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4. 08:27

육룡이 나르샤 42화-작가는 왜 정도전을 밀본 1대 본원으로 만들었을까?

정도전이 밀본의 1대 본원이었다. 물론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뿌리깊은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밀본의 본원이 정도전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이방원에 의해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고, 역전으로 낙인이 찍혀야만 했던 정도전은 작가에 의해 그렇게 화려하게 살아났다.

 

밀본의 민본이라는 가치;

작가가 밀본의 1대 본원으로 정도전을 내세운 작가의 의지는 결국 민본주의다

 

 

명 연왕에 맞서는 패기를 보인 이방원은 달랐다. 그가 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양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신의 형제들을 죽이면서까지 왕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권력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많았던 이방원에게 연왕과의 기싸움 역시 그런 흐름의 하나일 뿐이었다. 

 

 

이방원이 명 사신으로 가면서 모두는 그가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명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명 황제의 분노로 만들어진 사신 요청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방원에게 칼이 모아진 상황에서 무휼은 밧줄을 끊고 창을 들어 연왕의 목을 겨눴다.

 

감히 황제의 아들에게 칼을 겨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이 선택은 모두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죽음 위기에 처한 무휼은 이방원의 제안으로 연왕의 호위 무사와 대결을 벌이게 된다.

 

적지에서 목숨을 걸고 대결을 벌이는 무휼은 칼이 부러진 상황에서 그가 가진 엄청난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무휼에게는 칼도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사 무휼"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장면이었지만 침묵 속에서 강인한 무사의 모든 것을 보여준 무휼은 42회의 이야기 끝에 진짜 매력을 선보였다.

 

무휼이 탐이 났던 연왕에게 그를 맡기고 명으로 들어선 이방원. 연왕과도 친분이 있는 무명 연향이 이후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도 기대된다. 상단을 이끌며 철저하게 상업적인 가치를 이어가는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이방원이 명 사신으로 들어간 후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 왕요는 어명에 따라 사사를 당하고 말았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고 분이는 반촌에서 행수로서 살아가고 있다. 척사광을 너무 사랑해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죽음을 선택한 왕요를 위해 그녀는 왕씨에서 점하나 찍어 옥씨가 된 추종자와 함께 반촌으로 숨어들었다.

 

왕명이 있기 전까지는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반촌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었다. 왕요의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반촌으로 들어온 척사광이 후에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방지와 척사광이 한 방향을 보고 칼을 겨눌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홍대홍과 연왕 곁에 남겨진 무휼은 최고의 호위무사들과의 대결들을 통해 진정한 무사로 거듭나고 있었다. 우리가 <뿌리깊은 나무>에서 볼 수 있었던 그 듬직하고 강력한 무휼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방원은 살아서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무휼은 이방원과 함께 한양으로 천도한 그곳으로 복귀한다.

 

오늘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바로 정륜암에서 모인 장면이었다. <뿌리깊은 나무>를 보신 분들이라면 '정륜암'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밀본'을 떠올렸을 듯하다. 바로 그곳에서 밀본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군, 격군, 위민, 애민, 준민, 안민, 목민 등을 외친 밀본은 무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조직이다. 유자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도전이 꿈꾸는 나라. 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줄 거대한 조직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오직 '백성의 근본'이 되는 세상인 '민본'을 앞세운 그 조직의 1대 본원이 정도전이라는 설정은 놀랍다.

 

역사에 정도전은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그의 가치는 사라질 수 없었다. 엄청난 피를 묻히고 왕이 된 태종도 철저한 인물이었고, 백성을 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왕이 된 후 외척들을 배척하고, 왕권을 강화하며 백성들을 위한 정책들을 만들기에 노력했다.

 

이성계의 자식들 중 유일하게 과거시험에 합격했던 문부를 겸비한 태종은 왕자를 고르는 시각도 확실했다. 공부 잘하고 영특한 셋째 아들 충녕군을 세자로 책봉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눈병이 나서 자리에 누운 상황에서도 책 읽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충녕군. 다른 두 형제를 제쳐놓고 장자승계가 아닌 셋째 아들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준 혜안은 결코 무시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작가는 왜 정도전을 밀본의 1대 본원으로 만들었을까? 사조직 정치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그를 그림자와 같은 은밀한 조직의 수장으로 만든 것은 의외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의 존재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우려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방원은 스스로 왕이 된 후 자신이 죽은 정몽주는 복권해 그를 추앙했지만, 정도전은 역적으로 몰아 영원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고종 때가 되어 복권이 될 정도로 조선시대 철저하게 버림받은 정도전을 밀본을 만든 본원으로 삼은 것은 의외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게 일찍 숨을 거둔 정도전의 뒤를 이어 두 번째 본원이 분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정도전 동생의 아들인 정기준이 반촌에서 백정으로 살아가며 밀본을 움직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정도전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밀본'은 진정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명과 밀본이 서로 다른 이상향을 가지고 대립한다는 설정 역시 우리 사회의 큰 줄기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이방지와 길선미의 대립 구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여기에 연향과 분이의 대립 관계 역시 구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연 무명과 밀본이 어떤 관계로 그려질지도 기대된다.

 

작가가 정도전을 존재하지 않는(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밀본이라는 비밀조직의 수장으로 삼아 영원히 존재하도록 만든 것은 존경일 것이다. 그리고 정치란 곧 백성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정도전의 외침이 곧 <육룡이 나르샤>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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