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9. 07:07

육룡이 나르샤 25회-사극 역사 새롭게 쓴 변요한과 윤균상의 핏빛 도화전 액션

사극 역사상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액션 장면이 나왔다. 분위기를 이끄는 사운드부터 그 긴박감을 놓치지 않는 탄탄한 연출은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들 정도였다. 정교하게 준비된 도화전을 핏빛으로 물들인 그 대단한 장면은 사극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장면이기도 했다. 

 

연희 위한 땅새의 결자해지;

도화전을 핏빛으로 물들인 이방지와 무휼의 존재감과 분이의 조용하지만 강했던 한 마디

 

 

 

 

숨죽인 채 지켜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단한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수백 명의 적들에 둘러싸인 채 막힌 공간에서 칼도 없는 맨몸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은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아무리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 연출력은 압권이었다. 

 

 

조민수 장군은 하륜의 제안에서 더 나아가 무모해 보이는 전략을 세운다.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하는 전쟁이라면 자신이 유리한 고지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륜은 그저 이성계를 겁주기 위해 군대를 움직이는 흉내만 내라고 했지만 무장인 그에게 현재 상황은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결정적 순간이라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조민수와는 함께 갈 수 없는 이성계라는 점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운명의 순간 누가 먼저 상대를 제압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점에서 조민수의 한 수는 당연했다. 화해의 의미로 도화전에서 성대한 연회를 연 조민수에게 이성계는 감동했다. 비록 함께 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는 하지만 전장을 누비는 같은 장수로서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민수의 전략은 정확했고, 99.9%는 성공했다. 마지막 술 한 잔만 마시면 모든 것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중요한 순간 일은 터졌고 판은 뒤집히고 말았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조민수의 운명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잉과응보라고 하듯 악행만 일삼아왔던 조민수의 수족 중 하나인 가노 우두머리인 대근으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졌다. 연희도 목격했지만 이방지가 된 땅새 역시 한 눈에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범죄를 저지른 자는 상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한 행동만 기억한다. 하지만 당한 피해자들은 결코 범인을 잊지 못한다.

 

 

방지의 행동이 이상했던 무휼은 전날 연희가 했던 이야기와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통해 추리해 낸다. 연희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흉한 일을 당했고, 그 상대가 바로 대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방지를 위해 무휼은 술판을 엎어버렸고, 그 일로 인해 조민수가 어떤 음모를 꾸몄는지 알게 된다. 밖의 소란은 곧 안에 있던 이성계의 목숨을 살리는 이유가 되었다.

 

도화전 안에는 무장해제된 이성계 사람들과 완전무장을 한 수많은 조민수의 사병들이 있었다. 아무리 삼한제일검이라고 해도 검을 빼앗긴 상황에서 수백명의 훈련된 사병들을 이길 수는 없다. 그들은 검을 손에 묶은 채 빼앗기지만 않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인해전술을 삼한제일검이라고 해도 이겨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검과 맨몸의 대결도 부족한 궁수들까지 준비한 그들은 이방지와 무휼, 그리고 조영규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삼한제일검이 그저 검으로만 그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끝없이 몰려두는 적들과 싸우며 상처투성이가 된 방지는 불을 통해 검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검을 쥔 이방지는 진정한 삼한제일검으로서 가치를 보이기 시작한다.

 

피투성이가 된 채 검을 쥔 그들은 수백 명의 조민수의 사병들과 맞서기 시작한다. 이성계가 있는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를 이방지와 조영규가 막고, 무휼이 홀로 장군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장면에서 장엄한 비장미가 넘쳐 흐르는 모습은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80년대 아시아를 점령했던 홍콩 느와르의 정서가 사극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그 비장미가 핏빛 전투에서 적나라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비록 무한대로 발사되는 총이 아닌 검이었지만 도화전 장면은 사극 역사상 최고의 액션으로 기록될 듯하다.

 

현장의 옅은 숨소리를 품은 듯한 배경음악이 분위기를 이끌고 이방지의 숨죽인 채 폭발하는 분노, 이런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한 무휼의 모습들은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잘 짜여진 액션 장면들은 이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강렬한 액션 장면이 숨 막힐 듯 이어졌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분이와 정도전, 그리고 아직 그 정체를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비밀 조직. 그리고 이방원의 변화 등이 촘촘하게 엮이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했다.

 

그 유명했던 무휼의 "무사 무휼"이라는 포효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드러났고, 이방지가 왜 삼한제일검인지도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방원이 형들을 물리치고 왕의 자리에 올라서는지에 대한 것들 역시 그 이유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방원의 마음 속에 기생하던 벌레가 커가는 것은 모두 하늘의 뜻이라는 식의 풀이가 찜찜하기는 하지만 돌아보면 그것 외에는 답을 낼 수 없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어 보인다.

 

 

책략으로 국가를 움직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정도전의 발언은 잔인하게 다가온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지독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잠깐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다른 마음을 품은 책략은 결국 거대한 국민의 분노와 마주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분이가 분개하며 이야기했던 첫 장면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홍인방이 악착같이 우리 땅을 빼앗고, 조민수가 자신의 땅을 내주지 않기 위해 병사까지 움직이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 그들도 그렇게 악독하게 하는데 우리가 실망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는 분이의 발언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탐욕에 찌들어 백성들의 재산마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위정자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는 순간 그나마 남아 있는 영혼마저 그들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빼앗긴 우리 것을 찾겠다는 욕망이 없으면 안 된다는 분이는 작가다.

 

작가의 생각과 가치가 가장 많이 투영되는 인물이 바로 분이기 때문이다. 실망도 사치라는 분노가 일지 않으면 탐욕스러운 위정자들을 이길 수 없는 것은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역사는 언제나 돌고 돈다. 그리고 과거의 역사는 과거가 아닌 현재이자 미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육룡이 나르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분이를 통해서 전달된다.

 

 

의문의 비밀조직은 이성계나 조민수가 아닌 다른 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 대상이 이방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게 아니라 분이나 다른 사람이라면 사극이라는 토대에서 너무 극단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 속에서 가상의 가치를 빈틈에 끼워 새로운 재미를 만드는 것이 사극이라는 점에서 비밀조직이 선택한 이는 바로 이방원일 가능성도 높다. 물론 이후 이야기의 흐름상 이방원이 정도전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는 점에서 분이는 다른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도전의 죽음 후 이방지와 연희 역시 비밀조직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체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땅새와 분이가 그토록 찾아왔던 엄마와 재회도 가능할 수도 있어 보이고, 밀본과의 연결고리도 추리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연 비밀조직은 어떤 형태이고 이를 이끄는 수장은 누구일까? 홍대홍이라는 인물이 유력하게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들의 정체는 중반을 넘어서는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땅새를 이방지로 만들고 연희를 흑첩으로 이끌었던 대근. 어린 시절 잔인한 폭행에 트라우마가 생겨 충분한 힘을 키웠음에도 주저 안고 말았던 연희. 그녀는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땅새 역시 이방지라는 이름으로 다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받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 잔인한 악몽을 끊어내는 장면 역시 처절해서 아름다웠다.

 

 

사극 역사 자체를 새로 쓰는 듯한 세련된 액션 장면을 만들어낸 도화전 장면은 매력적이다. 그동안 중심에 나서지 못했던 이방지와 무휼이 세상에 자신들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이성계가 고려를 멸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워야 겠다는 확신을 가진 계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후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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