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3. 08:52

육룡이 나르샤 30회-이방원이 비밀조직 무명과 손을 잡는 이유

이방원이 자신의 스승인 정도전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등장했다. 정도전이 정몽주에게 건넨 '오칙'을 우연하게 들은 이방원은 몸속에서 꿈틀거리던 벌레가 자라는 계기가 되었다. 하륜이 이미 언급했듯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방원은 불안했다.

 

이방원 야심을 드러내다;

비밀조직 무명을 흔드는 이방원, 궁지에 몰린 이방원을 흔든 무명

 

 

 

정몽주와 정도전 모두 이방원의 철퇴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고려와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들인 그들의 죽음은 안타깝다.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던 탁월한 지혜들이 정도전의 꿈처럼 책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0회가 되면서 이방원의 존재감은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상왕과 창왕의 시대는 저물고 고려를 세운 왕씨의 세계가 다시 펼쳐지게 되었다. 정창군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정몽주와 이성계를 왕으로 세우려는 세력들 간의 알력은 존재했다. 큰 꿈을 품은 그들에게 지금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방원 역시 이 기회가 조선을 건국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확신했다.

 

비밀조직 '무명'은 자신들의 권력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정창군에게 왕위에 오르도록 압력을 넣었다.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죽음과 왕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무명에 의해 정창군은 왕위를 선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윤랑이 전설의 무사 척사광이라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역사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인물 척사광이 없었다면 정창군은 고려의 마지막 왕이 될 수 없었다. 왕은 곧 꼭두각시에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험한 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창군이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정몽주나 무명이 아니라 척사광인 윤랑이라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랑 때문에 왕위를 버린 자는 있지만 왕이 되는 정창군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설정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방원이 대망을 품고 '무명'과 손을 잡는 과정. 이후 스스로 왕이 된 후 외척들을 모두 제거해버리는 이방원과 그의 아들이자 진정한 조선을 세운 세종대왕 시절 그를 항상 괴롭혀왔다는 비밀조직 '밀본'을 생각해보면 <육룡이 나르샤>와 <뿌리깊은 나무>를 하나로 연결하는 고리는 이방원과 '무명'의 만남으로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실체 없이 움직이던 '무명'은 많은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해동갑족의 일원인 육산이 전면에 등장하며 모든 일들을 이끌었다. 정창군에게 위험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했고, 이방원을 직접 만나는 등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무명'을 전면에 드러내게 한 육산은 흥미롭다.

 

육산과 이방원의 장인인 민제는 과연 소통이 없는 인물일까? 수백 년 동안 삼한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해동갑족. 그들과 '무명'은 동일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름을 숨긴 채 수백 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왔다는 육산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해동갑족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추측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명'이 얼마나 방대한 조직인지는 고려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는 지재상인들인 화사단의 초영과 비국사의 적룡 역시 조직원이기 때문이다. 대립하던 두 조직이 모두 '무명'의 조직원이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방대한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비밀스럽기만 했던 '무명'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거침없이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떻게 수백 년 동안 삼한시대를 지배해왔는지 정창군을 옹립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자신들에게 이로운 조건을 가진 자를 선택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돈독하게 만드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몽주가 아닌 '무명' 조직을 조사해보라는 정도전의 제안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방원은 뛰어난 지략으로 '무명'의 존재에 접근해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을 듣고 말았다. 이방원은 알지 못했던 '오칙'이 무엇인지를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화를 엿듣다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왕을 교육시키고 시스템적으로 새로운 국가를 완성하겠다는 것들은 이방원도 동조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방원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왕 이외의 친족들은 결코 권력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만들겠다는 발언이었다. 누구보다 큰 야망을 품고 있었던 이방원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이성계를 왕으로 옹립하고 나면 자신은 말 그대로 권력과 상관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창군을 왕으로 추대하고 모두가 모여 술을 마시던 날. 육룡 중 4개의 용인 이방원과 이방지, 무휼과 분이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이방원은 "너희들의 꿈을 지키고 모두를 웃게 만드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도전의 야망 속에서 이방원의 꿈은 이미 거세되어 있었던 셈이다.

 

태평성대가 오면 이름이 아닌 글을 남기고 싶다던 정도전과 달리 이방원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다른 이의 세상이 아닌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누구보다 강한 게 이방원이었다. 그런 그에게 정도전의 원칙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의문에 쌓였던 지천태가 초영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를 이용해 이방원이 '무명'과 손을 잡고 거대한 꿈을 키워가는 과정이 이제 남은 이야기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건국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다양한 사회 변혁을 위해 노력하기는 하지만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조선은 건국되고 초대 왕으로 이성계가 옹립된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무학대사와 '무명'과 손을 잡고 권력에 대한 욕심을 키워가기 시작하는 이방원. 이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연향과 그녀의 두 아이들인 이방지와 분이. 그들이 이방원도 정도전도 아닌 '무명'의 조직원으로 살아가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게 된다. 풀어내지 못한 이들 가족의 이야기가 곧 '무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무사라는 척사광은 아름다운 여인인 윤랑을 버리고 무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공양왕의 곁에서 그를 지키는 존재가 되지만 필연적으로 이방지와 대결을 피할 수는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왕의 운명과 척사광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대결은 후반부 백미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방원이 실제 비밀조직과 손을 잡고 왕위에 올랐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륜을 책사로 삼아 두 번의 '왕자의 난'을 통해 스스로 왕이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 역사적 사실을 제외한 역사에서 기록하지 않은 틈을 채워 넣는 작가의 상상력은 이렇게 비밀조직을 통해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다. '무명'을 이용해 권력을 잡고 외척들을 모두 제거하며 강력한 '왕권 정치'를 확립한 태종 이방원. 그에 맞서는 비밀조직 '밀본'의 등장 등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무명'이 이름을 얻어 '밀본'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다른 가설도 가능하다. 권력의 중심이 되는 '무명'을 벗어나 백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꿈꾸는 '밀본'은 분이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방원에 의해 제거된 정도전. 그의 친족인 정기준은 이방원의 아들인 세종대왕에 맞서 '왕권 정치'가 아닌 '신권 중심의 제상총재제'를 외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무명'과 이방원의 결합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두 편의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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