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7. 10:10

응답하라 1988 16회-박보검과 류혜영의 눈물, 응팔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담았다

덕선의 남편은 어선류가 될 듯하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를 넘어설 그 무엇을 갖추기에는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판은 벌렸고 이제 정환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하면 그만이다. 잔잔한 그래서 더욱 강렬하고 흥미로운 쌍문동 이야기는 그렇게 열매를 맺어가기 시작했다.

 

인생은 언제나 아이러니다;

동일과 보라&무성과 택이의 애틋함, 덕선 남편 찾기보다 특별했던 그들의 사랑

 

 

 

덕선이의 남편은 누구일까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습니다. 제작진들이 유일하게 추리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지난 2개의 작품에서 동일한 방식의 남편 찾기가 있어왔다는 점에서도 세 번째 시리즈에서 덕선의 남편에 대한 궁금증 역시 높다. 하지만 다른 것은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1.

 

매 회 빼놓지 않고 감동과 웃음, 그리고 재미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응답하라 1988>은 나름의 황금비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즐겁게 다가온다. 막장과 극단적 상황만 전달되는 최근의 드라마와 달리 과거를 통해 당시의 행복으로 현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사극의 제작 의도와도 유사하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하다.

 

아버지와 이상하게 벽이 느껴지는 보라는 사법고시를 위해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했다. 많은 익숙한 것들과 헤어져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보라에게는 많은 것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차압을 당하고 있던 아버지가 월급을 제대로 받게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궁핍하다.

 

반지하를 언제 벗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동생들의 독서실과 학원비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인데 사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보라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생들과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조금 고생하겠지만 자신이 성공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라의 선택은 옳다.

 

일주일에 한 번 잠깐 볼 수 있는 선우. 그런 선우마저도 공부에 정신을 빼앗겨 정신없이 골목 계단을 향해 달리는 보라는 힘들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달려 온 보라는 보면서 "괜찮아요"라고 위로하며 안아주는 선우는 그래서 큰 힘이 될 수밖에는 없다.

 

고시원으로 가는 날 운전을 하며 하염없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걸린다. 그런 보라를 더욱 울컥하게 했던 것은 아버지였다. 동네를 빠져나오는 골목에서 보라를 기다리던 동일은 검은 봉지 하나를 건넨다. 그 안에는 각종 약들이 담겨 있었다. 고생할 수밖에 없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라에게 동일은 주머니에서 단단하게 접혀 있는 돈을 건넨다.

 

 

한참을 모았을 법한 돈을 건네며 고기라도 사먹으라는 투박한 아버지의 사랑은 강하기만 해 보이던 보라를 하염없이 울게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운전을 하며 울던 보라의 모습과 좀 더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무겁게 어깨에 내려 앉아 있는 슬픈 아버지의 자화상처럼 다가오는 동일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선우 엄마인 선영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택이 아버지 무성은 망설여진다. 국부터 반찬까지 챙겨다주는 선영이가 고맙다는 택이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틈이 안 난다. 큰 대회를 앞둔 아들에 대한 배려였다. 그런 그가 큰 용기를 내서 택이에게 힘겹게 입을 떼었다.

 

"아빠가 나 없을 때에도 따뜻한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아빠 인생이에요. 전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행복하면 전 다 좋아요"

 

택이처럼 자신도 좋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그 친구와 평생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을 꺼낸 후에도 무성은 아들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아들이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는 아버지에게 택이는 환하게 웃었다. 훌쩍 성장하고 있는 택이의 마음은 그래서 참 사랑스럽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에서 천재까지 최고의 자리에서만 있었던 택이.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택이는 교만하지 않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부끄러워 꺼리지만 자신을 위해 노력해준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이웃사촌인 정환 아버지의 사고에는 자신이 나서 병원장에게 부탁할 정도다.

 

남들에게 부탁하지도 부탁을 받지도 않는다고 알려진 택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렇게 훌륭한 남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선우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고 무성을 받아들인 것과 달리, 택이는 어쩌면 이미 오래 전부터 아버지의 그런 선택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

 

당당하기만 하던 미란도 두려움에 떠는 일이 있었다. 5년 전 전국노래자랑에 쌍문동 3인방인 미란과 일화, 선영은 한 팀이 되어 예선에 출연했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떨리는 마음을 달래려 한두 잔 마신 술에 취해 출전도 하지 못했던 기억은 악몽으로 자리하고 있다.

 

5년 만에 쌍문동에도 다시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미란의 허리 부상으로 누워있는 남편의 제안으로 출전을 감행한다. 열심히 준비해 본선에 올라갈 것이라 확신했던 미란이었지만 내심 옆집 동룡이가 걱정이다. 워낙 춤을 잘 추는 동룡이라는 점에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춤이 아니라 노래로 승부하겠다며 팝송을 준비한 동룡은 자신의 앞자리에서 외국인이 스티비 원더의 동일한 곡을 완벽하게 부르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극단적인 비교를 당한 상황에서 한 소절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탈락한 동룡을 위로하던 미란은 더 큰 상황에 당황해야 했다.

 

반주 테이프에서 익숙한 음악이 아닌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달걀 장수의 늘어진 테이프를 다시 고쳐주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었는데 그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제대로 자신의 끼를 보여주지도 못한 미란은 동룡과 선영에 의해 끌려 무대에서 내려가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노력했던 동룡은 춤 대회와 노래자랑에서도 예선 탈락했다. 항상 수줍어하던 동일네 막내 노을이 그렇게 노래를 잘 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음악 시간에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던 노을.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부른 노래는 모두가 감탄할 수준이었다. 그렇게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는 재능을 발견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리라.

 

 

3.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라는 정환은 왜 자신이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태어나 같이 자란 친구들은 그의 꿈이 자주 바뀌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 <탑건>을 보고 공군사관학교를 가려는 것 아니냐고 추론할 뿐이다.

 

선우는 엄마가 그렇게 원하는 의대에 가려 한다. 꿈보다는 엄마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는 선우가 의대에 갈지 알 수는 없다. 마이콜이 의대에 간다는 설정은 결국 앞선 시리즈와 연결하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관계는 결과적으로 앞선 <응답하라 1994> 출연진들이 카메오 출연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온다. 그 연결 고리인 마이콜이 의대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운명들이 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비행기를 만들던 선우. 코피를 자주 흘리는 정환. 둘의 꿈이 바뀔 가능성은 농후하다. 신체검사가 중요한 비행사라는 점에서 정환은 기본적으로 자격미달이다. 그런 그가 진로를 바꿔 의사가 될 가능성이 많다. 건강한 그리고 아버지와 추억이 가득한 '비행기'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면 선우가 공사에 들어갈 이유 역시 충분해 보인다. 둘 다 공부를 잘하니 모두 의대에 갈 수도 있지만 말이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마치자마자 토요일 덕선과 데이트를 하겠다고 나선 택이. 그는 강하다. 언제나 승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멈칫하거나 뒤로 빠지는 일이 없었다. 확실하게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택이는 어렵게 영화표도 사두었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크고 중요하지만 택이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덕선이었다.

 

과거 국제 대회를 앞두고도 오락실에서 정봉의 기록과 싸웠던 택이. 그에게는 승리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었다. 그런 승부사가 덕선에게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서 모두가 둘이 연인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택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정환은 그래서 심란하기만 했다. 풀리지 않는 것인지 자신이 풀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수학문제는 정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정환의 자리에 붙여놓은 이미연의 광고 사진과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에 영혼 없는 반복은 정환에 대한 강력한 복선이다. 그가 덕선의 남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조만간 그 문제를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승부사 중 하나인 택이가 포기했다. 경기에서 우승을 한 후 택이는 덕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토요일 만남을 취소했다. 기원 사람들과 약속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했지만 택이의 마음은 달랐다. 중국으로 오기 전 친구들과 함께 했던 자리에서 택이는 보고 싶지 않았던 진실과 마주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선우의 이야기는 택이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생각도 하지 못했던 정환이 덕선이를 좋아하고 있음을 택이는 그날 눈치 챘다. 덕선을 바라보는 눈빛 안에 사랑이 가득한 정환의 표정은 잊혀 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흘린 지갑 안에 덕선이와 찍은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 정환의 마음을 택이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자신은 덕선이와 찍은 사진을 소중한 것을 넣어두는 책상 서랍, 수첩 안에 담아놨지만 정환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지갑 안에 넣어 두었다. 그 차이를 특별하게 느끼는 택이는 그런 섬세한 남자다. 그리고 택이는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접었다. 우정과 사랑 사이 정환의 고민은 강하게 다가왔지만 택이 입장의 감정은 없었다. 그 잔인한 현실 속에서 택이는 우정을 택하고 눈물을 흘렸다.

 

만우절이 택이가 정한 데이트 날이었다. 그날 거짓말처럼 정환 앞에 등장한 덕선. 다시 혼자가 된 덕선을 바라보는 정환의 표정에서 안도가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을 정환도 스스로 확인했을 듯하다. 정환의 행복과 달리, 다시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이 드는 택이의 모습은 안쓰럽게 다가온다. 승부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지고 싶지도 않은 택이가 다시 그렇게 성장통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4번의 이야기를 남겨둔 <응답하라 1988>은 '인생은 아이러니'라는 시리즈를 통해 쌍문동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덕선의 남편도 가려지고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나오게 될 것이다. 그 남겨진 이야기가 과연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감동과 웃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기본 줄기를 이어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1
  1. Favicon of https://sm2038.tistory.com BlogIcon 썽망 2015.12.28 15: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역시 감동을 주는 부분은 최고인 드라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