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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인생게임 상속자-개 돼지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 계급 사회 탐욕의 축소판

by 자이미 201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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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재미있다.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탐욕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롭다. 만약 내가 그 안에 존재한다면 과연 난 사회를 바꾸려 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행복을 위해 탐욕의 시대를 이어갈 것인지 그 모든 판단은 개인의 몫이었다.

 

한국 사회를 이야기 하다;

천민자본주의가 뿌리내린 대한민국, 아홉 명의 청춘이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들이 심혈을 기울인 파일럿 다큐멘터리인 <인생게임 상속자>가 첫 방송되었다. 그들이 준비된 장소에 모이는 과정은 마치 <짝>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로의 짝을 찾는 이 방송은 현장에서 출연자가 자살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종영되었었다. 

 

일반인들이 출연하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은 그래서 위험하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위험한 것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출연자들과 그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이 어떻게 비춰지느냐가 문제가 되겠지만 제작진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분명 다르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왔다.

 

80억이 넘는 대저택에 모인 9명의 청춘남녀들. 그들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습 역시 제각각이다. 부모의 자산이 천억이 넘는 진짜 금수저부터 학자금 대출을 위해 알바란 알바는 다하는 청춘까지 그곳에 모인 이들은 그 대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현실 속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된다.

 

아홉 개의 수저 중 단 하나의 금수저를 뽑은 운 좋은 사람은 상속자가 되어 모든 것을 누리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만의 새로운 계급 사회는 시작되었다. 오직 운이 좋아 상속자가 된 인물은 집사와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참가자를 세분화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지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가장 많은 코인을 얻은 자가 천만 원의 상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식사와 함께 저택에서 사용되는 모든 것에 가격을 책정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속자의 힘은 거대했다. 최고의 셰프가 요리를 해주고 집사들이 모든 일들을 돕는 삶은 풍족함 그 이상이었다. 정규직은 거대한 저택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비정규직 4인이다. 비정규직은 대저택이 아닌 초라한 창고 같은 방에서 함께 기거해야만 했다. 뚜렷해진 계급은 그렇게 신분을 규정했고,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기본적인 구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상속자는 금수저를 뽑은 이의 몫이지만 두 번째 부터는 선거를 통해 상속자를 선택한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대저택에 있는 다섯 명은 자신들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누리고 싶어 한다. 창고와 같은 곳에서 기거하는 비정규직 역시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들 중 하나가 상속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반수인 다섯을 채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규직 중 한 명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정치는 지키기와 빼앗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권력의 단맛을 알아버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우월적 지위를 버릴 이유가 없다. 사전에 남은 기간 동안 자신들이 상속자 지위를 모두 가지도록 협의를 거친 상황에서 비정규직들의 꿈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최연소 출연자가 상속자 후보가 되어 5VS4로 상속자가 되어버린 후 비정규직들의 꿈은 무너지고 말았다. 변혁을 위한 노력은 이미 고착화된 현실이 가로막았다. 이런 가지지 못한 자들의 반란은 결국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한 채 절망만 맛보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렇게 기계화된 상황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권력의 맛에 푹 빠져버린 새로운 상속자는 첫 상속자와 달리 보다 강압적인 권력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권력을 독점하며 독제와 같은 행동을 하는 새로운 상속자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도 균열은 시작되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주거비를 정규직은 대폭 인상해 '하우스 푸어'를 만들어내고, 비정규직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을 책정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새로운 상속자는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탐하면서도 우호적인 집단을 만들어낸 상속자는 권력의 단맛에 흠뻑 빠져있었다.

 

고착화된 상황에 급격한 변화는 게임을 통해 가장 운이 없는 출연자 한 명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그렇게 기회를 잡은 한 사람은 비정규직 중 한명이었고, 그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 중 개인을 선택했다. 전체가 잘 살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그는 '나도 상속자' 카드를 가지며 대 변화를 예고한다.

 

모든 권력을 가진 상속자는 불안했고, '나도 상속자' 카드를 쥔 그는 자신이 집사의 자리에 오르고 비정규직 중 한 명을 정규직으로 올리며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을 무너트려 변화를 촉구하려했던 그들의 선택은 하지만 공고해진 개인의 탐욕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정규직 두 명이 비정규직으로 수직낙하 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합의처럼 예정된 상속자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선거이지만 이미 합의된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첫 번째 상속자와 달리, 두 번째 상속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시작은 다섯 개로 모두 동일했다. 하지만 상속자가 되며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금액을 부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더욱 가장 큰 수익은 공동 노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분배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다섯 개씩 나누면 모두가 공평하게 부를 나눌 수 있지만 상속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그 금액의 절반을 모두 차지했다.

 

시작부터 탐욕이 지배한 분배는 자연스럽게 비정규직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가장 험하고 힘든 일을 하고도 아무런 것도 받지 못한 비정규직은 더욱 가난한 상황에 매몰될 수밖에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상속자는 첫 번째 상속자가 얻은 코인의 절반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부터 거대한 부를 가지고 시작한 그는 70개가 넘는 코인을 가지며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무조건 자신이 가진 코인의 절반을 다음 상속자에게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다.

 

반전은 세 번째 상속자가 예정된 수순으로 이양되었지만 문제는 그에게 돌아갈 코인의 수가 35개가 아닌 단 2개일 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가진 부를 넘겨주기 싫어 만들어진 그 탐욕의 꼼수는 새로운 변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개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연대했던 그들은 그렇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아홉 명의 출연진으로 우리 사회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다. 하지만 단편적이지만 흐름을 파악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인생게임 상속자>가 보여주는 모습은 분명 우리 사회다. 교육부의 고위공직자가 기자들 앞에서 '대중은 개 돼지와 같다'는 막말을 하고 그저 먹고 살 정도만 해주면 그만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은 경악했다.

 

우리 사회는 계급화 되어야 한다는 소신까지 밝힌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의 사고 체계는 쉽게 바뀔 것이라 보지 않는다. 존재감 없이 사회를 붕괴시키는 한심한 최고 권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반 시설마저 민영화를 추진하다.

 

물과 전기, 의료, 교통수단 등을 민영화하는 순간 모든 것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을 위한 삶이 아닌 서민들을 옥죄는 행정은 그들이 얼마나 썩은 존재들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 공무원의 그 발언이 개인의 생각이 아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엘리트 집단의 공고한 사고 체계라는 사실은 이런 민영화 전략에서도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인생게임 상속자>는 고착화된 우리 사회의 계급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교육 공무원의 '개 돼지' 발언이 그저 우연하게 나온 일탈이 아니라 이미 그들 사이에서는 일반화된 사고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모든 권력을 쥔 1%를 위해 99%의 국민은 개 돼지로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이 프로그램은 잘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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