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3. 12:51

알쓸신잡 1회-이순신 숨결의 과학적 분석 속 알쓸신잡의 재미가 담겨있다

지식에 대란 갈구가 심해진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을 보고 느낀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이런 흐름은 CJ E&M의 큰 흐름으로 실현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각자도생이 일상이 되면서 수동적 지식에서 능동적 지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큰 흐름에서 <알쓸신잡>은 큰 이정표가 될 듯하다.


여행과 상식의 만남;

중년 남자들의 여형기 속 만담, 나영석 사단 근간 흔들지 않으면서 변화를 선택했다



성공할까? 성공했다. 단정적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예능이라는 사실은 첫 회 방송만으로 충분했다. 이미 충분히 검증된 인물들의 등장으로 성공 가능성은 컸다. 유시민, 유희열, 황교익, 김영하, 정제승으로 완성된 이들의 조합은 다양해서 흥미로웠다. 


통영으로 떠난 그들의 첫 여행은 많이 들떠 있었다. 중년 남자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과연 뭘까? 중년 여성들은 많이 여행을 다닌다. 물론 이것 역시 미디어 편향이 만든 이미지일지 모르지만, 우린 익숙한 모습을 '아줌마'라 지칭되는 중년 여성들에게서만 보이고는 했다. 


평균 나이 50이 넘은 이 남자들의 여행은 어떨까? 여행이라는 점에서 나이와 성별은 무의미했다. 통영을 간다는 사실에 들떠있던 그들은 버스에 올라서자마자 이야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주제가 시작되면 꼬리를 물고 수많은 주제들을 넘나드는 그들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 통상 하나의 주제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런 단순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으니 말이다. 하나의 주제로 시작하지만 그 주제에만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주제들을 장르마저 넘나들며 오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특별하게 다른 것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를 했었던 작가, 맛 칼럼리스트, 소설가, 과학자, 음악가 등 전혀 다른 지점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게 되면 당연하게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더욱 최고인 사람들은 그 만큼 폭과 깊이도 일반인들과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이들은 잘 증명해주었다. 


장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남자(물론 여자들 역시)들은 100이면 90명 이상이 '장어 꼬리'로 이어진다. 당연히 정력 이야기를 하기 위한 흐름이다. 통상 그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정력과 관련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장어의 종류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뱀장어를 쉽게 키울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와 이 뱀장어들이 어떻게 키워져 유통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끝이 없다. 이런 과정들은 이들의 여행에서는 일상적인 행태다. 너무 아는 것들이 많은 이들이 모여 수다를 떨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니 말이다. 


통영에 도착해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이 뚜렷했다. 누구 하나를 추종하기 보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 보기 좋았다. 각자의 흐름을 추적하는 자유 여행 역시 <알쓸신잡>의 행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로 또 같이라는 형식은 나름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유시민과 황교안의 맛 부심이 대결 구도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나름 식객인 유시민과 유명한 맛 칼럼리스트가 보이는 나름의 알력은 밋밋할 수 있는 상황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의외로 수다쟁이인 유시민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풍성함은 '다찌'라고 불리는 통영 특유의 음식점에서 만개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던지는 말들 역시 흥미롭다. "햇살이 바삭바삭하다"는 시적인 표현은 언어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같은 느낌이라도 이를 어떻게 표현해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문학이 위대한 이유는 이런 삶의 풍성함을 부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순신 장군과 백석 시인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반갑다. 통영은 이순신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이질적인 인물들이 한 자리에 올려져 함께 이야기되어지는 것은 흥미롭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홀로 소외받은 이는 진행자 역할인 유희열이었다. 


유희열은 일반적인 시청자의 시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직접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 역시 유희열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과학자인 정제승 교수가 들려준 이순신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될 듯하다. 


수학여행을 왔던 정제승과 친구들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과연 오래 전에 숨진 이순신 장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지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고 한다. 과학고 학생들이 보인 지적 호기심이 결국 현제의 정 교수를 만든 힘이기도 했을 것 같다. 


그렇게 계산해 본 결과 엄청난 양이 지구를 뒤덮고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내뱉는 숨결의 양이라면 지구를 채우고도 남을 수준이니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순신으로 시작해 백석 시인의 짝사랑과 미토콘드리아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나영석 사단이 추구하는 예능의 기본은 여행이다. 그 여행을 빼놓고는 그 어떤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알쓸신잡>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한 인원이 모여 어딘가로 떠나는 형식에는 차이가 없다. <꽃할배>나 <꽃청춘>가 조금 다른 것은 여행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다. 


<알쓸신잡>의 재미 포인트 역시 이야기에 있다. 나영석 사단은 중년 남성들의 수다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라고 요구하고 있다. 첫 회 의외로 터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이야기들은 집중하면 내가 그 안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tvN은 O tvN을 런칭했다. 그 채널의 핵심은 이런 지적인 재미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재미와 의미를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그들의 장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어쩌다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인사들의 특강 역시 <알쓸신잡>과 유사한 측명이 있다. 


XTM에서 새롭게 시작한 <밝히는 과학자>의 경우는 <알쓸신잡>과 더욱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야기는 과학자들만의 대화라는 점에서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CJ E&M의 프로그램에는 '재미와 의미'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들의 프로그램의 흐름 속에 <알쓸신잡>이 있다는 점에서 이후 어떤 방송들이 만들어질지 궁금해진다. 나영석 사단과 다섯 남자의 수다 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