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2. 11:12

도깨비 마지막회-공유와 김고은의 쓸쓸하고 찬란했던 사랑, 이따가 또 만나요

많은 이들의 기대치를 모두 충족시켰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도깨비>는 그들의 방식으로 행복을 이야기했다. 영원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도깨비의 외롭고 서글픈 기다림은 무한대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그 역시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는 도깨비의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보여주었다. 


사랑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

인간에게 주어진 4번의 삶, 윤회를 통해 인간의 삶은 짧고 사랑은 영원함을 이야기 하다



캐나다로 궁금증을 풀러 간 은탁은 그곳에서 도깨비를 만났다. 도깨비가 나타나기 전 캐나다 귀신과 대화를 한 은탁.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목걸이를 알고 있는 여인이 들려준 기묘한 이야기는 은탁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10년 전 캐나다의 기억은 그렇게 도깨비를 만나며 선명한 기시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깨비 누이 환생인 써니는 저승사자를 보고 싶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 서글픈 운명을 가진 연인은 운명처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은탁이 10년 전 캐나다에서 보낸 편지가 인연의 시작이 되었다. 비록 저승사자는 끝내 보지 못했지만 써니는 CCTV를 통해 그를 지켜봤다. 그리고 둘은 다시 만났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저승사자의 심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행복해 하던 써니는 뒤돌아 나오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는 신이 준 선물인 망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장풍을 쏘고 싶은 어린 아이를 빌어 망각을 주려 했지만, 써니는 신의 장난에 분노하며 자신은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써니는 그 지독한 기억을 품은 채 살아내야만 했다. 


6년 전 옥탑방으로 이사를 온 은탁을 바라보는 써니의 모습은 울컥할 정도였다. 기억이 사라진 은탁을 친언니처럼 보살피는 써니는 그렇게 이 모든 고뇌와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결코 사랑해서는 안 되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 그들과 이별을 선택하는 써니는 그런 여자였다. 


캐나다에서 도깨비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을 이어가는 은탁은 시기와 질투, 사랑이 뒤범벅이 된 경험을 한다. 첫사랑에 대한 질투는 그게 자신임을 몰랐기 때문에 드러난 감정이었다. 10년 전 어린 은탁처럼 말이다. 도깨비가 10년 전 봤던 그 대표님이 자신이 되어 은탁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은 그것 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행복했다. 


그 행복 속에서 도깨비가 느끼는 불안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사랑이라는 가치를 작가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드러난 대목이다. 물의 검을 보여주며 장난을 치던 분수대에 홀로 앉아 있던 은탁은 요정의 거리에서 주운 단풍잎을 내려놓는 순간 기시감이 몰려들며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10년 전 캐나다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픔과 사랑' 중 하나를 요구하는 도깨비에게 당당하게 "슬픈 사랑"을 외쳤던 어린 은탁은 이제 10년이 흘러 그 지독할 정도로 슬픈 사랑을 찾아 뛰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주던 주인이 기억나는 상점 앞 촛불을 꺼 도깨비를 소환한 은탁은 그렇게 지독할 정도로 슬픈 사랑을 다시 시작했다. 


기타누락자와 재회한 저승사자는 반가웠지만, 은탁이 29살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했다. 아홉수에 걸려 반복적으로 죽음과 싸워야 하는 기타누락자의 운명을 저승사자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별 편지를 은탁이 피디로 있는 라디오 사연으로 올리고 사라진 써니. 


써니는 저승사자와 처음 만났던 육교 위에서 50번을 센 후 그를 만났다. 옆에서 숫자를 세주던 이 남자. 하지만 이생에서는 더는 만날 수 없는 이 남자와 이별을 고하는 써니는 그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슬픈 사랑'을 선택하며 떠나갔다. 70년이 훌쩍 지나 만난 노부부의 마지막을 보며 저승사자가 느낀 감정은 지독하지만 영원할 수밖에 없는 '슬픈 사랑'이었다. 


은탁에서 청혼을 하는 도깨비. 그런 도깨비의 청혼에 행복하기만 한 은탁. 하지만 다시 귀신을 보기 시작한 은탁은 혼란스럽다. 왜 갑자기 귀신을 보게 되었는지 은탁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그게 아홉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도깨비와 은탁에게 너무 중요한 메밀 밭에서 둘 만의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아름다웠다. 정화수와 저승사자가 준 메밀꽃 다발을 들고 말이다.


피로연에서 이 기괴한 삶을 모르는 김 사장만이 당혹스러웠다.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함께 하는 피로연이라니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수시로 도깨비를 소환하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은탁의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런 사랑이 깊어지면 질수록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는 은탁. 자신의 행복이 꿈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은 그녀를 힘겹게 했다. 


그 힘겨움의 근거는 기타누락자의 운명이기도 했다. 너무나 완벽했던 하루. 그 완벽한 하루의 마지막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기도 했다. 너무나 행복한 일들만 기다리고 있는 그날 브레이크가 풀린 트럭이 아이들이 타고 있는 어린이집 차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은탁이 있었다. 


은탁이 피하면 수많은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 신도 알 수 없었던 그 순간 은탁은 자신을 희생했다. 차마 자신의 삶을 위해 다른 이들의 죽음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은탁은 그렇게 죽음을 선택했다. <운수 좋은 날>은 그 모든 운이 불행을 잉태했 듯, 은탁의 그날도 너무나 완벽했다. 


저승사자 앞에 앉은 은탁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몇 번째 생이었냐고 물었다. 첫 번째 생이라는 말에 다행이라고 했던 이유는 도깨비와 아직 세 번의 생을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지독한 이별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슬플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얻은 사랑인데. 이제 막 행복해지고 있었는데 다시 지독한 이별을 해야 하니 말이다. 


"남은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가끔 울기는 하지만, 또 많이 웃고 씩씩하게..그게 받은 사랑의 예의라고"

 

남겨질 도깨비에게 건네는 은탁의 위로와 당부는 '슬픈 사랑'이었다. 도깨비가 무로 돌아가 언제나 은탁 곁에 남겠다고 했듯, 은탁 역시 도깨비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신에게 부탁하겠다고 한다. 망각의 잔을 거부하고 다시 도깨비 곁으로 돌아오겠다는 은탁은 그렇게 남은 세 번의 삶을 기약했다. 


"막 뛰어갔다고 올 때도 막 뛰어 올께요"라는 은탁에게 "100년이 걸려도 200년이 걸려도 꼭 와야 돼"라는 도깨비의 간절함은 잔인하게 다가왔다. "이따가 또 만나요"라며 영원하지 않은 유한한 이별을 이야기한 은탁. 그렇게 그녀를 떠나 보내고 30년이 흘러 저승사자는 마지막 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렇게 마지막 망자를 맞이하는 그곳에 등장한 이는 바로 써니였다. 70년 동안 이별한 후 죽어서야 재회했던 그 노부부의 모습처럼 그곳에 앉은 왕여와 선은 지독한 인고의 시간을 지나 함께 손을 잡고 이승을 떠났다. 세 번의 삶을 산 선은 다시 태어나 인간으로서 마지막을 왕여와 함께 했다. 여배우와 형사로 만나 뜨겁게 사랑하는 둘은 그렇게 행복했다. 


나이 든 김 사장은 도깨비를 닮아가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인연을 점지한 도깨비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면 언젠가는 꼭 행복해질 수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도깨비는 많은 이별과 새로운 행복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행복까지 말이다. 


캐나다의 집에서 거주하던 도깨비는 한국에서 학생들이 여행을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무덤 위에서 책을 읽던 도깨비는 운명과 마주하게 되었다. 교복을 입은 소녀가 다시 도깨비를 찾았다. 그 지독한 시간을 감내하고 찾아온 사랑. 천년 만년 가는 슬픔과 사랑이 있겠냐는 도깨비의 질문에 "슬픈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은탁은 그렇게 두 번째 삶을 위해 그를 찾았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라는 말로 환생한 은탁을 맞이하는 도깨비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비록 지은탁이 아닌 박소민이라는 이름을 하고 나타났지만 그 간절한 사랑은 영원했다. 사랑이 쉬워진 현실 속에서도 이런 지독한 사랑은 존재할 수 있음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작가가 도깨비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드라마 <도깨비>는 철저하게 사랑에 대한 담론이다. 작가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랑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최고의 가치는 결국 '사랑'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김은숙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셈이다.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과 유인나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사랑은 짜릿하고 흥미로웠다. 덕화가 사라져버려 아쉬웠지만 육성재의 존재감 역시 좋았다. 지독하지만 행복한 사랑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이야기 한 김은숙 작가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메말라 버린 현대인들에게 진짜 사랑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은 위대하다고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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