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5. 12:22

응답하라 1988 김성균과 라미란 부부는 왜 특별하게 다가왔을까?

이번주면 <응답하라 1988>은 종영이다. 2회를 남긴 상황에서 여전히 덕선의 남편은 누구인가에 대해 설왕설래 중이다.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일부 언론도 부족해 현역 국회의원마저 스포일러 대열에 합류해 자랑하듯 떠벌리는 한심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드라마에서 김성균과 라미란 부부는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도시빈민이 살아남는 방법;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온 부모님들에 대한 경배

 

 

 

1988년 서울은 올림픽 개최로 떠들썩했다. 건국 후 처음으로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처지에 맞지 않는 무리한 개최로 많은 이들은 서울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많은 판자촌은 강제 철거가 되었다. 외국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정부의 강제 철거는 수많은 이들의 눈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시절이다. 

 

 

강남 개발은 더욱 뜨거워졌고, 이런 과열은 당연하게도 투기 열풍을 몰고 왔다. 모두가 부자가 되기 위해 복마전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누군가는 엄청난 부자가 되기도 했던 시절이다. 그런 서울에서도 쌍문동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다.

 

<응답하라 1988>이 쌍문동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런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활기의 대명사이자 시대를 선도하는 공간성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을 택한 것은 물질이 행복을 대신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에는 최적이다.

 

쌍문동에는 다섯 가족이 있다. 그중 서울 토박이는 한 가족 뿐이다. 동룡이 가족만이 서울 토박이(고향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없었으니)이고 다른 이들은 모두 지역에서 올라 온 인물들이다. 동일과 일화는 이미 시리즈에서 정의가 되었듯 전라도와 경상도 커플이다.

 

택이와 선우네 가족 역시 지역 출신으로 쌍문동으로 이사와 정착했다. 성균과 미란 역시 서울이 고향은 아니다. 그들이 서울로 향한 것은 성공하기 위함이었다. 시골에서 살기보다 서울로 올라와 성공하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서울은 기회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천만 인구의 서울이 만들어진 것은 그런 꿈을 향해 들어온 수많은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서울과 지역 간 격차가 극심하던 시절 어떻게든 잘 살기 위해서는 기회의 땅인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다. 그렇게 그들은 각박한 서울에서도 시골 풍경을 담고 있는 쌍문동에 정착하게 되었다.

 

 

 

선영은 결혼과 함께 쌍문동에 정착했다.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주는 남편과 함께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했던 선영은 똑똑하고 바른 아들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도 있다. 그리고 선영은 고향 오빠인 무성도 쌍문동으로 이사 오게 했다. 부인의 죽음으로 인해 술로 세월을 보내던 무성이 마음에 걸렸다.

 

오빠 친구로 친했던 무성이 아내를 잊지 못하고 그렇게 무너지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성장해 모두 고향을 떠난 상황에서 홀로 남은 무성이 걱정이 되었다. 무성만이 아니라 어린 택이가 더 마음에 걸렸던 선영으로 인해 이들도 쌍문동 골목의 일원이 되었다.

 

성균과 미란은 고향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고 서울로 올라왔다. 국민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들이지만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중국집 배달 일을 하고 닥치는 대로 뭐든지 하는 이들 부부이지만 가난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으로 다가오는 일이었다.

 

힘겨운 삶에 그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큰 아들이 심장병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꼭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이 더욱 성행한다. 가난은 공부할 기회도 앗아갔다. 겨우 국민학교를 졸업한 그들은 수많은 일을 했다.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도 했던 미란. 그렇게 처지가 비슷한 둘은 서로를 사랑했다. 그리고 아들이 심장병에 걸려 힘겨워하는 상황에서도 포기는 없었다.

 

어린 아들을 방에 놔두고 엄마 미란은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야 했다. 어린 아들을 병에서 구해내기 위해서 이들 부부만 잠도 자지 못한 채 일에만 집중했다. 어렵게 아들을 수술을 시키기는 했지만 어려운 살림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단칸방에서 4 식구가 살아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항상 행복했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그들이 부자가 된 것은 천운이나 다름없다. 심장병에 걸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큰 아들은 뭔가를 모으는 취미에 빠졌고, 그렇게 집중하던 복권에 1등 당첨이 되면서 세상은 달라졌다. 단칸방에서 큰 집을 사게 되었고, 전자제품 대리점도 차려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천재 바둑 기사 택이가 아니었다면 무성 역시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광주 고향에서는 똑똑한 아이들이 간다는 상고를 졸업해 은행원이 된 동일은 성공가도를 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 좋은 동일은 친구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반지하 살이를 면치 못했다. 악해야 잘 사는 세상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동일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서 행복했다.

 

그들이 모여 살던 쌍문동은 당시 서울의 축약과 같다. 성공을 위해 혈혈단신 서울로 입성한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모두 존재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니 말이다. 성동일과 이일화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만들어낸 최고의 부부다. 하지만 이제는 김성균과 라미란에 그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직 부인과 가족들만이 전부인 성균. 말도 안 되는 유머로 부인 미란에게 구박을 받기도 하지만 둘은 천생연분이다. 투박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뜨겁기만 하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많지 않지만 누구보다 당당한 그렇다고 과하지 않은 이들 부분의 삶은 참 정겹다.

 

 

가난하게 살아도 당당했던 그들은 복권 당첨된 후 그 골목에서는 최고 부자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으로 갑질을 하는 일도 없다.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풀 줄 아는 그들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한 부부다.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부부들의 삶은 우리들 부모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쌍문동 가족들은 행복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나쁜 짓 하지 않고 부모에게 잘하는 효자 효녀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모든 이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이상형에 가까운 그들 가족의 모습은 특별하다. 실제 도시 빈민들이 이렇게 행복한 결말을 맺기는 쉽지 않다.

 

보라처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최선은 공부다. 그렇게 법관이 되고 새로운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가능했던 것 역시 과거이기에 가능했던 신화였다. 지금은 쌍문동과 같은 골목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 꿈을 키우고 실현하는 아이들도 사라졌다.

 

강남 지역에 사는 이들의 서울대 입학률은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렇게 최고 학부에 입학하고 대기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하기 쉬워진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대를 이어 그들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쌍문동 아이들이 커서 그들 역시 그런 세계의 일원이 되어갈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그들은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독하고 치열한 세상을 버텨내고 살아가면서 그들이 얻을 수 있었던 가치는 자신들을 위한 세상이 아닌 함께 하는 사회이니 말이다.

 

성균과 미란이라는 도시빈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복권이었다. 서글프지만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이들 가족의 삶은 결코 여유롭게 살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실과 다른 드라마는 그렇게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단순하게 당시의 세월로 돌아가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극이 그렇듯 현재 채워내지 못하는 행복한 가치를 과거로 돌아가 확인한다는 사실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성균과 미란 부부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극중 이들 부부가 보여준 탁월한 연기력과 궁합이 만든 결과이기도하다. 동일과 일화 부부를 능가하는 성균과 미란 부부의 케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최고였으니 말이다. 여기에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인생역전. 복권처럼 한꺼번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빈곤을 탈출 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동일과 일화 부부가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매개체였다. 만약 <응답하라 시리즈>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성균과 미란 부부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그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너무 평범한 그래서 특별했던 이들 부부로 인해 <응답하라 1988>은 더욱 특별한 드라마로 다가왔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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