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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13회-쌍문동 슈퍼맨들과 황금열쇠, 그곳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by 자이미 20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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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가 정착해 살았다는 그 전설의 쌍문동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정과 사랑이 가득하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함께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그들의 풍경은 어쩌면 많은 이들이 돌아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가족들 앞에서는 언제나 슈퍼맨이고 싶은 아빠들의 숨겨진 비밀들과 정봉이 내민 '우주여행 초청장'은 쌍문동을 그립고 그립게 만드는 열쇠였다. 

 

이웃사촌이라는 그 뜨거움에 대해;

나쁜 남자와 자상한 남자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덕선과 동화 같은 사랑을 만드는 정봉의 노련함

 

 

 

 

덕선이와 콘서트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정환은 위기감을 느낀다. 중학교 시절부터 덕선이를 좋아했던 동창을 그곳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여전히 덕선이를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한 정환의 행동은 여전히 소심하기만 하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그 친구를 실수처럼 밀어내는 것이 전부인 정환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좋아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오히려 툴툴거리는 정환과 그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 다리를 삐었다며 손을 잡고 좋아하는 덕선.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 수도 있음을 그때는 알지 못한 정환이 과연 덕선의 남편이 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정환과 달리, 택이의 사랑 표현은 나름 적극적이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들은 다 알고 있고, 아버지 역시 택이가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물론 둔한 덕선만은 그게 사랑인지 모를 뿐이다. 

 

쌍문동에는 덕선이의 사랑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사랑이라는 마술에 빠져있다. 선우 엄마 선영과 택이 아빠 무성의 관계도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들이 언제 가족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쌍문동 아줌마들의 대화 속에서 선영이 화들짝 놀라며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감정을 속이기는 힘들다. 무성과 병원에 함께 가기로 한 것을 오해를 푼다고 설명이 길어지는 것부터가 선영이 무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들 선우를 위해서라도 결코 재혼을 할 수 없다는 선영이게 툭 던지듯 미란의 "니 인생은"이라는 발언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만 하는 부모에게도 그들만의 인생은 존재한다. 자신의 인생마저 포기한 채 오직 자식들을 위해 살아야만 했던 고단한 그들의 인생. 그게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이었다.

 

아들을 걱정해 자신을 포기하는 엄마 선영과 어린 딸 진주가 정이 든 무성을 따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한 선우. 그런 그들의 모습은 다급하게 일본에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복선으로 다가왔다. 택이네 가족이라는 표현 속에 선우의 마음은 이미 무성을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명태를 나누고, 콩나물을 다듬는 이웃들의 모습은 참 정겹다. 지금처럼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과 달리, 과거 우리가 살았던 시절 그들은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정도로 정겹게 살아왔다. 서로의 집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던 시절의 모든 것이 쌍문동에는 있었다.

 

덕선이의 사랑이 언제나 지지부진한 것과 달리 선우와 보라의 사랑은 점점 애틋해지기 시작한다. 누나라 부르지 않고 이제는 너라고 부르고 싶은 선우와 여전히 그러고 싶지 않은 보라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그들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선우와의 데이트를 위해 치마를 입고 온 보라의 모습을 보고 대학 친구들은 단박에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확신한다. 누군지 묻는 상황에서 등장한 떡볶이 패션의 선우가 등장하자 당황한 보라는 그저 여동생 친구라고 둘러대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반말을 허락하지 않는 보라로 인해 삐져있던 선우는 식사는 하지 않은 채 콜라 한 컵을 원 샷하며 자신이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를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선우를 위해 직접 다가가 뽀뽀를 하는 보라의 행동은 무장해제를 시키는 마법의 약이었다. 순탄하게만 보이는 이들에게도 위기는 당연하게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 위기를 넘기는 순간 둘은 평생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궁금하다.

 

25년 근속한 남편 덕에 종합검진을 받게 된 일화는 가슴 아래에 잡히는 딱딱한 것으로 인해 혹시 암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다. 그런 일화로 인해 걱정이 태산인 것은 그녀만은 아니었다. 미란은 자신의 일처럼 걱정만 많아진다. 시원스러운 결과가 아닌 조직 검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일화나 동일에게는 힘든 일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토요일까지 그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는 없다. 걱정은 더 큰 걱정을 만들고 큰 불안을 잉태하고는 한다. 이 불안은 아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언제나처럼 밥투정하고, 옷 세탁에 불만을 표하는 딸을 보며 분노하는 동일의 행동을 그들은 몰랐다. 그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서로 싸워서 오히려 더 챙겨주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뿐이다.

 

큰 딸 보라에게만 슬쩍 조직 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일은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에 바쁘다. 아내 사랑이 지독한 성균이 포장마차에 야식을 사러오자 그를 붙잡고 감정을 드러내는 동일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 동일의 행동은 결국 성균의 행동에 들러리를 서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일화가 걱정되어 동일에게 묻는 미란과 집으로 들어가다 말고 남편이 알고 있을 진실이 궁금해 천천히 내려가는 일화를 보고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고 큰소리를 치는 동일. 그런 동일의 과장된 발언과 표정만으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미란의 표정 속에 '이웃사촌'의 정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두꺼비 집을 손보고 전구를 가는 것만으로도 의기양양한 성균은 스스로 맥가이버를 자처한다. 그런 성균의 행동이 못미덥기는 하지만 뭔가가 고장 나면 찾게 되는 성균. 다리미가 고장 났다는 말에 자신만만한 성균이지만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것과 다른 다리미는 성균에게는 난제였다. 점점 짧아지는 줄에 분노한 미란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해야 했지만 성균은 집안에서 당당하고 뭐든 잘 고치는 아빠이자 남편이고 싶다.

 

중요한 대회 결승을 위해 일본으로 간 택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택이 집에 가는 것도 신중해야 했던 동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화들짝 놀라게 된다. 굳은 날씨로 인해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던 비행기가 활주로 이탈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택이가 그 비행기에 탔다는 오보가 나오며 곰 같은 무성의 본심을 확인하게 된다.

 

동네에 도둑이 들어 이웃들이 모두 나와 정신없어 하는 것과 달리 태평하게 선우네 동파된 수도를 고치고 나서는 무성은 평탄하기만 하다.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그를 보며 곰이라고 생각하는 동네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무성은 그런 사람이었다.

 

곰 같은 무성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택이가 비행기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는 무성은 잠긴 서랍을 손으로 쳐서 열쇠를 열고 떨리는 마음에 전화도 하지 못하는 그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였다. 여러 번 전화 끝에 기원 사람과 통화가 되었지만 무성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던 무성이 분노하는 모습은 선우와 선영을 당황하게 했다. 아들에게만큼은 차분하게 사건이 아닌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무성은 그렇게 아들에게만큼은 당당한 아버지이고 싶었다. 이미 무성의 본 모습이 들킨 상황에서 그의 색다른 모습은 동네 친구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되었다.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다 등장한 쥐로 인해 의자 위에 올라서고 아줌마 뒤에 숨는 거대한 몸집의 무성은 그들에게는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모인 세 남자의 모습 속에 우리가 알고 있는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가족들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고 강한 아빠이고 싶은 그들도 그저 걱정 많고 겁도, 눈물도 많은 그런 남자들일 뿐이었다.

 

일화를 위해 저녁으로 짜장면이나 먹자는 보라. 하지만 다른 두 동생과 달리 엄마가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짜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보라는 환하게 웃는 엄마를 보고는 다시 열심히 먹기 시작하는 모습은 참 정겹다. 부인 앞에서는 걱정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당당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여념이 없는 동일은 딸 보라가 결혼하기 전에는 결코 딸 수 없다는 산삼주를 내놓을 정도였다. 자신이 부인 걱정이 되어 서럽게 울었던 이야기를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미옥을 병문안을 갔지만 차마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성이기만 하는 정봉은 힘들기만 하다. 그런 정봉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간호사로 인해 편지를 받게 된 미옥은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편지 봉투에 들어 있던 것은 구구절절한 편지가 아닌 '부루마블'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황금열쇠였다.

 

병실에서 나오지도 못해 힘들어 하는 미옥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외출이라는 말을 들은 정봉은 그 마음을 '황금열쇠'에 담았다. 당시 유행이었던 '부루마블'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그 '황금열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옥도 잘 알고 있었다. 정봉은 투박하지만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미옥을 사로잡았다. 동생인 정환이 그저 상남자 스타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습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슈퍼맨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은 언제나 가족을 향해 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버지들은 언제나 가족들 앞에서는 당당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런 아빠의 본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도 없을 때 홀로 아파하고 우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랬다.

 

돌아온 슈퍼맨과 황금열쇠를 통해 보여준 쌍문동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언제나 그랬듯 감동이 함께 하고 두근거리는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가득하다. 감동과 사랑만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 유머도 놓치지 않는 <응답하라 1988>의 재미는 그래서 탁월하기만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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