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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바벨 250-불통으로 소통하는 tvN, 지상파는 꿈꾸지 못하는 그들의 야망

by 자이미 2016.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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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이 또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7개 국가의 남녀가 남해 한 시골 마을에 모여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담는 <바벨 250>은 시작부터 터졌다. 지상파가 경직된 사고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tvN은 색다른 시도를 통해 예능 역시 선도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바벨탑보다 바벨250;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일곱 국가 일곱 명의 청춘남녀 바벨어를 만들어 서로 소통 한다

 

 

세계엔 6천여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나마 100만 인구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만 해도 250개다. <바벨250>은 바로 이 다양성에 착안해 만들어진 제목이다. 바벨탑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집대성된 공간이다. 인간의 탐욕과 다양한 언어. 그 다양성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은 반갑다.

 

멀리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프랑스와 태국,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등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7개 국가의 일곱 남녀가 남해 다랭이 마을에 모였다. 한국 사람인 이기우마저 남해 사투리가 외계어로 들리는 상황에서 서로 통하지 않는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최고의 삼바 킹인 마테우스, 같은 남미인 베네수엘라에서 온 미스 베네수엘라 인터내셔널인 미셀, 중국에서 온 콘서트 디렉터인 천린, 멋진 외모를 가진 프랑스 배우 니콜라, 출연 전부터 화제였던 러시아의 모델 안젤리나, 태국의 현금만 1조 부자인 타논까지 서로 다른 일곱 명이 모인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도 전혀 다른 그들이 낯선 시골 마을에서 어떻게 정착해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폐교를 개조한 공간에 그들의 숙소는 마련되었다. 리더의 방만 따로 마련되었고, 여섯 명이 모두 함께 기거하는 숙소와 식자재와 잡다한 것들을 담은 창고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폐교에는 화장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들이야 급하면 숲으로 가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여자들로서는 최악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마을회관까지 가야만 하는 이 험난한 공간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힘겨운 그들에게 언어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언어가 통하면 좀 더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 무엇을 해도 쉽지가 않다. 처음 하나 둘 모인 자리에서 인사를 하는 것부터가 난제였다. 통성명을 하려 해도 말이 통해야 하는데 힘들게 몸짓을 써가며 소통하는 그들에게는 언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바벨250>에는 모두에게 공통된 규칙이 존재한다. 모국어만 사용해야 한다. 자급자족을 해야 하며 매일 리더를 스스로 선출한다. 그들은 공통어인 '바벨어'를 만들어 사용해야 하며, 랭귀지 박스는 매일 한 번 10분 주어지는 것이 전부다. 그만큼 쉽지 않은 불통의 상황에서 소통을 이뤄야 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현금 자산만 1조원이 넘는다는 태국의 젊은 주사 타논은 당당했다. 도착하자마자 노트를 펴고 대화를 주도했고, 그런 그는 모두의 선택으로 첫 날의 리더가 되었다. 한 달에 1억이 넘는 돈을 쓰는 타논은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아서도 엄청난 현금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열정의 나라 브라질에서 온 마테우스 역시 붙임성이 좋았다. 첫 눈에 반한 안젤리나에 빠진 그의 이후 이야기도 흥미로울 듯하다.

 

어떤 여자라도 반하게 할 수 있다는 프랑스 배우 니콜라는 그 진가를 첫날부터 보여주었다. 이기우도 경험하지 않았을 것 같아 모내기를 함께 하고 새참을 먹는 그들에게는 매번 벽이다. 자신이 먹은 '잔치국수'가 무엇인지 묻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다.

 

어렵게 자신이 먹은 음식 이름이 '잔치국수'라는 사실을 알고 환하게 웃는 니콜라의 모습 속에서 그들의 소통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닭을 가져가라는 말에 죽이라는 것으로 알아듣고 기겁한 다른 이들과 달리, 니콜라는 나서서 닭을 옮기기 위해 자루에 담기에 바쁘다.

 

타논까지 합세하고 기우까지 힘겹게 닭을 잡는 것에 성공하지만 마테우스만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닭은 죽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당황하기에 바빴다. 우여곡절 끝에 닭은 숙소까지 가져오는데 성공했지만 닭장을 지어주자는 기우의 제안에 다시 혼란스러워한다.

 

소통에 능한 니콜라와 타논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고,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안젤리나까지 이해하며 닭장을 짓기 시작한 이들의 복잡하고 힘겨운 삶은 이제 시작이다. 리더로서 팀원들의 저녁을 위해 직접 닭을 잡은 타논. 이런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적응기는 이제 막 시작했다.

 

절망적인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이야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벨250>은 흥미롭기만 하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불통으로 숨 막힐 듯한 우리 시대에 소통을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해법을 찾게 해주는 이 엉뚱하지만 참신한 예능이 바로 tvN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경직된 조직으로 인해 창의력이 존재하지 않는 지상파와 달리 다양한 시도를 하는 tvN이 색다른 예능 하나를 만들어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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