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 11:32

동네변호사 조들호 종영, 사이다 공장장 박신양이 남긴 유물

20회로 종영된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매 회 사이다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조들호는 해냈고, 통쾌하게 복수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유사 드라마들이 시청률을 무기로 답답한 전개로 일관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이 주효했다.

 

매끄러운 전개 포기한 사이다;

죄 받을 사람 죄받고 새롭게 시작할 이들은 새롭게 시작하는 조들호 식 사이다 마무리

 

 

 

뇌물과 살인교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저지른 신 지검장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물론 현실에서 지검장 정도의 직책을 가진 이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렇게 단호박 같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현재 진행되는 수많은 유사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시작하는 시점 가장 약하다고 이야기 되었던 작품이다. 동 시간대 스타들을 앞세운 상대 드라마에 비해 약해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드라마에는 박신양이라는 절대 무적이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연기보다는 박신양 특유의 모습이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분명한 것은 박신양의 안정적인 연기가 곧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의미 있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장근석과 여진구를 앞세운 <대박>은 8%대, 강지환과 서유리의 <몬스터>는 7%대 시청률로 15%대 이상의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에 그저 스타 배우들만 전진 배치한다고 시청자들이 무조건 보는 시대는 지났다. 지상파 10시 두 드라마가 tvN의 11시 드라마인 <또 오해영>의 8.425%보다 낮다는 사실은 분명한 이유로 다가온다. 드라마는 결국 작가 놀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작가 놀음인 드라마에서도 예외는 있다. 막장 드라마가 바로 그런 예일 것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작가가 위대할 수는 없다. 물론 얼마나 막장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그 능력의 차이가 있으니 이를 이용해 그들의 등급을 나눌 수는 있겠지만 통상적인 범주에서 막장 작가를 좋은 작가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일정 측면 막장과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보다 밋밋하지만 두서없이 오직 주인공인 박신양만이 존재하는 이 드라마는 정상적인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출연자들이 등장했지만 도중에 완전히 사라진 배우도 있다.

 

큰 역할을 아니었지만 김유신 역의 김동준은 갑자기 사라졌다.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그가 갑자기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유도 없다. 그냥 연기처럼 그들 사이에서 처음부터 없었던 이처럼 사라져버렸다. 드라마에서 완전하게 빠진 김동준도 당황스럽지만 한없이 가벼워진 이들도 있다.

 

박신양이 극의 모든 것을 이끄는 핵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주변 인물들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하다. 강소라, 류수영, 박솔미 등은 법조인으로서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드라마에서 이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박신양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류수영이 그나마 많은 분량과 나름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었을 뿐이다. 전 부인이자 거대 로펌의 부대표로 등장한 박솔미의 역할은 무척이나 한정적이었다. 여기에 강력한 투톱으로 활약할 것이라 기대했던 강소라는 단역 배우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드라마는 철저하게 박신양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작가가 수없이 바뀌며 작업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습도 되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들은 엉망이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교조적인 사고가 내제되어 보이기도 한 이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말 그대로 시원한 전개다. 그 전개라는 것이 선과 악을 상정하고, 이런 관계 속에서 언제나 정의는 승리한다는 '할리우드 식 전개'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 실제 현실 속에서는 악은 선을 언제나 억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죄를 저지른 검찰총장 후보인 신 지검장은 인사청문회 장에서 모든 여죄가 만천하에 공개되며 아들 신 검사에 의해 구속이 되는 신세가 되었다. 자신과 조직을 위한 당연한 행동이었다며 아들이 자신을 짓밟고 올라가라며 비리 검사장의 아들이 아니라, 그런 아버지마저 공정하게 법집행한 검사가 되라는 신 지검장의 발언은 씁쓸하기도 하다.

 

정 회장의 아들인 마이클 정을 살인혐의로 구속하고, 실어증에 걸린 정 회장을 응원하며 다시 재계로 복귀하면 좋은 기업인이 되라는 조들호의 이야기 역시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살인을 교사하고 모든 악행을 이어갔던 정 회장을 그저 신 지검장을 잡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용서 아닌 용서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신 지검장을 찾아 자신이 변론하고 싶다고 말하는 조들호의 모습은 뜬금없기는 마찬가지다. 변호를 하겠지만 죄지은 만큼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조들호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말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실천하는 조들호의 모습은 그리 큰 공감을 이끌기는 어려웠다.

 

1년이 지난 후 장해경은 거대 로펌 금산의 새로운 대표가 되어 기존과는 다른 곳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실제 현실에서 이 정도 규모의 로펌이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파트너 변호사들이 거대 로펌을 유지하는 주축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마음을 모아 돈보다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변했다는 것은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4회 연장 이야기까지 나왔던 드라마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연장이 무산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깨닫게 된다. 연장해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그저 늘어지는 전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박신양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분명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정의로운 변호사의 이야기는 서민들이 꿈꾸는 그런 세상이니 말이다. 1년이 지난 후에도 동네 변호사로 남아 무료 변론을 해주는 조들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판타지로 이어진다. 사이다를 위한 사이다 전개가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게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였다.

 

사이다 전개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강박이 만든 사이다 드라마에서 돋보인 것은 결국 박신양이 전부다. 그 어떤 거대한 세력도 무너트릴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 검찰조직을 움직이는 검사장과 천민자본주의 세상의 실질적인 주인인 재벌도 동네 변호사를 무너트리지 못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소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사이다 공장장인 박신양이 남긴 유물은 이제 "아가야"는 아닐 듯하다. 그를 대변하던 과거의 드라마와 달리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준 박신양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청량감을 제공했다. 박신양이 남긴 유물은 엉성한 이야기마저도 어떤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가온다. 

 

오직 사이다 전개를 통해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동네 변호사는 동화 같은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전개가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곳이기 때문에 강력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더욱 강력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현실 속에서 박신양의 사이다는 지속적으로 곱씹게 하는 가치로 남겨질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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