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0 08:15

잘 먹는 소녀들-논란의 본분 금메달과 다른게 뭔가?

걸그룹 소녀들을 데려와 먹기 대회를 개최한다. 많이 먹느냐 인지 잘 먹느냐 인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먹는 경쟁은 과도함을 부를 수밖에 없다. 걸그룹을 앞세워 먹기 대회를 개최하는 모습은 <본분 금메달>을 떠올리게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웃어야 산다는 이 당황스러운 설정은 걸그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걸그룹 막 쓰는 예능;

먹방과 걸그룹, 기묘한 관계 속 자극적인 볼거리 과연 문제는 없을까?

 

 

걸그룹 멤버들 중 잘 먹을 것 같은 8명을 뽑아 <잘 먹는 소녀들>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먹방 대결을 펼친다고 한다. '푸드 파이터'처럼 얼마나 많은 양을 빨리 먹느냐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식욕을 자극할 정도로 얼마나 맛깔나게 먹느냐에 초점을 맞춘 먹방이라고 한다.

 

많이 빨리가 아닌 맛깔나게 먹느냐의 기준이란 참 모호하다.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대결을 벌인다는 것부터가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걸그룹끼리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과연 우아한 먹방이 가능할까?

 

지난 설 특집으로 SBS에서 방송되었던 <먹스타 총출동>이라는 프로그램과 <잘 먹는 소녀들>은 유사성이 많이 보인다. 물론 아직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유사한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 말로 양과 속도가 아닌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강조했던 <먹스타 총출동>과 <잘 먹는 소녀들>은 닮았다.

 

JTBC의 <잘 먹는 소녀들>에는 트와이스의 쯔위와 다현, 에이핑크의 남주, 시크릿의 전효성, 레드벨벳의 슬기, 나인뮤지스의 경리, 오마이걸의 지호, 아이오아이의 강미나 등 8명의 걸그룹 멤버들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먹스타 총출동>은 걸그룹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먹스타'들이 총출동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

 

 

김숙, 조세호, 양세형이 공동 MC로 나서고 김흥국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니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을 모두 섭외한 느낌이다.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이 분위기 담당을 하고 걸그룹들이 차려진 밥상에서 밥을 맛있게 먹는 형국이다. 시청자들은 어린 걸그룹 멤버들이 먹기 위해 정신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걸그룹 멤버들은 언제나 가학성 논란에 휩싸인 존재다. 활동 중일 때는 말도 안 되는 식단이 강요되는 것이 걸그룹이다. 살이 찌면 안 되는 숙명을 가진 걸그룹은 '00식단'이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잘 먹이지 않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들이 정상으로 다가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걸그룹 멤버들에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정 자체가 그럴듯함으로 포장이 될 수는 있어 보이지만 이 역시 가학적이다.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또 다른 가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팬덤으로 움직이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에서 대결 구도는 자연스럽게 '팬덤 전쟁'을 유발하겠다는 전략으로 다가온다.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것으로 싸우는 걸그룹과 팬덤이라니 참 그렇다. <먹스타 총출동>이 차라리 더 '먹방'에 걸 맞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먹스타 총출동>에서 걸그룹만 떼어내고, 여기에 그녀들의 먹방 대결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설정이 주는 가학적인 시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미성년자까지 포함된 걸그룹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먹방'과 결합하면서 기묘한 상황들을 연출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먹방'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를 걸그룹과 결합시키고 이를 경쟁 구도로 올려놓는 발상이 주는 자극적인 상황은 씁쓸하기만 하다. 걸그룹 멤버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한다며 온갖 가학적인 상황들을 연출하던 <본분 금메달>과 다른 것이라고는 하나의 주제로 좁혀 놓은 것이 전부다. 

<본분 금메달>은 방통위에 의해 '주의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걸그룹을 대상으로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방송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제재였다. <먹스타 총출동>은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맛깔스럽게'라는 말과는 달리 전혀 먹고 싶은 충동을 불러오지 못했다. 

<먹스타 총출동>과 <본분 금메달>을 합친 것 같은 <잘 먹는 소녀들>은 그래서 위험하게 다가온다. 걸그룹으로 한정해서 그들에게 '먹방'을 요구하는 형태가 과연 정상일까? 편안하게 음식을 즐기는 것이라면 행복이지만 방송에 나와 누군가를 의식하며 먹어야 하는 것은 그저 일일 뿐이다. 이 상황에서 희생되고 소비되는 것은 이번에도 힘없는 걸그룹의 몫일뿐이다.

 

철저하게 가장 약한 고리를 통해 자극적인 상황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단순한 논리는 참 쉬워 보인다. 방송이 되기도 전부터 우려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린 이미 수많은 경험들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잘먹는 소녀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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