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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진정한 독설가를 꿈꾸는가? 그럼 W라도 봐라!

by 자이미 200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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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는 무척이나 독특한 인물입니다. 대한민국 연예인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하면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물론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사회를 이야기한 전력이 그를 현재의 위치까지 올려놓았던 중요 동력이기는 했습니다.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코미디언이 있습니다. 바로 베페 그릴로라는 인물이지요.

이탈리아를 움직이는 코미디언

이탈리아는 우리의 미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탈리아 언론을 장악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처럼 대한민국의 언론도 MB정권에 의해 종속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언론장악을 통해 이탈리아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책에 반하는 이야기를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어떤 비판세력도 존재하지 못하는(아니 존재해도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없는 상황) 시대에 영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이지요.

그는 공영방송에서 정치를 풍자한 가벼운 말 한마디로 인해 방송에서 퇴출(1983년) 당했습니다. 이후 그는 방송을 떠나 직접 시민들과 만나 정치를 풍자하고 세태를 비판하는 진정한 독설가가 되었습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그가 내놓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탈리아의 기존 언론보다 더욱 높은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언론의 90% 정도를 장악한 거대한 미디어 기업의 총수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탈리아를 좌지우지할 수있는 거대 기업가이자 정치인입니다. 2008년 3선 총리가 되면서 더욱 그의 몰염치한 정치는 이탈리아 국민들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다고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수정법안을 국민적 합의없이 다수결로 밀어부쳐 강행 처리하기도 했습니다(이 부분에서 익숙한 모습들을 떠올릴 수있을 듯 합니다).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베를루스코니 취임 초기 강행한 법안때문입니다. 정부 최고위 공직자 네 명에게는 면책권을 주자는 '로도 알파노법'은 총리, 대통령, 상하위의장에게는 재임기간중 면책 특권을 주자는 이 법령으로자신에게 그 어떤 죄도 물을 수없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취임전 문제가 되었었던 탈세와 뇌물수수, 횡령등에서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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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가스파리법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한 베를루스코니는 영구 집권을 위한 초석들을 모두 만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3선의 총리가 되기도 했겠지만 말이죠. 언론을 장악하고 정권을 통제함으로서 철저하게 이탈리아를 장악한 그는 무솔리니 이상의 그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코미디언이 펼치는 '미친소리'라는 퍼포먼스는 언론과 정치인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썩어가고 있는 이탈리아에 그나마 숨을 쉴 수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다른 누군가가 아닌 대중의 지지를 얻고 편하게 다가갈 수있는 코미디언이 행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는 세상 진정한 독설가가 되고 싶은가?

김구라는 인터넷 시절 많은 독설로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육두문자를 기본으로 다양한 허상들에 날까로운 독설을 퍼부었던 그는 이제 그런 독설을 사라지고 타인을 비하하는 발언만 일삼고 있습니다.

인터넷시절에도 주가 되는 대상이 연예인이기는 했지만 부폐한 사회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던 그에게서 현재 정부를 비판하거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하는 나를 이해하라는 말로 일반 생활인이 되어버린 그에게 독설은 그저 자신의 윤택한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듯 합니다. 인터넷 시절 그의 독설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연예인들을 비꼬고 욕을 함으로서 이슈의 중심이 되고 이를 통해 나름의 인기를 얻어 살아가는 그에게서 '베페 그릴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김구라라는 인물이 꼭 이탈리아의 베페 그릴로가 되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누구도 그에게 그걸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강요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경규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있을까요? MB맨으로 확실하게 자기 표현을 한 그에게서 현정부를 비판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호통 개그를 한 박명수에게 베페의 모습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는 명확하게 웃음을 위한 호통을 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지요. 왕비호가 베페의 모습과 비슷한 측면들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시절의 김구라라는 이미지와는 비교할 수있는 상황은 아니지요.

말장난과 동료 연예인들을 비꼬는 일을 접고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풍자를 할 의향은 없는 것인가요? 최양락의 표현처럼 "타인이 듣고도 함께 웃을 수있는 개그만이 진정한 개그"라고 김구라에게 이야기했듯 개인에 대한 비난 개그는 용인될 수있는 범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를 듣고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이는 더이상 웃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김구라가 공동 진행하는 방송에 나왔었던 '에픽하이'의 DJ투컷츠가 이야기했듯 "현재까지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다시 인터넷으로 돌아간다면.."이란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의 재산을 모두 환원하라는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다시 인터넷을 돌아간다면 그는 대한민국의 베페 그릴로,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진정한 '독설가 김구라'가 될 수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컷츠를 비롯한 몇몇 연예인들이 인터넷 시절의 김구라에 대한 향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타인을 비난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그저 그런 연예인이 되어버린 김구라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요구해야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W>에서 보여졌던 이탈리아 코미디언의 모습을 보며 이탈리아처럼 되어가는 대한민국에도 이런 풍자를 바탕으로한 시원한 독설가가 그리워서일 듯 합니다.


- MBC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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