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3. 09:10

청춘시대 7회-사람한테도 가위 눌린다는 한예리에 공감하는 이유

청춘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청춘시대>는 정말 대단한 드라마다.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다섯 명의 여성들을 통해 우리 시대 청춘의 자화상을 엿보게 하는 과정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어서 아프다.

 

청춘은 항상 가위 눌려 산다;

살해당한 영혼에 담긴 서글픈 이야기, 진명의 가위 눌림은 우리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귀신을 본다는 지원의 한 마디는 많은 하우스 메이트들을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각자가 품고 살아가고 있는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은 신발장에 있다는 '살해된 영혼'에 의해 깊은 내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 지독한 과거 속으로 그렇게 조금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독한 가난에 청춘을 담보 잡힌 진명은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동생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잠들어 있는 동생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 자신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삶 역시 남겨진 것이 전혀 없다. 빚만 잔뜩 늘어난 상황에서 자신에게까지 빚을 받으러 오는 사채업자로 인해 진명의 삶은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진명은 자신도 모르게 병실에 누워있는 동생의 목으로 손이 다가간다. 동생 안부를 묻지 않는단 엄마에게 "죽은 사람 안부도 물어요"라고 매몰차게 이야기를 하고 병실을 나서는 진명은 이 모든 것이 지독했다. 행복해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지독한 고통만이 그의 앞에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진명과는 달리 은재는 첫 사랑에 흠뻑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이 남자가 점점 자신에게 큰 존재감으로 다가섰다. 좋아한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흥분하는 은재는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물론 이 갑작스러운 사랑이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아 마치 몰래 카메라에 자신이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은재의 달달함과 달리 예은의 사랑은 위태롭다. 두영과 다시 시작했지만 그 사랑이 다시 위험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처음부터 아닌 사람과 다시 시작한다고 제대로 사랑이 이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결국 자신이 얼마나 상대에 의해 홀대 받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순간 비로소 끝낼 수 있으니 말이다.

 

우연하게 본 두영의 휴대폰. 그 안에 있던 톡 내용에 예은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찍어 놓은 손이 익숙하다. 예은은 그 상대가 이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미묘한 상황들을 모를 수가 없었다. 알면서도 애써 피하거나 아닐 것이라고 회피할 뿐 진실은 달라질 수는 없다.

 

이나에게 내 것 탐내면 죽여 버린다는 막말까지 쏟아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예은도 알고 있다. 그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남자를 더는 사랑할 수 없음을 예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긋난 사랑은 다시는 채워질 수는 없다. 그렇게 마지막이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모두에게는 비밀이 있다. 차마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그 지독한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그들을 지배하고 있다. 귀신을 본다는 지원에 툭 하고 던진 "살해당한 영혼"이라는 말에 진명과 이나, 은재는 두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모두 죽음과 관련된 기억들을 품고 있었다.

 

"엄마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엄마는 진짜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엄마 전화를 받고 급하게 병원을 찾은 은재는 엄마가 아닌 새 아빠가 조금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날도 엄마와 자면서 악몽에 시달린 은재는 불쑥 엄마에게 아빠가 생각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은재가 집으로 들어서는 엄마를 바라보며 한 이 말은 중요하게 다가왔다. 

 

은재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악몽 속에서 그를 괴롭히는 파편화된 기억들 속에 아버지의 죽음도 함께 한다. 차 안에서 숨진 아버지. 물 밖으로 나와 몸부림치는 물고기. 파란 보온병에서 주황색 보온병으로 옮겨지고, 다시 반대로 옮겨지는 뭔가는 아버지의 죽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버지의 죽음에 은재가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는 그녀의 엄마를 향한 발언 속에 다 들어가 있었다. 엄마를 죽이려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행동을 막았지만 결국 아버지를 죽여 버린 은재. 그 지독한 기억은 여전히 그를 지배하고 있다. 그 아픈 기억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나가 묘하게 공감하고 의지하는 종규와 이야기를 하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게 된다. 마치 아버지와도 같은 이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이나 곁으로 다가왔다. 다른 남자와 달리 자신에게 몸을 탐하지 않고 담담하기만 한 이 남자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이나는 그게 혹시 사랑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종규의 낡은 트럭을 타고 도착한 곳은 이나가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호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종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다. 이나에게 접근한 것은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나가 어떻게 살아났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함께 배에 탔던 자신의 딸은 죽었는데 어떻게 그녀는 살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딸이 하고 있던 팔찌가 왜 그녀에게 생존할 수 있는 부적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술집에서 우연하게 튀어나온 '살인'이라는 단어에 종규는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내 딸을 왜 죽였냐며 이나를 죽이려 드는 종규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나는 이 상황이 두렵기만 했다. 죽음에서 살아나 모든 것이 하찮게 보였던 이나. 그렇게 허무한 삶에 지쳐 그저 오늘만 살아왔던 이나에게 종규의 등장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뽀로로네요. 그러니까요. 흔한 거죠. 별 것도 아닌 거"

 

"생각해보면 나랑 그렇게 다른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겁먹고 어렵고. 마치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사람한테도 가위가 눌리나 봐요. 가위 눌렸다고요 매니저님한테" 

 

"절박하니까 가위에 눌리고 절박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죠"

진명은 매니저와 함께 새로 개업한 식당을 찾았다 그곳에서 재완을 본다. 목적은 새로 오픈한 식당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지만 매니저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진명을 품고 싶은 의미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권력을 이용해 절박한 진명을 이용하려는 악랄함이 가득하니 말이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가평에 있는 별장까지 가게 된 진명은 거실에 있는 뽀로로 아이 실내화를 보고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깨닫게 된다. 알면서도 외면하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이 순간적으로 부끄러웠던 진명은 더는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확신했다.

 

용기를 내고 악랄한 매니저에서 벗어난 진명은 홀로 버스도 끊긴 길을 걸었다. 서울로 돌아갈 버스도 없는 그곳에서 하우스 메이트에게 전화를 해서 심야 편의점 알바를 대신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차마 재완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는 재완에게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편의점 앞에서 진명이 아닌 다른 여자들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던 재완 역시 끝내 하지 못했다. 상대를 너무 배려하는 그 사랑은 그렇게 용기 없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새벽까지 자신을 대신해준 고마운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진명에게는 작은 위로와 희망이 함께 했다.

 

카운터를 지켰던 자신의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매니저의 요구를 외면한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고, 이런 상황을 진명은 충분히 예견했다. 그리고 매니저의 악랄함은 이후 더욱 강렬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진명이 당하는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권력의 부당한 요구들은 지독할 정도로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아니라 작은 권력을 쥔 자들까지 모두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부당함으로 억압하고 싶어 하는 못된 갑질은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게 될 진명을 응원하는 이유는 그녀에게서 우리를 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졸업도 하기 전에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나름의 꿈을 꾸지만 그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현실. 그 현실 속에서 사랑도 마음껏 할 수도 없는 이 지독한 청춘은 바로 진명이자 우리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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