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2. 08:48

디어 마이 프렌즈 10회-나문희 코골며 자는 모습이 던지는 의미

18시간이 걸려 슬로베키아에 살고 있는 연하를 찾아간 완이.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 안에서 도망쳐 있던 완이는 엄마와의 지독한 싸움 뒤 비로소 연하에게 달려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학력 콤플렉스로 예술 하는 대학 교수에게 맹신하던 충남의 배신감과 사라진 정아만 찾는 석균은 애처롭기만 하다.

 

완이와 연하 3년 만의 재회;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복수에 나선 나문희, 너무나 달콤했던 첫 날의 자유

 

 

 

딸과의 전쟁으로 인해 아무런 삶의 의미도 찾지 못하던 난희는 화해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기타를 매고 다니던 편의점 주인 일우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가 일상을 되찾듯 딸 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어떤 고난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길은 행복하기만 하다. 자신이 갑자기 등장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 하기만 하는 완이는 그 모든 것이 떨리기만 했다. 꽃다발까지 사서 연하의 집에 도착한 완이는 친구이자 그의 누나인 연희와 먼저 재회를 했다.

 

완이가 당황한 것은 연하의 표정이었다. 무려 3년 만에 슬로베키아까지 찾아온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당혹스러웠다. 마치 어쩔 수 없이 환영해주는 듯한 그 무표정이 완이를 두렵게 만들었다. 따져 묻기도 해보지만 연하는 애써 아니라고만 할 뿐이다. 욕실에는 3년 전 자신이 떠나기 전 그대로였다. 여전히 자신을 잊지 못하고 있는 연하는 그렇게 감정을 숨기고 참아내고 있었다.

 

완이의 충동적인 방문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연하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완이를 사랑하지만 불구가 된 자신이 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을 품으면 품을수록 자신만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연하는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었다.

연하는 그런 감정을 오래 숨길 수 없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를 눈앞에 두고 말이다. 그렇게 52시간 동안 집밖에 나가지도 않은 채 단 둘이 보낸 그 시간들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상적인 순간들이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방황했던 완이는 그렇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완이와 연하의 행복한 시간들만큼이나 성재와 희자의 하루도 즐거웠다. 평생 편안한 삶만 살았을 것 같았던 희자는 첫째 아들을 잃은 사연을 성재에게 해준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의 이야기를 하듯 하지만 그녀가 평생을 품고 살아가는 고통과 아픔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결코 해아 릴 수 없는 아픔이었다.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해돋이는 희자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성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떠오르는 해를 보며 "지금만으로도 좋다"다시 올 수 없는 그 곳에서 희자가 한 이 말은 그렇다.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다시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그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행복하니 말이다.

 

충남은 여전히 젊고 예술 하는 교수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행복하다. 자신은 채워낼 수 없는 그 모든 것을 그들은 채워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도 늙었지만 스스로 그 늙음을 인정하기 싫은 충남. 어린 시절부터 고생하며 일군 재산. 돈은 벌었지만 학력 콤플렉스는 충남을 괴롭히는 가장 지독한 고통이기도 했다.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돈 많은 충남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만 채워가는 교수들은 결정적인 순간 충남을 외면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복통에 조카들부터 시작해 많은 이들에게 전화를 하던 충남은 박 교수에게도 전화를 하지만 그저 "119"를 부르라는 이야기만 하는 게 전부였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순간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예술 하는 젊고 똑똑한 교수들은 늙고 병든 충남을 버리고 자기들끼리 술 마시고 즐기는데 정신이 없던 것과 달리, 늙어서 외면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모두 자신의 일처럼 충남을 지켰다.

 

난희 엄마인 쌍분은 통화 후 이상하다고 확신하고 곧바로 119를 부르고 직접 병원까지 향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 역시 전화를 받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에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곧바로 충남을 향해 달렸다. 병원에서 겨우 눈을 뜬 충남의 눈에 보이는 것은 스스로 외면하고 싶었던 늙은 친구들이었다. 이 눈물 나는 상황에 충남이 느끼는 잔인한 배신감은 '복수의 칼날'을 갈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전처럼 그냥 갈 거야. 아무런 기대하지 마 동생" 연하 누나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홀어머니에 딸이 하나인 완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연하 남매의 모습은 그랬다. 사랑하지만 잡을 수 없는 존재. 그래서 더 서글프고 아픈 사람. 그 사람을 보내며 화를 내기도 하지만, 완이는 완고했다. 더는 피해가거나 도망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삼촌이 노력하고 나서 이제는 걷기 시작했다. 연하 역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를 엄마에게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한다. "연하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엄마를 위한 소설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완이는 3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 지휘는 석균의 몫이었다. 일가친척들이 다 모이는 재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석균이 옛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석균은 그렇게 재사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성공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이 정도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석균의 지독함도 한 몫 했겠지만 정아가 아니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정아는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날들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이 들어 함께 할 세계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정아에게 세계여행은 단순한 여행이라는 가치 그 이상을 품고 있었다. 평생을 억압을 받고 살았던 그녀에게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자아를 찾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딸 순영이 사건을 겪으며 정아는 모든 것이 싫었다. 번아웃 증후군처럼 그녀는 자신이 살아왔던 그 모든 삶이 지겹고 지독하기만 했다. 변함없이 자신만 괴롭히는 남편도 싫었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보고 자란 딸들의 악의 없는 무시 역시 정아를 힘겹게 만들 뿐이었다.

 

정아 명의의 건물을 팔아 남은 돈으로 그녀는 집을 하나 얻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이 정아가 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큰 꿈이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정아가 고생할 것보다는 일가친척들과 함께 하는 것만 즐거운 석균에게는 배려라는 것이 없다.

 

가족에게는 짜고 친척과 남들에게는 후한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든 것을 갖춘 석균의 행동은 그렇게 가족들을 힘들게 할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정아는 미련 없이 집을 떠났다. 샤워를 하는 남편에게 속옷을 욕실 앞에 놔두고 집을 나선 정아는 미련도 없었다.

 

옷가지 몇 개가 전부인 단촐 한 정아의 짐은 그만큼 그 집에서 적은 존재감을 의미한다. 평생을 함께 산 집에서 정아가 자신의 것이라고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것이 그저 작은 가방이 전부라는 사실은 서글프기만 하다. 딸들도 장난처럼 받아들인 정아의 독립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날의 음주로 목이 탄 석균은 눈을 뜨기도 전부터 정아를 찾기 시작한다. 아무리 외쳐도 대답 없는 정아를 "순영아~"하며 외치는 석균에게는 메아리 없는 함성일 뿐이다. 그 시간 정아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선택한 산 위의 낡은 집에서 새들마저 놀라서 도망가게 만들 정도로 우렁차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해가 떠서 환한 상황에도 깨지 않고 잠을 자는 정아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이었다. 평생을 남편과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고 살아야 했던 정아는 결혼 후 50년이 지나서야 겨우 자신 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런 의무도 걱정도 없이 자신을 위한 휴식을 취하는 정아의 그 코골이는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석균은 정아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잘 모른다. 장난꾸러기 초등학생처럼 정아를 괴롭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이 불쌍한 아버지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정아는 그렇게 외롭고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에게는 순종적이어야 한다고 강요받으며 살아왔던 정아는 나이 들어 갈 수 있는 세계여행에 모든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정아의 삶은 무의미함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산천이 뒤흔들리듯. 이라는 표현이 좀 과하기는 하지만 정아만의 공간을 흔드는 우렁찬 그녀의 코고는 소리는 자유의 외침이기도 했다. 70여년 만에 겨우 찾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서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하게 잠을 자는 정아의 모습에는 그 어떤 근심걱정도 없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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