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0. 11:15

청춘시대 9회-한예리의 분노와 오열, 희망은 원래 재앙이었다

왜 우리는 그렇게 지독하게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일까? 없는 집에서 태어나 지독할 정도로 잠까지 줄여가며 일을 하고 악착같이 공부를 해도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가 없다. 낡은 구두 하나로 그녀의 삶을 판단해버리는 한심한 면접관의 시선과 자신의 탐욕을 위해 청춘을 짓밟기에만 여념이 없는 기성세대의 악랄함은 분노를 유발하게 한다.

 

정체된 삶은 독이다;

행복한 이별식 뒤 겨털의 서글픔, 힘겨운 청춘 더욱 서럽게 만드는 현실의 벽

 

 

복잡한 미로의 중앙에는 먹음직스러운 치즈가 있고 쥐는 길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목표는 분명하지만 그 복잡한 길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미로를 해매는 쥐의 모습은 우리 청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춘시대>의 인트로 영상이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 자리에 서 있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부제가 달린 9회는 분노가 극에 달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귀신을 본다는 지원의 말은 장난일 가능성이 높다. 동기와 대화에서 다시는 지독한 장난치지 말라는 말에 "이미 했는데"라는 말은 지원이 툭 던진 신발장 앞 귀신 이야기는 마치 미끼처럼 내던져져 하메들이 꽉 물게 만들었다.

 

어렵게 이별을 선택한 예은을 위한 이별 파티가 열린 벨 에포크는 행복했다. 잘못된 만남은 곧 이별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그 짧은 행복을 깬 것은 집 주인 할머니가 아닌 은재를 찾은 보험조사원이었다. 그를 통해 은재의 가족사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7년 전 은재 할머니의 죽음, 7년 전 은재 오빠와 3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거액의 보험료를 받았다. 그리고 은재와 새 아빠에게도 거액의 보험료가 걸린 보험을 들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조사를 시작한 보험조사원의 조사는 은재의 불안을 극대화시켰다.  

이별을 잊지 위해 새벽부터 왕성하게 움직이는 예은은 그렇게라도 이별을 잊고 싶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며 시간을 쪼개기에 여념이 없는 그는 하지만 화장실에 홀로 앉아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며 울 수밖에 없었다. 겨털이 불쌍하다는 말은 '솔로의 상징'이라는 겨털에 대한 서글픔은 예은이 느끼는 불안이었다. 수없이 많은 사진들을 올리는 것 역시 그 남자에게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이나와 진명은 너무 다르다. 하지만 둘을 통해 청춘들의 불안을 극대화시킨 <청춘시대> 9회는 특별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생존했지만 살기 위해 다른 이를 밀어내야만 했던 이나는 그 지독한 고통을 잊기 위해 막살았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미래를 계획하고 꿈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진명이 면접을 앞두고 서로 행복하게 대화를 하지만 이나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모두 대학생들인 그녀들은 10년 후의 자신들의 모습을 이야기하지만 이나에게는 그게 없다. 더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멈춰버린 이나에게는 오늘만 있을 뿐 내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면접을 위해 옷을 사기 위해 나들이를 한 시간 홀로 집에 있던 이나도 쇼핑을 나선다. 만나는 남자들의 카드로 명품 옷들을 쇼핑하는 이나는 잠시 행복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물질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쇼핑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지만 그건 그저 자신을 더욱 비굴하고 힘겹게 만들 뿐이다.

 

양손 가득한 쇼핑백을 들고 진명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이나는 자신의 현실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 앞에 등장한 아저씨는 이나에게 팔찌를 건넨다. 자신의 딸이 찼던 팔찌를 이나에게 건네며 살라고 한다. 살아난 게 죄는 아니라며 죄책감 가지지 말고 잘 살라는 아저씨의 말에 지독할 정도로 몰려오는 자괴감은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이나는 그 지독한 상황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것이 죄책감이었다. 그날의 트라우마는 내일이 아닌 오늘만 즐기는 삶을 살기 만들었다. 그렇게 이나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또 다른 자신과 이별을 선택했다. 쓰레기 취급을 받는 자신의 운명에 터닝 포인트를 이나는 만들게 되었다.

 

진명의 낡은 구두는 문제였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고급 구두를 빌려주고 싶었지만 이미 떠나버린 버스로 인해 건네지 못한 구두가 그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다. 면접관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피력하는 진명이었지만 그게 독이었다.

 

많은 나이에도 졸업하지 못한 그녀. 열심히 살아왔다는 그녀의 발언은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기보다는 그녀의 힘겨움을 다시 상기시켜줄 뿐이다. 그 결정적인 증거는 낡은 구두였다. 면접에 올라온 경쟁자들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다. 면접관으로서는 그중 가장 좋은 선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진명의 그 올곧음이 오히려 유연하지 못한 모습으로 각인되어버렸다.

 

낡은 구두에 담긴 어긋난 시선은 그렇게 진명을 다시 한 번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이나가 제자리에서 맴돌며 더는 성장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명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악착같이 살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가며 최선을 다했지만 그녀는 그렇게 가난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계속 채 바퀴만 돌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진명을 몰아붙이고 괴롭히던 매니저는 극단적으로 그녀를 도둑으로 몰아넣었다. 와인이 없어졌다며 그녀의 라커를 뒤지고 그것도 모자라 가방을 뒤집으며 몰아붙이기에만 여념이 없는 매니저는 악랄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진명을 괴롭히기에만 집착하는 매니저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사과해요. 나한테 사과하고 이거 주워 담아요"

 

조용하게 시작했던 진명의 분노는 사과를 거부하고 진명에게 폭행을 하려는 매니저에게 분노해 더는 참지 못하고 쏟아내는 그녀는 자신의 삶이 지독하기만 했다. 악랄한 매니저의 행동에 참을 수 없었던 진명은 그동안 지독할 정도로 참아왔던 그 모든 것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왜 자신은 행복해지만 안 되는 걸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했고 누구처럼 대학생으로서 낭만도 즐겨보고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쉽다. 누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나 평범한 데이트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진명은 그 모든 것과는 이별을 해야 했다.

 

가난은 그의 발목을 잡았고, 그렇게 청춘을 담보 잡힌 진명은 빚의 늪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식물인간이 된 동생으로 인해 집안은 초토화가 되어버렸고, 동생으로 인해 진명의 삶조차 완전히 파괴되어버렸다. 그렇게 공사에 취직하게 되면 그나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봤다.

 

최종 면접에서도 탈락한 진명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마저 제거 당했다. 버티는 것이 진명의 삶이었지만 더는 버틸 힘도 없다. 이제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일관되게 따뜻한 사랑을 담아주는 재완이 있지만 그 사랑마저도 버겁게 다가오는 진명은 사는 것 자체가 힘겹기만 하다.

 

드라마가 끝난 후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아저씨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의 힘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나에게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그의 모습에는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진명을 괴롭히는 자신의 행동에 합리화로 일관하는 매니저에게 제작진들이 욕을 하는 장면은 어쩌면 시청자들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청춘시대>가 보여주는 인트로와 인터뷰 영상은 드라마의 주제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제자리에 있으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있어도 길을 잃는가 보다"라는 이나의 말처럼 그들은 그 자리에서 길을 잃었다. 버티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게 버텨서 미래까지 잃어버린 청춘의 삶은 버겁다. '희망이란 원래 재앙이었다'는 말은 중요하다. 재앙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피어난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희망마저 담보 잡힌 청춘은 과연 재앙 속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행복한 것일까? 그 지독할 정도로 잔인한 현실 속에서 지독할 정도로 버텨내기 위해 노력하던 진명의 분노와 오열은 그녀만의 아픔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 더욱 아프다. 왜 서글픈 청춘에게는 그 작은 행복조차 사치가 되는 것일까?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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