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8. 09:08

또 오해영 17회-서현진을 위한 에릭의 백일몽에 담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마지막 한 회를 남긴 <또 오해영>은 해피엔딩을 위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죽음을 앞둔 도경은 더는 그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대한 열망과 사랑에 대한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도경은 그렇게 스스로 운명을 바꿨다.

 

두 번의 키스로 사랑은 완성된다;

줄 안 묶고 번지점프를 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사랑, 그 사랑의 힘은 죽음도 이겨내게 한다

 

 

사랑한다면 이제는 이들처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이발사의 사랑을 담은 이 영화의 파편적인 기억들과 제목이 주는 강렬함은 여전히 그들처럼 사랑하게 만드는 마력을 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 지위를 <또 오해영>에 넘겨줘도 좋을 듯하다.

 

우산 하나를 비를 피하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건네고 해영에게 달려가 함께 빗길을 걷던 도경은 툭 던지듯 "사랑해"라는 말을 한다. 그 말에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 행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일 정도로 해영은 행복하다.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를 참지 못하고 창문을 열고 "박도경 사랑 한다"를 외치는 해영과 부끄러워 뒷자리로 옮기는 도경. 그런 그를 보면 화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이내 옆으로 가 웃는 해영은 행복하다.

 

해영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경은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창문을 열고 "고맙다"라는 말로 뒤늦게 화답한다. 그렇게 도경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도경과 해영, 진상과 수경의 사랑이 결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잘 잡아낸 17회였다.

 

수경을 떠나왔지만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는 진상은 도경에게 그 답답함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풀어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정신없이 여자들 틈에서 놀기도 하지만 그게 답은 아니다. 도경 동생인 훈이가 등장해 "매형"을 외쳐대는 모습에 진상은 각성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수경의 회사까지 찾아온 진상은 왜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따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티격 대던 그들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한다. 도망쳐보려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지상과 수경의 감정은 그렇게 폭발하듯 격정적인 키스로 이어졌다.

 

도경과 해영의 사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너무 사랑하는 해영의 마음은 '줄 안 매달고 번지점프를 할 만큼' 강렬했다. 도경의 제안으로 가족 모임을 하게 된 해영은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가족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니 말이다. 그 자리에서 "제가 데려다 키워도 될까요?"라는 말로 모든 것이 정의되었다.

 

6살 때 불렀던 '백일몽'을 36살에 부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해영. 불러달라며 뒤에서 안는 해영의 팔에 팔찌를 해주는 도경과 그런 그의 행동에 "수갑인가? 이런 취향인가? 당황스러운데"라는 엉뚱한 해영은 너무 사랑스럽다. "나 죽나. 왜 이렇게 잘 해주지. 너무 잘해주니까 겁나는데"라는 해영의 불안은 도경을 흔든 기억과는 조금 다른 예지몽과 유사한 말 그대로 '촉'이었다.

 

해영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던 길에 도경은 술에 만취한 태진을 발견한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남자. 그 남자를 위해 도경은 극적인 선택을 한다. 만취해 흔들거리던 태진은 육교 위에서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에 떨어질 위기였다. 그대로 놔뒀다면 태진은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경은 죽을 위험도 사라진다. 하지만 그런 태진을 구해내고 돌아서 가며 도경은 "죽는 순간 이 타이밍을 돌아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의했다.

 

자신을 죽이려던 남자를 구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단 도경의 이 단단함은 모든 것을 풀어내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도경을 향해 달려오는 기억들은 더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겹게 다가올 뿐이다.

 

최면 치료까지 받은 도경은 죽는 순간의 기억들을 보다 생생하게 기억해낸다. 벚꽃이 흩날리는 상황과 전광판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이병준의 사망 소식까지 상세한 죽음의 기억들은 결국 결정적인 상황을 만드는 이유로 다가온다. 최면 치료 후 해외로 도망쳐 그 상황을 벗어나라는 의사의 제안을 뿌리친 도경은 해영을 찾는다.

 

밤늦게 해영을 불러낸 도경은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처음 만난 순간은 해영이 기억하고 있는 그 황당한 사건이 아닌 길거리에서였다고 한다. 죽는 순간 주마등처럼 다가온 기억들 속에 남은 것은 해영 밖에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문제는 죽음의 시점과 누가 자신을 죽이려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채 말이다.

 

새벽에 집에 돌아온 해영을 위해 엄마는 조용하게 한 마디 건넨다. 그 남자 들어와 밥 먹고 가라고. 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엄마는 그렇게 도경을 사위로 인정했다. 조용하게 밥을 먹는 도경의 밥 위에 삼겹살을 올려주는 해영 엄마는 "무슨 인연인지"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도경은 느껴보지 못한 그 따뜻한 밥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말 이라고는 그저 "무슨 인연인지"가 전부였던 해영 가족과 도경의 아침 식사 장면은 그래서 더욱 강렬했다.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는 이들의 감정들은 그렇게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태진은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이 도경이 아닌 친구 찬수였다는 사실을. 장회장 집에서 봤던 구두가 떠올랐던 태진은 이미 모든 것을 망치고 도망친 찬수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렇게 주먹으로 분노를 해결하려는 그에게 다시 비수처럼 다가오는 말은 "그래도 그 자식은 사랑이라도 하지"였다.

 

갑작스러운 도경의 여행 제안에 빠르게 업무 처리를 하는 해영은 그와 만났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린다. 전날 도경이 했던 말들이 장난이 아니라 사실이고, 그 죽음이 너무 가깝게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근 부쩍 달라진 도경의 행동은 결국 그 죽음이 너무 가깝게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도경이 선물했던 꽃다발의 꽃들이 빈 해영의 자리에서 벚꽃이 흩날리듯 떨어지는 순간 도경 앞에 등장한 태진은 그를 향해 차를 몰기 시작한다. 태진의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은 해영은 정신없이 그렇게 도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태진은 미안하다는 문자를 도경은 '백일몽'을 녹음해 두었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건조하게 흐르는 도경의 '백일몽' 흐르는 상황 속에서 태진은 차를 멈춘다. 그리고 도경의 신발을 보고 육교 위에서 자신을 구해준 이가 그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존재인지만 깨닫고 돌아선다. 아집만 가득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은 그렇게 가장 극적인 순간 일어났다.

 

도경이 봤던 죽음의 순간 죽었던 가수 이병준을 살려낸 정신과 의사의 행동 역시 그가 살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오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죽음을 안 순간부터 스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도경이 운명마저 바꿨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달리던 도경과 해영은 다리 위에서 격정적인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다시 확인한다.

 

죽음마저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담담하고 거칠게 부른 도경의 '백일몽'에는 해영을 향한 사랑이 모두 담긴 '러브 송'이었다. 세상 그 어떤 노래보다 강렬하게 자신의 감정을 담은 '백일몽'은 바로 사랑한다는 이들처럼 하라는 메시지와 동급이었다. 

웃음과 눈물, 감동을 잊지 않고 절묘하게 결합해낸 <또 오해영>은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며 17번의 이야기를 마쳤다. 마지막 1회 어떤 이야기를 품어낼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사랑에 이제 거칠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지막 회가 기다려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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