 공부를 잘 하고 큰 아들인 정봉은 마음이 따뜻하지만 공부를 못한다. 미란에게는 6수에서 끝내지 못한 큰아들이 언제나 걱정일 뿐 다른 것은 모든 게 행복할 뿐이다.

 

빚보증을 잘못 서줘 반지하에서 사는 동일네 가족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맘만 한없이 좋은 만년 대리 동일은 그날도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것도 모자라 지하철에서 파는 잉크 지우는 약물을 사들고 들어왔다. 노을이 만한 아이가 팔아 안쓰러워서 샀다는 동일은 다시 한 번 속았다. 그렇게 시작된 부부싸움은 동일의 얼굴에 멍을 만들고 어색한 존댓말 사용으로 귀결되었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선우네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제외하고는 행복하기만 하다. 선우는 언제나 공부 잘하고 반듯한 아이다. 그리고 어린 동생 진주를 끔찍하게도 사랑하는 오빠이기도 하다. 엄마를 걱정하는 선우의 마음은 동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다.

 

쌍문동 봉황당 골목길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작고 소소한 문제들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참 부러운 모습들이다. 누군가는 돈이 많고 누구는 가난하지만 그런 빈부의 차는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채워낸다. 못 배운 것과 많이 배운 것의 차이 역시 큰 장애물이 될 수가 없는 게 그들의 삶이고 우리가 과거에 살았던 모습이라는 점에서 더욱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빈부 격차는 극대화되고 학벌과 인맥으로 움직이는 싸늘한 사회에서 버티며 살아내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과 비교해보면 그곳은 천국이고 현재의 우리는 지옥에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웃들과는 콘크리트 벽보다 더욱 두터운 벽을 쌓은 채 살아가고 빈부는 말 그대로 사회적 신분이 되어버린 이 현실 속에서 과거 골목길에서 나누던 정겨운 모습은 결코 찾을 수 없는 오아시스와 같은 신기루일 뿐이다.

 

덕선이의 남편은 누가 될까? 선우가 제외된 상황에서 그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덕선에게 전해진 두 개의 '핑크 장갑'은 결국 남편이 누구일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듯하다. 그해 겨울 덕선은 정환이 선물한 장갑이 아닌 택이가 준 벙어리장갑을 택했다.

 

택이와 덕선이는 단 둘이 영화도 봤다. 중요한 대국이 끝나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택이의 소원이 성취된 것이다. 하지만 바둑으로 정신없이 바쁜 택이는 덕선이와 함께 한 그 시간에 잠을 자기에 바빴다. 기원을 찾아온 덕선이게 비친 택이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위대하다.

 

택이 앞에 도열한 많은 이들은 택이와 악수를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그 줄의 끝에서 웃고 있는 덕선이의 머리를 쓰담 하는 택이의 모습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최소한 택이 덕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명확한 장면들이다. 택이가 덕선이를 좋아하고 있음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래서 남편 후보가 될 가능성이 적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환의 경우는 정반대다. 개정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매일 보면 싸우기만 하는 정환과 덕선은 여전히 밋밋하다. 정환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과 달리, 덕선의 행동은 여전히 그들은 그저 남자인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덕선이 선우가 좋아한다고 착각하던 시점 보인 모습과는 정반대의 행동들로 마음이 아픈 정환이지만 그런 모습까지 사랑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덕선 곁에서 그녀를 지키는 정환의 모습은 여전히 강렬하니 말이다.

 

덕선에게 첫사랑의 잔인함을 선사했던 선우가 보라를 짝사랑하게 된 이유가 밝혀졌다. 2년 전 선우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장례식 장을 찾은 보라는 한 쪽에서 울지도 못한 채 손을 꽉 쥔 채 참고 있는 선우에게 다가가 마음껏 울게 만들었다. 그 따뜻한 위로가 곧 사랑으로 싹 트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건 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보라에게는 당연한 위로였지만 선우에게는 그 차가웠던 보라의 손이 따뜻한 마음을 대변한다는 말 속에서 사랑을 찾았다. 누구보다 착하고 따뜻한 보라에 대한 관심은 2년이 흐른 후 더욱 강력해졌고 마침내 고백까지 하는 수준이 되었다.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하지만 절친과 남친이 술기운에 키스를 했다는 사실에 절교를 선언한 보라. 그리고 어느 날 밤늦게 찾아 온 남친에게 "너는 여자로서 최악이야"라는 말까지 들어야만 했던 보라는 그렇게 골목 한 쪽에 주저앉아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비 맞는 것이 그렇게 싫다는 보라(이전 회에 선우가 우산을 들이밀자 자신은 비 맞는 것 좋아한다는 말이 거짓임이 다시 증명되는)가 겨울비를 맞으며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선우가 2년 전 손을 꽉 쥐고 눈물을 참는 모습과 동일하게 말이다. 그런 보라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위로를 건네는 선우의 모습에 울컥해 눈물을 쏟아내는 보라의 모습은 그래서 닮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100원 짜리 동전 하나가 전부였던 선우는 비를 맞은 보라에게 커피를 건넨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담긴 선우의 마음은 2년 전 자신의 안아주던 보라와 같았다. 선우의 손이 넘어져 긁혔다는 소리에 몸서리를 치는 보라. 그런 보라를 보며 참지 못하고 뽀뽀를 하고 집으로 달아나듯 가는 선우와 그런 그를 보는 보라의 모습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남자 친구와 뽀뽀는 고사하고 손도 잡지 않았던 보라. 그런 그녀가 뽀뽀를 당하기는 했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증명된 셈이다. 서로를 위로하며 돈독해지는 사랑은 그렇게 강력한 힘으로 서로를 연결시켜줄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모두가 사랑의 기운이 가득한 상황에서 노안인 동일네 막내 노을이라고 다를 수는 없다. 누나인 덕선이 부정할 정도로 노을이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정말 노을이도 연애 중이었다. 물론 너무 무서운 여자 친구로 인해 누나와 누나 친구들을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연약했지만 말이다.

 

노을의 눈물에 돌변한 덕선이로 인해 현장은 영화 <써니>의 한 장면이 되었고 파출소로 향한 덕선과 수경이는 진한 감동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노을이의 부인이 수경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머리를 물들이고 거친 말을 하는 수경이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부모라는 든든한 울타리였다. 

 

1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고 난 후 급격하게 변해버린 수경은 그렇게 엇나가기 시작했다. 얼굴도 예쁜 그녀가 노을이를 선택한 것은 진심으로 그가 자신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가 부모를 갑작스럽게 잃은 수경을 위로만 했다. 천편일률 적인 위로 속에 진심은 없고 형식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 공허함 속에서 수경이 빗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출소에서 이어진 동일과 동룡이 아버지의 강렬한 오지랖이 끝난 후 덕선이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 과정은 감동이었다. 그저 함께 식사를 하는 행위로 끝날 수 없는 것은 그 안에 수많은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방금 전 격하게 싸웠던 둘은 염색한 수경이의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 덕선이에게 꾸지람을 하는 동일과 왜 자신에게만 그러냐는 덕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수경이에게도 염색한 머리와 진한 화장을 나무라며 일주일 안에 자신에게 검사 받으라고 꾸짖는 동일의 말에 주변은 잠시 불안해한다. 엇나가기 시작한 수경이 밥상을 엎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수경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진짜 부모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저 부모를 잃었다는 이유로 수경의 엇나가는 행동을 회피하기만 했지 동일처럼 꾸짖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이란 무조건 칭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동일과 수경은 잘 보여준 셈이다. 

 

어린 시절 심장병을 앓아 수술을 해야만 했던 정봉. 그런 어린 아들을 방안에 가둬둔 채 수술비를 벌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해야만 했던 성균과 미란. 그렇게 그들은 아들을 지켜냈다. 그리고 아들이 산 복권을 통해 그들은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독한 세월을 버텨냈던 부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족들을 사랑했다. 스스로 망가져 가족을 챙기는 성균과 누구보다 독하게 가족을 지키는 미란의 모습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란이었다. 아들이 심장 수술을 앞두고 있음에도 항상 웃기만 하는 미란을 보고 동네 아줌마들은 대단하다고 했다. 화장품 아줌마들 역시 부잣집 마나님이라며 평생 고생도 없었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미란은 그저 그렇게 참고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아는 엄마. 그렇게 지독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미란이지만 그녀 역시 아들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고 연약해지는 엄마일 뿐이었다. 아들과 남편 앞에서는 마지막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술을 하루 앞둔 아들이 잠 못 이루는 모습을 보고 휴게소에 홀로 앉아 우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었던 미란의 눈물은 그래서 더 강렬했다. 그렇게 우는 미란을 보고 차갑기만 했던 의사가 퇴근하다말고 다가와 위로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위로에 참았던 눈물을 다 쏟아내는 미란. 그런 미란의 모습을 휴게소 옆에서 몰래 바라보며 울컥해 하는 성균의 모습이 바로 가족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위하지만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봉이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미란. 마취에서 깨어난 정봉이 다른 사람도 아닌 동생 정환을 찾는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후 처음 한 말이 "코피..이젠 괜찮아"였다. 수술하기 전 엄마에게 "엄마는 강한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아들은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약해서..."라면 투정 아닌 투정과 못난 자신을 자책하던 정봉은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수술이 끝난 후 자신의 동생이 걱정이었다. 

 

수시로 코피를 흘리는 동생이 안쓰러운 형의 이 한 마디에 단단해 보이던 정환마저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다. 수술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코피 흘리는 것을 걱정하는 형의 모습에 정환이 느끼는 감정은 사랑 그 이상의 가치였기 때문이다. 정봉의 이런 마음이 바로 '내리사랑'이리라. 부모가 자식에게 그리고 형이 동생에게. 그렇게 사랑을 받은 만큼 다시 전해주는 모습은 그래서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대단한 미사어구나 촌철살인 같은 멋진 말이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투박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감동인지 새삼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상대를 위로하는 따뜻한 말이란 그렇고 그런 칭찬이나 어설픈 감정 소모가 아닐 것이다.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응답할 1988>은 그래서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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