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5. 09:30

삼시세끼 어촌편3 4회-에릭 7시간의 준비에 담긴 달팽이 식당의 가치

7시간이라는 긴 준비를 거친 후 새벽이 되어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간 득량도에서의 그들은 그렇게 느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다른 것 없이 오직 하루 세끼를 해먹는 것에 집중하는 득량도의 '삼시세끼'는 에릭에 모든 것이 달렸다.

 

달팽이 식당의 가치;

이서진의 밥먹는 것 외에는 없다는 말 속에 담긴 삼시세끼의 초심

 

 

식사를 마치고 에릭은 잠자기 전 동치미 만들기에 나선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동치미는 말 그대로 알면 참 쉽다. 그렇게 시작된 아침을 위한 에릭의 요리는 하루 종일 식사 준비의 연속이었다. <삼시세끼>의 본질은 하루 세끼를 텃밭에서 난 것을 식재료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득량도에서 그들은 오직 그 본질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늦은 취침은 당연하게 늦은 시작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 호박죽을 준비하겠다는 에릭은 하지만 그 생각하는 요리로 인해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늙은 호박을 썰고 새알까지 만들어 그럴 듯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릭의 생각하는 요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서진은 예상 시간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 하에 고구마와 불쏘시개를 만들 잔나무들을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의외로 득량도에서 서진의 역할과 활동량은 많이 늘었다. 정선에서의 무한한 여유보다는 유한한 여유 속 많은 일들이 서진을 정의해주고 있다.

 

12시 전에만 먹으면 아침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준비를 했지만, 1시에 가까워진 시간에야 겨우 호박죽으로 아침을 해결한 그들은 수저를 놓기 전에 점심을 고민해야 했다. 매일 마주하는 식사들이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의 고단함은 에릭을 통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익숙하게 받아왔던 식사가 결코 손쉬운 준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어머니 혹은 누군가의 부인이 매일 식구들을 위해 준비하는 식사는 그저 당연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뭔가가 나오듯 손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흥미롭게도 고민이 많은 요리사 에릭으로 인해 우린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었던 그 고단했던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노동이라고도 치부하지 않았던 집안일의 고단함을 역설적으로 <삼시세끼>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잠시의 휴식 후 곧바로 점심 준비를 하는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짜장밥과 백합탕으로 점심을 확정했지만 그 과정은 다시 한 번 고단함의 시작이었다. 요리를 위한 준비는 다시 시작되고 그 긴 과정을 통해 받는 밥상의 위대함은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일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낚시를 하고 싶은 에릭이라고 느린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득량도에서 유일하게 요리를 하는 그에게는 고된 노동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의무감이 아닌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가족을 살핀다는 형식적인 가치 부여와 달리, 그 역시 노동일 수밖에는 없다. 보상이 없다는 점에서 그게 사랑이라는 대전제로 이어질 뿐이니 말이다.

 

어렵고 힘겹게 점심을 먹은 그들이 향한 곳은 다시 바다다. 문어 낚시를 위해 서진의 배를 타고 에릭은 떠나고 의외로 낚시 재주를 발견한 균상은 홀로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운이 좋은지 오늘도 균상은 고기 낚기 신공을 보여주었다. 가자미를 낚시로 잡고 보리멸과 양태 등 균상의 낚시에는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의외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어획량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초밥과 보쌈으로 이어진 그들의 저녁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인고의 시간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서진은 팬이 보내줬다는 초밥 틀을 자랑했었다. 그 자랑이 결국 초밥 만들기로 이어졌지만 그렇게 긴 7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잡은 고기들을 다듬고 회를 떠서 초밥을 만들어 먹는 과정 자체는 단순하다. 하지만 이를 하는 과정은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면 더딜 수밖에 없다. 더욱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홀로 해야 하는 에릭에게는 결국 시간과의 타협만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과정에서 보쌈을 준비하고 그것도 모자라 돔베 국수까지 생각하는 에릭은 분명 요리에 관심도 많고 지식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순발력과 능숙도에서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녁을 기다리다 지쳐 잠까지 자고 나와도 여전히 회를 뜨고 있는 에릭의 모습은 자포자기한 서진의 모습도 재미있다.

 

힘겹게 활어회 초밥을 먹는 순간 그들이 느끼는 감동은 그 무엇보다 큰 가치로 다가왔을 것이다. 삼겹살로 만든 보쌈 역시 환상의 맛이었지만 정작 저녁이라고 먹은 것이 시간에 비해 큰 만족감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초밥 몇 개와 보쌈 몇 조각이 전부인 그들에게 마지막 식사는 돔베 국수였다.

 

불만이 가득한 서진이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긴 인고의 시간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에릭의 요리가 맛있기 때문이다. 보쌈 육수를 그대로 사용해 만든 돔베 국수는 새벽에 먹는 저녁마저도 큰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는 가치였다. 그들의 하루는 말 그대로 먹기 위해 살았다.

 

하루 세끼를 꼬박 만들어 먹는 득량도의 삶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우린 항상 고민하고는 한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식사라는 행위는 특별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득량도에서 사는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근본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서진은 제작진들의 질문에 "밥 먹는 계획 외에 뭐가 있어"라는 우문현답을 했다. 말 그대로 하루 세끼를 먹는 프로그램에서 주는 먹는 그 행위가 전부다. 물론 그 과정이 삭제될 수 있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가치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말이다.

 

자신이 너무 느리다는 사실에 미안한 에릭은 장어 손질하는 방법까지 직접 현장에서 배우기까지 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에릭의 요리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우리가 언제나 시간이 되면 식탁에 차려지는 식사가 당연하게 보이는 그 모든 행위가 위대한 여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삼시세끼>는 잘 보여주었다. 한 끼 식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에릭의 달팽이 식당의 가치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