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8. 09:53

시카고 타자기 1회-진수완의 마법과 함께 한 유아인과 임수정의 시간

진수완 작가의 마법은 통할까? 첫 선을 보인 <시카고 타자기>는 기묘한 전개로 인해 호불호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점에서 식상해 할 수도 있다. 기묘한 현상이 일어난 상황들 자체에 몰입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진수완의 마법은 유아인 임수정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총소리를 닮은 시카고 타자기;

영혼의 타자기, 설이를 세주의 세계로 인도한 강아지 모든 것은 마법처럼 시작되었다



잘 나가는 작가 한세주. 단순히 국내에서 알아주는 스타 작가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가다. 내놓는 소설마다 큰 성공을 거두는 세주는 거칠 것이 없다. 무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의 세상에 수많은 이들이 반응했고, 그는 모든 것을 가진 진정 성공한 스타 작가다. 


그의 운명을 바꿔 놓은 순간은 시카고에서 가진 사인회가 끝나고 나서부터다. 세주의 팬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개최한 팬 사인회가 끝난 후 책을 읽던 세주는 운명처럼 이끄는 타자기 앞에 섰다. 모든 것들이 1930년대에 경성에서 제작되었다는 타자기로 한세주를 이끌었다. 


타자기 앞에 서는 순간 세주는 1930년대 세상으로 들어갔다. 왜 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기묘한 경험은 단순히 세주만 깨운 것은 아니었다. 경매를 통해 구입한 타자기의 주인인 카페 주인 역시 기묘한 경험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타자기 혼자 글을 쓰고 음악을 트는 상황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귀신 들린 타자기는 한세주에게 전달이 된다. 


"나를 한세주 작가에게 보내주세요"


혼자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타자기에 놀라지 않을 이는 없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마법과 같은 영화 <샤이닝>의 미쳐버린 작가 잭 토랜스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대표 사격선수였던 전직 수의사이자 현재는 모든 심부름을 대신하는 부업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전설은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한세주와 연결된다. 


한세주가 작가로 등장하는 순간(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데뷔 전부터) 첫 팬이었던 설은 그를 좋아했다. 10살 때부터 소설가의 아내가 되고 싶다던 설은 산악인 아버지 영향을 암벽 등반만 아니라 다양한 호신술을 익혔고, 청소년 시절에는 올림픽 유망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공부해 수의학과 입학한 인재이기도 하다. 


졸업 후 수의사가 될 것 같았던 설이는 개인 사정으로 이 마저도 할 수 없었다. 올림픽 좌절에 이은 수의사까지. 그렇게 알바계의 전설로 살아가는 설이는 공항에서 물건을 옮기기 위해 찾은 그곳에서 한세주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공항에서 받은 물건은 바로 한세주 작가에게 전달해 달라는 타자기였다. 갈망하면 이룰 수 있다는 기적이 설이에게도 다가왔다. 하지만 세주의 철벽 방어는 집 안으로 조금도 들어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설이를 그 집으로 인도한 것은 바로 의문의 개였다. 


세주의 개로 생각했지만 털 알레르기가 있는 그의 개는 아니었다. 그렇게 마주한 설이는 타자기 배달만이 아니라 소원이던 한세주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었다. 하지만 세주가 힘들게 쓴 작품을 담은 USB를 그 개가 삼키며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뮤즈는 유령이라서 때론 초대받지 않은 곳에 나타나곤 한다-스티븐 킹" 


포춘 쿠키에 담긴 이 글은 단순한 점괘가 아니다. 설이의 등장을 예고하는 복선이었다. 타자기는 스스로 한세주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배달하는 인물로 전설을 원했다. 그렇게 그들의 운명과 같은 기괴한 만남을 이끈 것은 털복숭이 개였고, 이를 예고한 것은 설이의 친구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셰프인 대한이었다. 


개 껌과 비슷하게 생긴 USB를 집어삼킨 개로 인해 설이는 세주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치 마술처럼 삼켰던 USB를 자연스럽게 배출한 개로 인해 설이는 세주의 작업을 도와주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과 벽을 쌓고 의심만 많아진 세주는 설이를 의심하기만 했다. 


"이 총 별명이 뭔지 알아요? 총소리가 타자기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카고 타자기. 펜은 칼보다 강하고, 타자기는 총보다 강하다. 좋은 글 쓰시라고요. 여자 꼬시고 부귀영화 꿈꾸는 그런 글 말고 정말 위대한 글" 


타자기가 세주의 집에 들어온 후 글을 쓰던 그는 시카고에서 경험했던 그 기억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세주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 여자는 바로 전설이었다. 꿈과 현실을 오가기 시작하는 세주를 급습한 것은 스토커였다. 그의 소설에 미쳐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살인을 벌였다는 그 스토커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 세주.


위기에 처한 세주를 구한 것은 바로 설이었다. 청소년 사격 선수이기도 했던 설이는 결정적인 순간 세주를 구했다. 운명을 만들어준 개는 스토커를 알아보고 설이는 그곳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다시 켜진 불빛 속에서 총을 든 설이의 모습이 타자기가 이끄는 기억 속에서 마주했던 여인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이의 친구 방진이의 어머니인 왕방울은 설이에게 납골함 같은 것을 옮긴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설이가 전달한 타자기가 영혼을 담고 있음을 무당인 방울은 알아본 것이다. 설이가 사격을 포기한 이유는 총만 잡으면 그녀도 1930년의 자신을 봤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타자기라고 불린 톰슨 기관단총과 전설의 저격수라는 전생을 살았던 설이. 한세주와 전설은 운명처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것들이 그들이 만날 수밖에 없도록 이끌었다. 진수완 작가가 내놓은 마법과 같은 시간은 그렇게 유아인과 임수정을 통해 발현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인기 작가인 한세주와 기묘한 경험을 이미 먼저 했던 탁월한 덕후 전설의 만남은 그렇게 환상처럼 시작되었다. 마법 같은 세계는 남미 작가들이 보여준 마술적 리얼리즘과 형식을 공유하고 있는 듯도 보인다. 물론 마르케스가 보여준 마술적 리얼리즘과는 괘를 달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첫 회는 대중적인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매력적인 이야기의 힘이 첫 회부터 이어졌다는 점은 흥미롭다. 스티븐 킹 원작의 <샤이닝>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스탠리 큐브릭의 감각과 마르케스의 흥미로운 상상력이 하나가 된 듯한 <시카고 타자기>는 그렇게 세상과 마주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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