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5. 14:20

개콘 대통형과 SNL 코라아 정이랑 논란-풍자와 자극이 가른 결과

시청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아왔던 코미디 프로그램 두 편이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둘 모두 현실 풍자를 앞세워 큰 화제를 모았었지만, 둘은 이후 다른 길을 걸었다. <개그 콘서트>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풍자를 하기 시작했다. <SNL 코리아>는 풍자는 던지고 자극적인 소재만 앞세웠다. 


존폐 위기에 빠진 SNL 코리아;
개그 콘서트 대통형 국무회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 풍자를 외치다



풍자가 제어된 세상은 독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는 독재 사회나 다름없다. 풍자에 대해 분노하는 대통령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풍자는 곧 죄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광장의 촛불 집회에서 폭발하듯 등장하는 풍자는 억눌한 분노의 또 다른 현상이기도 하다. 


<SNL 코리아>가 큰 화제를 모으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날카로운 풍자가 큰 몫을 차지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말 그대로 <SNL>이 국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풍자에 극도로 민감한 박근혜로 인해 '여의도 텔레토비'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풍자가 사라진 <SNL 코리아>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반등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자극을 위한 자극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의 풍자가 아닌 '여의도 텔레토비' 정도의 풍자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선택은 자극이었다.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수많은 역작들을 만들어내고 풍자 역시 중요한 한 흐름으로 이어갔던 그들에게도 '풍자'는 해서는 안 되는 개그가 되었다. 지상파 방송을 장악한 권력에 의해 충성 맹세한 자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 풍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풍자도 사라지고 웃음도 저물던 '개콘'은 '정치 풍자'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시작했다. 여전히 현 정권이 임명한 자들이 KBS의 중요 직책을 도맡고 있지만 분위기는 변하기 시작했다. 당장 오는 8일 KBS 노조는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한 자들을 몰아내고 언론다운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파업을 시작한다. 


'민상토론2'로 적나라한 '정치 풍자'의 재미를 보여주던 그들이 새로운 코너인 '대통형'을 선보였다. 어리고 철없는 대통령과 국무회의를 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이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직설적이다. 조금은 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첫 방송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외치는 듯했다. 그만큼 억눌려왔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은 재택 근무하는 줄 알고 톡으로 회의를 하려고 했다는 말부터 노골적은 풍자가 이어졌다. 자신의 높은 자리에 오르니 머리가 어지럽다는 말에 국회의장은 비아그라를 권한다. 그리고 청와대에 비아그라는 많이 있다고 자랑을 한다. 이것도 모자라 문체부 장관은 골치가 아플 때는 골품 체조가 제격이라며 10억을 들인 골품 체조를 열심히 선 보인다. 


노동부 장관은 일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하자 대통령도 5년 계약직이라는 말로 반박한다. 그리곤 곧바로 노동부 장관 자리를 빼버린다. 아이디어가 없는 장관은 필요 없다며 새로운 장관을 뽑으면 이게 바로 일자리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대통령의 모습은 기괴하다.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풍자까지 이어진 '대통형'은 다양한 형태로 재미를 쏟아냈다. 김기춘이라기에는 너무 살이 쪘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유민상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대통형'은 풍자 개그의 역사를 이어가는 중요한 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를 통해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대통형'은 과거 '정치 풍자'의 행태를 그대로 이어가는 틀의 연속성도 있다. 그 장소가 로마이던, 거지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큰 틀은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정치 권력을 풍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개콘'은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풍자의 농도를 짙게 했지만, <SNL 코리아>는 자극을 위한 무리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세영의 B1A4 멤버에 대한 성추행 논란은 사과로 끝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영 성추행 논란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이랑은 배우 엄앵란 비하 개그를 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성추행에 이어 비하 개그까지 극단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SNL 코리아>는 그렇게 자극을 위한 자극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새롭게 풍자 개그를 앞세워 큰 관심을 모은 후 갑작스럽게 그들에게는 풍자가 사라져버렸다. 


정치 풍자를 전면에 내세웠던 당시 피디가 바뀌면서 벌어진 현상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개콘' 역시 담당 피디가 바뀐 후에도 '정치 풍자'를 더욱 강력하게 부각 시키는 것과는 큰 차이다. 풍자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과 달리, 풍자를 버리고 자극을 선택한 <SNL 코리아>는 존폐 위기에 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세영과 정이랑을 통해 드러난 <SNL 코리아>의 자극은 무척이나 심각하다. 의도성이 있었는지 아니면 너무 과하게 대처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이는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세영의 성추행 논란은 '미러링'이라고 포장을 한다고 해도 받아 들여질 수는 없다. 실제 성추행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그동안의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범죄라는 점에서 결과가 무척 중요하게 다가온다. 


정이랑의 개그는 유방암으로 한 쪽 가슴이 없는 이에 대한 비하라는 점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정이랑은 모르고 한 것이라고 하지만, 엄앵란을 흉내 내고 있는 정이랑이 과연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최소한의 관심만 있어도 엄앵란의 이야기는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풍자에 방점을 찍은 <개그 콘서트>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풍자가 아닌 자극에 집중한 <SNL 코리아>는 비난이 쏟아지며 존폐 위기까지 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동안 국민의 억눌린 풍자에 대한 분노가 두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제 보다 많은 형태의 풍자가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침묵의 시대에서 이제는 풍자의 시대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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