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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바벨 250-니꼴라의 합뿜으로 보여준 건강한 문화가 부럽다

by 자이미 2016.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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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다랭이 마을에서 거주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언어를 직접 만들어 소통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큰 도전이자 재미였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그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벨250>은 특별하다.

 

파업은 정당한 권리;

외국인과 함께 하는 예능의 교과서가 되어가는 바벨250, 프랑스의 파업 문화가 반갑다

 

 

매일 새로운 리더를 자체적으로 뽑아 생활하는 바벨인들은 흥미롭다. 누가 리더가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들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바벨250>의 재미를 위해서도 이 리더 제도는 매력적이다. 가변적인 형태는 그만큼 다양한 재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 배우인 니꼴라가 리더가 된 후 벌어진 하루는 의외가 지배했다. 다랭이 마을 바벨인들의 원칙 중 하나는 자급자족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매일 일을 해야 했다. 벼를 심고 바다에 나가 일을 하고, 가축들의 분뇨를 치우기도 했던 그들에게 낯선 환경에서 이어지는 노동은 노동 그 이상이었다.

 

이 상황에서 리더가 된 니꼴라는 충격적인 선택을 했다. 니꼴라가 예고했던 서프라이즈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에게는 해서는 안 되는 금기처럼 다가오는 것이었다. 바로 파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파업은 마치 세상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주 나쁜 짓 정도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니꼴라가 리더가 된 날 아침은 모두가 즐겁고 여유가 있었다. 그동안 매일 노동을 통해 식량을 얻고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상황은 그들에게는 고된 일이기도 했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뜨거운 물이 없어 샤워를 하지 못하는 안젤리나를 위해 타논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더운 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대를 위해 배려를 하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서로에게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니꼴라가 출연했던 영화를 보며 새삼스럽게 그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고, 기우가 출연했던 드라마 속 악당의 모습에 동화되어 그를 나무라는 바벨인들의 모습은 부쩍 가까워진 듯했다.

 

다양한 바벨어를 만들어 초급 수준의 소통도 가능해진 상황에서 니꼴라의 한 방은 모두에게 행복을 전해주었다. 니꼴라가 이야기했던 서프라이즈는 바로 파업이었다. 매일 고된 노동과 똑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니꼴라는 당당하게 모두에게 "합 뿜"을 외쳤다. 바벨어로 노동과 노를 합한 이 단어는 제작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출연진의 파업 선언에 제작진들이 서둘러 회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단호하게 파업을 선택한 니꼴라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의 파업 선언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너무 고되면 파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니꼴라의 발언에 반박할 그 무엇도 없었다.

 

음식도 많고 노동이 너무 과하면 파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니꼴라. 파업을 해도 급여는 나온다는 그의 말 속에 프랑스의 노동 문화가 보여주는 가치는 건강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을 파업을 범죄자 취급하며 사회 분란을 초래하는 한심한 짓 정도로 바라보는 것과는 너무 큰 차이이기 때문이다.

 

니꼴라는 노동 파업을 하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바벨인들이 함께 즐기는 시간으로 채웠다. 삼바왕 마테우스에게 삼바를 배우고, 마테우스와 미셀이 요리를 하는 동안 남은 인원들은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 그들 하루의 전부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자체를 즐기는 하루는 행복이었다. 물론 시간이 늦어져 마테우스와 미셀이 해수욕장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에게 노동 파업을 통해 얻은 하루는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바벨250>의 첫 번째 촬영은 그렇게 우리에게 노동과 휴식의 가치를 모두 보여주었다.

 

한 달 가까운 휴식기를 거치고 다시 모인 바벨인들은 보다 행복해 보였다. 물론 여전히 서로의 언어로 인해 소통이 불가능해진 상황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한껏 가까워진 그들의 모습에서 즐거움은 일상으로 다가왔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날들을 보내던 그들에게도 변화는 생겼다.

 

가장 큰 형이자 언제나 솔선수범하던 태국 갑부 타논이 심장 판막 수술을 앞두고 하차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타논을 대신해 등장한 업은 태국 국민 남동생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스타였다. 태국 최고의 대학을 다니는 수제에 뛰어난 외모까지 갖춘 업의 등장에 바벨촌 여성들의 눈빛부터 달라지며 묘한 상황을 만들며 이후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tvN의 <바벨250>은 외국인과 함께 하는 예능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한국어를 뛰어나게 잘 하는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예능은 가끔 등장하기는 했지만 언제나 한계는 분명하기만 했다. 하지만 <바벨250>은 그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을 택하며 어떤 외국인들이 합류해도 가능한 예능이 되었다.

 

언어도 살아왔던 방식이 달랐다고 해도 누구라도 원한다면 바벨촌에 들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벨250>은 다양한 시즌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엿보고 서로 융합해가는 방식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니꼴라가 보여준 노동 파업의 정당성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부러운 일일 뿐이다. 파업을 너무나 당연하게 이야기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니꼴라의 태도를 바라보며 당황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노동자의 권리는 여전히 편협하고 한정되어져 있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인간으로서 일하는 것과 과도함에 맞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당연한 행동일 뿐이라는 사실을 <바벨250>은 잘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몸소 보여주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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