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19. 09:40

귓속말 8회-흔들리는 믿음 속 이보영의 반격, 왜 반가울까?

촘촘하게 짜여진 이야기는 재미있다. 부지런한 악을 잡기 위해서는 더 부지런해야 한다. 쫓고 쫓기는 관계는 수없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공간은 협소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긴박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런 인간 탐욕들이 만나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진실을 얻고 안전을 받다;

10년vs4년 믿음은 언제나 흔들린다, 모든 패를 내보인 전면전과 타협 속 영주 반격은 시작된다



영주의 아버지인 신창호의 누명을 풀기 위해 시작된 싸움은 결론을 맺는 듯했다. 모든 실체를 알고 있는 수연이 영상 녹화를 통해 그날의 진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일이 살인범이고 최초 신고자인 신창호는 누명을 썼다는 증언은 그렇게 악을 무너트리는 결정적인 한 방이라고 확신했다.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공존을 위해 타협을 시도하기도 한다. 법은 심판이 아닌 타협이라는 정일의 말처럼 공격 받은 유택은 아들 정일에게 수연을 버리라 한다. 동준과 영주는 수연을 흔들어 정일을 벌리라 한다. 둘 중 하나는 무너지는 상황에서 둘 중 하나는 살고 누군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 


'낚시터 살인사건'은 수연과 정일에게는 중요했다.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아버지들의 일을 처리하던 두 남녀는 그렇게 비가 오던 날 낚시터에서 지독한 운명의 장난 앞에 서야 했기 때문이다. 해직 기자를 죽인 것은 정일이 아닌 백상구였다. 뒤늦게 도착한 정일의 모습을 수연은 살인자로 기억하고 있다. 


동준과 일환이 힘을 합해 유택과 정일을 밀어붙이자 불안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일은 살인죄로 교도소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연을 버려야 한다. 수연은 품은 채 이 난국을 돌파할 수는 없다. 수연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먼저 고백을 하는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 싸움에서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정일은 수연이 흔들리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동준과 기자들 앞에서 키스를 하는 모습까지 목격했다. 이런 상황들은 동일에게 불안을 증폭하게 만들었다. 더욱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까지 수연을 버리지 않으면 살인죄를 짊어지라는 말까지 들었다. 


수연 역시 이런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그날 지하 주차장 CCTV 영상을 가져간 것이 정일의 최측근인 조경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모여서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수연은 문제의 영상을 거울을 통해 목격하게 된다. 정일을 자신을 팔았다는 확신을 받는 순간이다. 


믿음은 흔들린다. 10년 동안 강직했던 판사 이동준도 자신의 안위 앞에 흔들렸다. 4년 열애했던 수연과 정일의 관계 역시 개인의 문제가 불거지며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다. 불안은 커지고 정일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확신이 든 수연은 영주와 동준 앞에서 녹취 영상을 촬영한다. 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수연이 문제의 영상을 봤다는 사실을 안 정일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다. 동준을 무너트리고 영주의 아버지인 신창호를 범인으로 몰아갔던 판결문이 바로 그것이다. 판결문은 1주일 전 태백의 주인인 일환이 작성했다. 그렇게 판결문을 받아들고 동준은 정략 결혼을 했다. 이 판결문은 말 그대로 동준과 일환을 모두 무너트릴 수 있는 히든 카드였다. 


서로 결정적인 증거를 쥔 이들은 공멸할 것인지 타협을 통해 함께 살 것인지 결정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타협을 선택했다. 김성식 기자를 살해한 자로 백상구의 수하 한 명이 지목되었다. 그렇게 살인사건은 정리되었다. 신창호는 무죄를 받고 풀려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찾았다고 그들은 확신했다. 


정일도 수연도 법정에 서거나 위기를 더는 맞이할 이유가 없다. 일환과 유택 모두 자신들의 회사인 태백과 보국을 잃을 이유도 없다. 그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이 합의는 그렇게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변수는 영주였다. 그들에게는 행복한 결말일지 모르지만 영주에게는 그렇지 않다. 


영주가 경찰에 복귀를 한다고 해도 그게 정의는 아니다. 진실은 감춰진 채 그렇게 서로의 이해 타산을 통해 만들어진 결말이 행복으로 이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리주의의 맹점은 그렇게 다시 영주를 통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바보 같이 왜 그랬을까. 난 이렇게 가는데 그 사람들이 이겼어" 죽음을 앞둔 영주의 아버지가 넋두리처럼 한 이 말은 영주를 흔들었다. 아버지가 읽던 '한국독립운동사'는 모든 것을 다 증명한다. 


정의를 위해 타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타협하지 않은 강직했던 아버지. 그의 마지막 위해 딸인 영주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되찾는 것이다. 거악과 법비들 싸움에서 영주가 버티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의 모든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이들이 손을 잡고 영주와 싸움을 한다면 결말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합집산이 되어버린 이 두 권력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영주를 공공의 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새로운 판은 짜여졌다. 그리고 이제는 타협은 존재하지 않는 정면 승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 그 적폐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타협은 정상적일 수는 없다. 적폐는 언제든 다시 악이 되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적폐 청산이라는 발언은 사라졌다. 적폐 세력들은 국민을 볼모로 여전히 행패를 부리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타협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적폐 대상으로 삼아 전면전을 펼치는 것이라 외치기도 한다. 박근혜당을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이 있으니 적폐 청산은 곧 국민들에 대한 전쟁 선포라는 식의 여론 몰이는 서글프고 씁쓸하게 다가올 뿐이다. 


친일파가 그리고 독재자와 부역자들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생존 본능은 그렇게 이번 대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4.19 혁명이 일어난 지 57년이 되었다. 부패한 이승만 정권을 무너트린 시민 혁명은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독재자의 몫이 되었다. 


그 역사의 아이러니는 결과적으로 독재자 박정희에게 호재였고, 그의 딸 박근혜까지 권력을 잡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다시 촛불은 광장을 밝혔고, 유령 박정희를 앞세운 박근혜가 무너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 촛불 정국의 아이러니는 유령처럼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귓속말> 속 신영주가 수연의 녹취 파일을 가지고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 반가운 것은 그런 어설픈 타협이 우리사회를 부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타협하고 적폐 세력들은 여전히 권력을 부여 받는 역사는 결국 희대의 국정 농단 사건을 만들어냈다.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적폐에 대해 국민은 청산 하라고 외치고 있다. 


다시 어설픈 타협으로 적폐 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우리의 역사는 57년 전 4.19 혁명이 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정부 민주주의 혁명은 시민들이 이끌었다. 하지만 정치를 한다는 자들은 그렇게 독재자를 품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20년을 훌쩍 넘게 독재에 담보 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린 다시 그날 앞에 서 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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