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0. 09:20

기억 2회-기억을 잃어가는 박태석 변호사와 신과 동급이 되어가는 연기하는 이성민

기억이라는 가치를 두고 벌이는 이야기의 힘은 단 2회 만에 강렬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억을 차츰 잃어가기 시작하는 국내 최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느 날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후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는 드라마 <기억>은 그렇게 우리 곁에 제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기억을 기억하라;

갑작스럽게 닥친 기억의 단절, 사라지는 기억만큼 더욱 강렬해지는 기억에 대한 갈증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 박태석 변호사.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라는 태선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인 그가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한다. 단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이 말도 안 되는 병을 앓기 시작한 박태석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의사에게 협박을 하며 변호에 나섰던 박태석이었기 때문에 이 병은 재앙과 같이 다가왔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신이 기억이 사라지는 이 말도 안 되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재앙이라는 것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녹화마저 영혼을 빼앗긴 채 당황해하던 박태석이 녹화를 마친 후 자신의 가방은 놔둔 채 쓰레기를 담은 종이봉투를 들고 나선 모습에서 그의 모든 것은 표현되었다. 종이봉투에 담겨져 있는 쓰레기들은 박태석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종이봉투의 외면과 달리 안에는 있어야 할 내용물은 사라지고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박태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오직 자신과 조직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박태석은 그렇게 쓰레기처럼 변해 있었으니 말이다.


 

김 박사의 죽음으로 조용했던 박태석의 삶은 소란스러워졌다. 그의 죽음 뒤 경찰 조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박태석 변호사의 명함이 들어있었다. 아무런 내용도 없는 유서에 담긴 명함 한 장의 힘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혹은 자신의 기억에 접근하지 못하는) 있는 상황에서 박 변호사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사를 하기 위해 나선 김창수 형사와 이야기꺼리를 만들기 위해 박 변호사의 약점을 잡겠다고 나선 인터넷 언론 주상필 기자 등은 결국 박태석을 통해 과거의 사건으로 함께 들어설 존재들로 보인다. 태선 로펌의 후계자인 이승호가 저지른 범죄. 모두가 숨기기 급급했던 봉인된 범죄 속으로 들어서는 것이 곧 <기억>이 담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 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은 것도 황당하고 감당이 안 되는 박태석을 혼란스럽게 하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형사와 기자만이 아니라 태선 로펌의 주인이기도 한 이찬무 대표와 내연의 관계이기도 한 파트너 변호사 한정원은 박태석을 무너트리기 위해 노력한다.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이 만든 이 도발은 결국 박 변호사를 위기에 빠트릴 수밖에는 없이 이유가 될 것이다.

 

 

내부적 갈등도 모자라 잊고 지낸 인물인 아버지가 집도 모자라 사무실까지 찾아왔다. 그 많던 재산 사기를 당해 다 날려먹고, 어머니와 자신을 두고 바람이나 집을 떠난 남자. 그 뒤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태석은 살아왔다. 자신의 결혼식을 찾은 그날도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을 식장에서 쫓아내는데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로서 역할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의 삶을 살아왔던 그가 뜬금없이 등장해 자신이 아는 여자 문제를 상담한다.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자에게 다시는 자신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분노하는 태석의 모습이 이상할 게 없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모에게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호통을 치는 몰염치한 자의 행동은 횡포에 가깝다.

 

아버지와 아들은 떼어놓을 수 없는 천륜이라고 하지만 의무는 하지 않은 채 권리만 요구하는 아버지가 과연 아버지일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파렴치하기만 한 그 아버지가 개과천선해서 기억을 잃어가는 태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기대된다.

 

항상 바쁘기만 아버지와 소원해지고(이 부분에서 태석이 느끼는 아버지의 부재와 유사한 감정), 그렇게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기 시작한 아들 정우. 그는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도둑질까지 하는 신세가 되었다. 편의점에서 소주를 훔치다 걸린 정우와 그런 아들의 방황에 당황한 엄마. 이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에게만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알리고 싶지 않은 정우는 예고된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내적 갈들을 겪으며 사표를 내던진 신입 변호사까지 태석을 둘러싼 문제들은 마치 준비라도 한 듯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여기에 한국그룹이 의뢰한 사건은 이 모든 문제의 시작과 같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를 유발할 뿐이다. 한국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부사장 신영진. 뱀보다 더 차가운 그는 폭력적인 소시오패스이기도 하다.

 

악랄하기만 한 그와 대립을 하기 시작한 태석. 결국 둘은 경쟁적인 관계로 고착화되고 과거의 사건과도 연루되며 거대한 사건 안에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다가온다.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한심한 신영진의 막말에 분노하는 태석. 그런 그를 바라보면 자신이 알던 박태석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기 시작하는 신입 변호사 정진의 모습도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첫 주 1, 2회는 성공적이었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잘 나가는 변호사 박태석의 캐릭터는 두 번의 이야기 속에 완벽하게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박태석의 캐릭터가 완벽해져야만 이야기에 힘이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작이었다.

 

 

단순히 캐릭터 구축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하나의 거대 사건 속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기교적 능숙함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박태석 명함을 유서에 넣은 인물은 병원 간호사였다. 그가 모든 원인을 제공했던 인물이었고, 태석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간호사가 원하는 것은 승률이 거의 없는 힘겨운 싸움이다. 자신의 언니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딸. 하지만 친모가 등장해 다시 돌려달라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이겨달라는 요구는 태석을 당황스럽게 한다. 모든 패를 쥔 채 태석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 상황은 결국 <기억>를 흥미롭게 만드는 형태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갑기도 하다.

 

이성민의 연기는 역시 최고다. 박태석이라는 인물을 이성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입체적이면서도 친근하게 잡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면모와 차가운 승부사 기질을 모두 담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성민은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인 의사와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태석이 하늘에 대고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왔느냐며 한탄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나 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라며 분노하는 박태석의 모습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오묘한 표정이 모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미 시작되었고 쪼그라들기 시작하는 뇌가 다시 정상이 될 수 없는 알츠하이머처럼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사건의 시작은 결국 모두가 감추고 싶었던 과거의 사건을 향해 정조준 되었다. 돌이킬 수 없는 수레바퀴처럼 굴러가기 시작한 사건. 그 속에 박태석이 있고 이성민이 있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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