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3. 14:52

치즈인더트랩 10화-유정 백인호 두 남자가 만드는 홍설 구하기, 달콤하거나 씁쓸하거나

청춘만 성장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청춘의 성장통이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격렬함은 강렬하게 다가오니 다르게 느껴질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가져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비슷하다. 자신의 것을 얼마나 충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 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치인트>의 성장통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랑에 눈 뜬 백인호;

투명인간 손민수는 우리 모두이거나 바로 내 옆에 있는 그 누구일 수도 있다

 

 

 

인간관계를 완전히 차단한 채 홀로 살아가지 않는 한 우리는 수많은 나와 다른 누군가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내 맘 같다면 세상 고민은 모두 사라지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내 생각과는 반대로 움직이기만 한다. 너무 다른 현실과 타협하거나 지독할 정도로 싸워 이겨내거나, 혹은 패자가 되어 세상을 원망하며 사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에서 나오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나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 속 나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거나 슬쩍 지나가는 보이지 않는 그 누구이기도 하다. <치인트>에서 홍설이나 유정, 백인호 등이기를 원하는 이들도 많고, 그렇게 감정이입을 하며 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영곤으로 인해 정이와 설이는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정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자 하지만 설이는 잠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설이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손민수의 극적인 변신, 그리고 그런 변화가 가져 온 참혹한 현실은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자신이 닮고 싶었던 홍설을 따라하며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했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서툰 손민수는 오히려 늪에 빠지고 말았다. 빠져서는 안 되지만 그녀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고, 오영곤의 마수에 빠져 마음속에 존재하던 욕망을 꿈틀대게 만들었다.

 

좋은 조언을 얻었다면 손민수는 안정적으로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을 테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서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잘못된 욕망은 점점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늪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안에 빠진 채 자멸하고 말았다.

 

 

 

인관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공부만 한 민수.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손민수는 없었다. 타인에게 투명인간이듯 스스로에게도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잃은 그녀에게 오영곤은 악랄함은 달콤하게 다가왔고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모든 것을 가진 설이에게 분풀이를 하지만 그건 그저 설이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민수가 통곡을 하면서 외친 것은 설이를 향한게 아닌 그 자리에 모여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한 분노였다. 누구도 민수의 손을 잡아주려 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결코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설과 손민수의 사건은 작은 화제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후 누구도 학교에서 사라진 민수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저 작은 물결을 일으킨 후 잠겨버린 조약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었습니다. <치인트>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불안에 의해 잠식된 영혼들이다.

 

이런 현실을 살아가면서 불안에 중독되지 않은 이가 있다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누군가의 핑계를 대거나 혹은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악착같이 싸우든 서로의 대응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유발하게 만드는 김상철의 경우도 흔하게 보이는 한심한 인물의 전형이다.

 

 

선배임을 앞세우고 자신의 역할을 방기한 채 오직 변명으로 일관하며 세상이 자신들을 힘들게 한다고 비난하는 김상철은 최악의 존재다. 세상이 청춘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 불평불만만 하는 인간군상은 최악이니 말이다. 노력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기회도 자신에게 주어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 세상에 요행은 없으니 말이다.

 

적당히 부자이고, 그런 부모들에 의해 어린 시절부터 과외를 받으며 대학까지 온 오영곤은 전형적인 밉쌍이다. 세상은 오직 자신만 존재할 뿐이다. 그런 자신을 부정하는 모든 것은 파괴해야만 한다. 그런 가치관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청춘의 일면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오직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그런 서열화는 단순히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일상이 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주변에는 악랄한 오영곤들이 즐비하다. 타인의 감정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위하는 오영곤의 세상은 결국 수많은 희생자만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오늘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흥분하게 한 것은 설이에게 빠지기 시작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백인호의 감정 변화였다. 정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설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인호는 직접 설이를 돕는 일에 나선다. 서로 다른 두 남자의 홍설 구하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정이가 설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이라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인호는 더는 숨길 수 없었다.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인호를 반기며 손을 잡는 순간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감정에 흠칫 놀라는 인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투박하고 거칠기는 하지만 설이를 향한 인호의 사랑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이가 설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항을 해보기도 한다. 애써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왔던 정이에게 반항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렇게 정이도 조금씩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이와 인호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기 시작한 설. 이들의 감정 선이 어떻게 변화해갈지 알 수는 없지만 드라마 속 그들은 설이를 향해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갈등을 조장하고 확산시키는 주범들인 인하와 영곤이 만나게 되면서 분노는 극대화되기 시작한다.

 

분노가 극대화된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는 곧 해결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이가 만들어 놓은 함정에 알아서 빠지기 시작한 인하와 영곤. 그들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이고,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로코 특유의 재미와 함께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청춘군상을 다룰 수밖에 없는 <치인트>는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듯하다. 로코 특유의 재미를 가지면서도 청춘들의 고통도 함께 담아내려는 <치인트>의 노력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그 어느 하나를 구축하기에는 모호한 상황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세상만 비난하는 김상철의 입을 통해 청춘들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당혹스러웠다. 가장 부정적이고 비난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던지는 사회적 문제는 결국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분노가 그저 할일 없는 이들의 허튼 비난 정도로 치부되니 말이다.

 

김고은의 완벽한 설이 연기와 박해진과 서강준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치인트>의 삼각관계는 알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투박스럽기만 하던 인호가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서 귀여움까지 득템 해버렸으니 절대무적인 유정과 어떤 방식으로 대립하며 홍설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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