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6. 08:03

기억 9회-잊을 수 없는 이와 잊으라 강요하는 자, 드라마는 416을 기억하라고 한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태석과 은선은 아들 동우를 잃었다. 하지만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거대한 힘은 진실을 막아서고 있었고,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한 태석은 마치 유령처럼 자신의 앞에 등장하는 아들 동우로 인해 힘겨워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태석과 은선, 그리고 가족들의 모습은 오늘 4월 16일을 더욱 강렬하게 해준다.

 

416 세월호 참사;

잊으라 강요하는 거대한 세력과 잊을 수 없는 가족들의 분노, 그 진실 찾기는 계속 된다

 

 

 

장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겠다며 초밥을 사가겠다던 태석이 향한 곳은 은선의 집이었다. 해맑게 웃으며 은선에게 비밀번호가 바뀌었다며 빨리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동우가 좋아하는 초밥 사왔다며 웃는 태석을 바라보는 은선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태석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은선으로서는 이 남자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5년이나 지난 지금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은 오히려 자신을 비웃는 듯 다가오기 때문이다. 은선에게 뺨을 맞고 정신이 돌아온 태석은 이 황망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자신의 손에 들린 초밥을 은선에게 건네 보지만 오히려 분노만 키웠다. 15년 전 어린 아들 동우가 초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새우 초밥을 사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낸 후 은선은 초밥 집만 보여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힘겨워 한 자신에게 초밥을 건네는 이 남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하고 싶지도 않았다.

 

장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겠다던 남편이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주는 급하게 태석을 찾기 위해 나섰다. 초밥 집에 두고 간 전화기. 그리고 단골 초밥집 주인은 정우가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태석은 아들이 좋아한다며 새우 초밥만 사가지고 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태석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알게 된 영주는 급하게 은선의 집으로 갔다. 그 집 앞에 놓여 진 초밥 봉투. 그리고 급하게 나오던 은선과 마주한 영주. 오해를 할 것 같아 기분이 상한 은선과 달리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에 대한 애틋함이 우선인 영주는 차마 진실을 밝히지도 못한 채 동우 이야기를 꺼낸 후 사과를 한다. 자식 잃은 엄마 앞에서 그것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은선에게 동우 이야기는 금기어이기 때문이다.

 

모든 곳을 찾아다니던 영주가 향한 곳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공원 벤치였다. 그곳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태석을 발견한 영주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눈앞에 등장하는 떠나보낸 아들 동우. 정신을 차리면 사라지는 그 일을 평생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는 태석.  

"머리는 자꾸 기억을 지우는데 마음은 자꾸 기억을 떠올려.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머리가 지우고, 죽도록 잊고 싶은 기억은 마음이 기억해.
고장난건 머린데 왜 아픈건 마음인지 모르겠어"

영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태석이 한 이야기는 <기억>이 품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이 사라지지만 가슴에 새겨진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더욱 선명해지는 현실. 마치 시지프스가 거대한 바위를 밀어 산을 오르는 것과 유사한 형벌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 속에 갇힌 태석에게는 이 지독한 형벌을 감수해야만 한다. 잠들 수 없어 꺼낸 수면제를 보고 놀란 부인이 황급하게 변기에 버리는 모습을 보고 태석은 더욱 강해지겠다 다짐한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을 두고 결코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그는 선언했다. 

 

인간의 존엄을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녹음기에 자신의 다짐을 기록하는 태석은 그렇게 머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기계의 힘을 빌려 기억하기 시작했다. 지독한 형벌 속에서도 남겨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태석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면서도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신 부사장의 이혼 사건은 맡은 태석은 철저하게 자신을 속이기 시작했다. 정 변호사에게 자신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지겠다고 이야기한다. 대신 정 변호사가 많은 정보들을 찾아 피해자인 권미주가 이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악랄하게 오직 이기기 위한 일만 해왔던 태석의 모습을 연기하는 태석의 행동에 신 부사장은 만족해한다. 태선 로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태석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준비하는 그의 행동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깨진 시계와 은밀하게 녹음한 신 부사장의 말들은 확신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명확하게 반박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한 태석은 정 변호사에게 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할 수 있기를 원한다. 내부고발자를 밝히지 않고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태석의 계획은 그렇게 조금씩 강한 힘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주상필 기자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그 전화에서 한 남자는 15년 전 뺑소니 범을 신고하면 보상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런 그 남자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보다 사건에 집중하는 은선과 강 검사는 의문의 남자가 전화를 건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남자의 뒷모습과 손수건이었다.

 

승호의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 민규가 바로 그 전화를 했던 인물이다. 승호와 가장 친했던 친구였던 민규는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민규는 태선 로펌을 찾았고, 이찬무에게 능숙하게 돈을 요구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태석과 마주한 민규. 그 민규는 바로 얼마 전 태석의 아버지가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던 여인의 아들이었다. 그녀가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아들이 바로 민규라는 사실은 결국 이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를 이야기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CCTV 속 영상에서 손수건을 사용하는 이 남자가 화장실에서 만났던 젊은 남자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리고 민규를 찾아다니는 김창수라는 형사를 찾던 태석은 그 형사가 알츠하이머 의사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의사의 자살 사건 역시 타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김 형사는 15년과 현재의 두 사건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로 다가온다.

 

아들 동우에게 찾아가자고 하던 태석의 말처럼 영주는 수목장을 한 장소를 시어머니에게 확인한 후 그녀는 아이가 좋아했다는 새우 초밥을 사가지고 그곳을 찾는다. 수목장을 한 나무 앞에 선 영주는 눈물이 고인 채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자신의 남편을 지켜달라는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아프게 했다.

 

종영되었던 드라마 <시그널>을 보는 듯한 긴박함까지 품고 있는 <기억>은 매력적이다. 15년 전 사건을 추적하는 박태석과 숨겨야만 하는 이찬무. 그리고 기억을 잃어가는 태석이 정의로운 변호사로 거듭나며 다양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과정은 <시그널>과는 다르지만 품고 있는 가치는 동일했다.

 

태선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할머니를 찾아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다는 손자 승호에게 이야기해봤자 의미가 없다며 유학을 가라고 요구하는 할머니의 존재는 익숙하다. 모든 권력을 가진 그녀가 행하는 행동은 잔인할 정도로 우리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우린 잊지 말아야 하는 거대한 참사에 경악했다.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을 태운 거대한 배가 목포 팽목항 근처에서 침몰했다. 순식간에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강요한 채 도망쳐 나왔다.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아이들. 그리고 거대한 권력이 사건에 연루되었던 '세월호 참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회마저 거부한 이 사건의 진실은 여론전을 통해 기억을 방해하는 수구세력의 횡포로 이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에게 '시체장사꾼'이라는 막말을 했던 자는 새누리당의 의원이 되었다.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세월호 참사'를 호도하고 지워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 어떤 정상적인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있는가? 그런 상상을 한 자가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임을 그 말을 한 자만이 알지 못한다는게 문제다.  

 

잊기를 강요하는 자들과 잊을 수 없다는 이들. 그 지독한 대립을 <기억>은 기억을 잃어가는 박태석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필의 '다시 산다면'과 인순이의 '선물'에 담은 OST의 가치 속에도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결코 기억을 잃지 않겠다고 나선 태석. 그를 통해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평생 먼저 보낸 아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은선과 애써 잊으려 했지만 결국 기억을 잃어가며 더욱 선명해진 기억에 힘겨워하는 태석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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