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8. 08:46

디어 마이 프렌즈 5회-고현정 조인성의 서글픈 과거, 아픈 상처 없는 이 없다

누구에게나 아픈 상처 하나 쯤은 있다. 세월의 무게는 단순히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쌓이는 것만은 아니다. 모두가 나름의 무게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디어 마이 프렌즈>는 때로는 흥미롭게, 그리고 서글프게 우리를 직시하게 만든다.

 

꼰대이면서 꼰대이고 싶지 않은 꼰대;

완이와 연하의 아픈 기억과 누가 더 불행한지를 겨루는 노년의 동문

 

 

13살부터 방직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버스 안내양과 장터를 떠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오충남. 마침 그때 불던 땅 투기 바람에 휩쓸려 큰돈을 벌었던 그녀는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 많은 가족들을 홀로 챙겨야 하는 운명은 그저 서글프기만 하다.

 

형제자매들은 동족상잔의 비극과 지독한 가난이 휩쓴 현대사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직접적인 가족들이 모두 죽은 후에도 그녀는 60명이 넘는 남겨진 가족들을 책임져야만 했다. 엄청나게 번 재산도 그렇게 모두 남겨진 가족들을 책임지며 사라져갔다. 남겨진 가족들을 챙기느라 평생 홀로 늙어야만 했던 충남은 그랬다.

 

온갖 병에 시달리는 가족들은 한 병동에 모두 모여 오늘도 충남의 등골을 퍼먹고 살아간다. 중학교만 겨우 졸업한 충남은 이 모든 가난과 지독한 고통은 모두 배우지 못해서 벌어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그 잘난 지식인에 껌뻑 죽고 자신이 보낸 40여 명의 가족들 장래로 인해 꼰대들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꼰대가 되었다.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어렸을 때부터 큰 성공을 거뒀던 영원의 삶이라고 행복하지는 않았다. 유명인으로 큰 성공을 거둬 행복할 것만 같은 그녀의 삶은 다른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힘겹기만 하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그 지독한 굴곡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아픔만 가득했다.

가장 친했던 완이 엄마 난희와 영원이는 원수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남편과 영원이의 친구 숙희가 바람이 난 후 원수가 되고 말았다. 가장 친한 영원이 그 사실을 자신에게 숨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생 원수가 된 그들이지만 이 친구들의 무게는 그렇게 쉽게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좋아했던 친구였기 때문에 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은 난희는 다시 영원에게 화풀이를 했다. 하지만 그런 난희가 서글프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항상 머플러를 하고 있던 영원은 목의 흉터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갑상선 암을 시작으로 난소암까지 영원은 많은 병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그 좋은 집에 거울 하나 없는 것은 온 몸에 수술 자국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로 인해 머리까지 빠져 가발을 써야만 했던 영원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마음껏 자신을 원망했으면 했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맘속에 담아두고 한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란 그런 것이다. 다른 이들은 알지만 난희만은 알기를 원하지 않았던 영원의 마음은 그랬다. 자신의 친구를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마음씀씀이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흐트러진 가발을 쓰고 난희에게 "밥 먹고 가라"는 영원에게 마음에도 없는 악담을 쏟아내는 것으로 자신의 진심을 슬쩍 감추는 난희는 그랬다. 친구의 아픔도 눈치 채지 못하고 오해만 해야 했던 자신에 대한 미움을 그렇게 표현하는 난희는 그런 사람이었다.

 

노년의 동문회에는 누가 더 불행한지를 겨루는 장이 되기도 한다. 친구들 중 유독 가난한 기자는 모든 것이 불만이다. 희자 남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온갖 추측들을 하는 기자는 남이 불행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불행이 조금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불행한 만큼 그럴 듯해 보이는 다른 이들 역시 자신의 무게만큼의 불행은 모두 안고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가난이 죄라고 그 나이에도 콜라텍에서 일을 하는 기자는 아프다. 희자가 건넨 돈 봉투를 들고 당당한 척 하면서도 돌아서 눈물을 훔치는 기자도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부모들은 그런 고통과 아픔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 노인들의 삶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상일 뿐이니 말이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살다 결혼도 하지 못했던 충남은 혼자가 된 성재를 여전히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했던 성재가 여전히 사랑스럽다. 단체 문자로 보낸 글만으로도 행복했던 충남이지만 성재가 품고 있는 마음은 희자다. 사랑했지만 운명은 둘을 갈라놓았다. 그렇게 각자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던 성재는 여전히 희자가 좋다.

 

3년 전 연하는 모든 원칙을 깨고 완이에게 프러포즈를 하려했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완이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달려가던 연하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트럭에 치여 다리를 잃고 말았다.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트럭은 그렇게 완이와 연하의 삶을 완전히 망쳐놓고 말았다.

 

가장 행복해야만 했던 순간 평생을 잊을 수 없는 고통과 마주해야만 했다. 그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렇게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 전부였다. 너무 좋아서 그렇게 매달렸던 완이는 그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연하를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잔인하고 비겁하게도 완이는 연하가 하반신 불구가 된 후 그를 떠났다. 그와 함께 하면 할수록 그날의 지독한 고통이 떠오를 수밖에 없어 도망치고 싶었다. 연하가 보낸 동영상을 본 후 완이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연하가 간 곳은 바로 자신이 사고를 당한 광장이었다.

 

다시는 가보고 싶지 않은 아니 갈 수가 없었던 그 거리를 다시 곱씹어가는 연하의 모습을 보고 완이가 느껴야 할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완이가 선택한 피신처는 과거 첫사랑이었던 유부남 선배였다.

 

비가 쏟아지는 날 골목에서 그 비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던 완이가 선배 동진과 키스를 나눈 것은 그 지독한 기억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만든 충돌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지독한 고통을 품은 채 혹은 내던지려 해도 던질 수 없이 끌려 다니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수많은 상처들에 만신창이가 된 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만든 상처의 흔적들을 훈장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우린 남들은 모르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수많은 아픔과 상처들을 품은 채 오늘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충남이 꼰대이면서도 꼰대들과 놀기 싫은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꼰대라고 외치며 외면하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평생 고생하며 먼저 간 이들을 지켜봐야만 했던 충남은 자신의 젊음을 모두 내던져야만 했던 세월이 야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누군가의 죽음과 가까워지는 꼰대들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참 대단한 드라마다. 10대나 20대들에게 공감을 요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말 그대로 우리의 삶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완이 엄마의 동창과 선배들의 삶을 통해 그녀가 바라보는 삶의 여정은 곧 우리 모두의 인생이기도 하니 말이다.

 

오해는 언젠가는 풀린다. 그리고 그렇게 풀린 오해는 아쉬움을 넘어 새로운 관계로 확장된다. 정아의 큰딸이 품고 있는 아픔을 뒤늦게 알게 된 부부들의 고통을 담을 6회를 마지막으로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서로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서로 다른 세대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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