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8. 12:56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굳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인 조연출이 사망했다. 촬영 현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힘겨운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인격 모독까지 당하는 상황에서 이 청년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렇게 시간이 6개월이 지나 세상에 이 문제는 언급하고 나섰다. 


노동 현장 청년의 죽음;

대표적인 열정페이 요구하는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비인격적 행동 충격은 여전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는 현장은 힘들다. 보여지는 것은 아름답고 화려하며 재미있게 다가오지만 실제 현장을 한 번이라도 목격한 이들은 절대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노동을 강요하는 현장에서 인권이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노조가 잘 되어 있는 할리우드는 철저하게 촬영 시간을 지킨다. 노동 강도에 걸맞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케이 팝과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산업이 큰 성장을 하고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성장한 상황에서도 현장은 다르다.


실제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현장은 3D 직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잠자는 시간도 밥을 먹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한번 작업이 시작되면 출퇴근이라는 개념도 사라진다. 그저 모든 기준은 작품의 완성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엄청난 노동을 강요받고는 한다. 


촬영 현장은 말 그대로 꿈을 잡기 위해 모인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다. 말도 안 되는 월급에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그들은 당당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열정페이를 요구해도 그 자리를 채워줄 수많은 노동자들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tvN의 드라마 <혼술남녀>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혼술 문화가 유행을 타면서 이를 직접적으로 공략한 이 드라마에는 청년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 강사와 학생들을 통해 이 시대의 청춘 문화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현장에서 실제 제작에 참여한 누군가는 지독한 청년 문제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는 현장에서 과도한 모욕과 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인사 불이익까지 당하며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괴롭힘도 있었다고 하니, 그가 겪었을 고통의 깊이와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는 안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26일 <혼술남녀> 종방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된 故 이한빛 피디다. <혼술남녀> 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 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짧아진 촬영 기간은 70분짜리 드라마 2편을 1주일 동안 생방송 하다시피 찍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제작진 감축이 이어지면 당연히 남겨진 이들이 그 모든 역할을 담당해야만 한다.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을지는 생방송 촬영이 증명한다. 배우들도 힘들지만 수많은 장비와 현장 인원을 통제하고 촬영하는 등 엄청난 일들을 해야 하는 제작진들이 힘들었을 것은 명확하다.


노동 강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현장이 행복해질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초보 조연출이었던 故 이한빛 피디는 그 모든 폭력의 희생자였었던 듯하다. 고인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이 부모를 찾아와 근무 태도 불성실에 대해 무려 한 시간에 걸쳐 비난을 했다 한다. 


고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 뒤 몇 시간 뒤 이한빛 피디의 죽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촬영 현장의 불성실함을 따진 그들과 달리, 고인이 남긴 기록들을 보면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고통을 받아왔음이 드러났다. 고인의 동생이 확인한 형의 흔적들은 고통 그 이상이었다. 


"형이 남긴 녹음 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


고인의 동생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들 중 일부만 봐도 현장의 분위기가 어땠을지 알 수 있게 한다. 고인이 남긴 녹음 파일과 카톡 대화 내용에서 드러난 욕과 비난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초보일 수밖에 없는 신입 조연출이 현장에서 맞아야 했던 비이성적인 인권 파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을 테니 말이다. 


이 피디는 회사의 '근태 불량'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 특정 시점 이후 딜리버리 촬영 준비, 영수증 정리, 현장 준비 등 팀이 사라질 경우 그 업무를 모두 일임하는 구조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이 일들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영수증 정리 하나만 해도 하루에 나오는 수많은 증비 서류 정리도 만만치 않은 일이니 말이다. 


모든 촬영 현장이 이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좋은 분위기와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촬영을 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모욕을 참아가며 열정페이를 요구 받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엄청난 수익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빛 뒤에는 다수의 비정규직의 고혈을 짜내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재벌들의 수익 창출과 동일한 방식의 이 노동 착취는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산업 전반에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연극영화학과는 그 어느 곳보다 군기가 쎄다. 군대도 아닌데 군대보다 더 한 곳도 많다. 함께 모여 작업하는 경우가 그 어느 학과보다 높기 때문에 선배들의 군기는 엄청나다. 폭력은 일상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는 현장으로 진출한 후에도 바뀔 수가 없다. 더욱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 현장은 열정 페이를 요구하기만 한다. 


꿈을 꾸는 이들에게 그 꿈이 담보가 되어 현실의 본인을 파괴시키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폭력이다. 드라마 <혼술남녀>의 故 이한빛 피디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더는 유사한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린 고인의 죽음을 보다 심각하게 바라봐야만 한다. 그 청년의 극단적 선택은 단순히 그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 착취가 기본적인 구조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4
  1. 함께사는우리 2017.04.18 19:3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단, 드라마 촬영현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업무상 미숙 등에 대해 사람 귀한 줄 모르고 하는 인격모독 등의 행태는 오히려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일을 재미없게 만들뿐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회사측에서도 인원 충원 등을 통해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겠고 일을 하는 기존 직원들도 본인들의 역량과 비교해 신입직원이나 계약직 직원 등의 업무상 미숙에 대해 인격모독 등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기보다는 적정선에서 차근차근 알려주기를 반복 또 반복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도 보다 수월하게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과다한 업무 등에 대해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상태에서 인원부족 등의 업무환경이 열악할 때, 직원들에게 과부하를 주면서 닥달하기보다는 차라리 회사측에 인원 충원 등의 업무 환경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세상에 2017.04.18 21:42 address edit & del reply

    혼술남녀 검색어에 떠서 검색해봤는데 이런 일이 있었군요. 몇몇 기사들을 보니 회사 '자체 조사 결과' 폭력이나 괴롭힘 같은 건 없었다는데 요즘 누가 자체 조사 결과를 믿나요? 부모님을 불러 혼내는 것도 웃겨 죽겠지만 세상에... 비난과 욕설이 가득한 카톡 내용, 녹취가 있음에도 불과하고 괴롭힘이 없었다니. 게다가 고인이 나약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몰아가다니. 어이가 없네요. CJ 굉장히 실망입니다.

  3. 신디 2017.04.18 23:13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우리는 꼭 이렇게 누눈가의 죽음이 있어야 그때서야 문제점을 제시하는듯 해요
    수많은 사람들이 인격을 뭇시당하고 서로 갑이 되려고 하는세상 이 너무 안따갑네요
    인생의 반을 살았고 이제 제자식들이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야 사는데 우리네 삶 도 힘들었는데 세대가 밖이었는데 보다 더 팍팍 한듯 해서 안따갑네요

  4. BlogIcon 별책부록 2017.04.19 14:3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단 방송제작환경만 그런게 아니라. 광고, 프로모션, 축제 이벤트쪽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아요. 노동환경이 비슷한 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게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방송이나 광고는 그나마 메이저산업이라 기사화도 되지만. 프로모션이나 행사 이벤트 기획 연출 하는 쪽은 대부분 중소기업체라 잘 급여도 메이저만큼은 아니고.. 추가수당이나 주말수당은 고사하고 복지나 노동환경이 더 열악하고 집에 못가는 날은 비슷하네요. 군대식문화는 뭐 사회에 뿌리깊으니까. 말해봤자 입만 아프죠. 연속으로 며칠 밤을 한숨도 못자고 꼬박새면서 밥대신 에너지드링크로 비수면 시간을 연장하고.. 집에 못가면 찜질방가서 자고 씻고.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하는 기업과 공기업. 그리고 공공기관 광고주들의 말도 안되는 갑질에~ 대행비랑 전문인건비 까면서 견적 다 후려치고~ 매일 시간 개념 없이 아침이고 밤에도 전화해서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하면 수발드느라 집에 갈 생각들을 못하죠. 어쩌다 집에 일찍 가는 날은 로또 맞은 날이에요.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업계도... 이런 이유때문에 3년까지 버티는 친구들이 많지가 않아요... 다들 하고 싶고 좋아해서 꿈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이젠 몇년 일하다보면 꿈따위는 개나주고 수익내는것에만 혈안이죠 뭐. 책 제목에도 있죠. 대한민국은 갑과 을의 나라 라고.. 사람 대 사람. 조직 대 조직, 회사 대 회사.. 모든게 갑과 을로만 결부되네요. 외국은 갑과 을이 아닌 Part 1,2 인데...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도 대한민국이 갑과 을의 나라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살아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