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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 2회-유시민 항송이유서 품은 순천 여행, 쓸데없는 지식에 왜 열광할까?

by 자이미 2017.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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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이어 두 번째 여행지는 순천이었다. 첫 여행에서 버스를 타고 갔지만 순천에는 기차로 떠났다. 자연스럽게 기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식은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이어졌다. 


쓸데없어서 쓸데있는 지식들;

여행지보다 남자들의 농담이 더욱 흥미로워진 나영석 사단의 예능



통영에 이어 순천을 찾은 아저씨들의 여행기는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그렇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풍성함을 만들어낸다. 기차에서 시작해 유시민 작가의 청년 시절 쓴 '항소이유서'까지 이어진 이야기의 향연은 흥미로웠다. 


1890년대 이미 지하철은 존재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운행되었다는 이야기는 시작이었다. KTX가 프랑스 떼제베를 들여와 만든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 고속 열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고속 열차가 선택되자 프랑스 현지에서 축제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기술로 세게 최고라 자부하던 독일을 이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프랑스였다고 한다. KTX를 타고 세계 열차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풍성하다. 순천에 도착해 남는 시간 선암사를 오르며 불교에 대한 이야기와 절 건축의 미학, 그리고 무소유 법정 스님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선암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펼쳐지 '비가치재'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거친 차량을 보며 시작된 독일에서 있었던 '단속 정보' 라디오 이야기를 통해 '공권력의 행사는 절제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민주주의 가치를 확인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로 풀어낸 '비가치재'에 대한 담론 역시 이 프로그램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알쓸신잡>에는 여행은 하지만 여행기는 아니다. 순천에 와서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지만 짧게 편집되어 양념처럼 보여질 뿐이다. 나영석 사단의 핵심은 여행이다. 그들의 뿌리는 <1박2일>이다. 그곳에서 시작해 tvN으로 넘어가 다양한 형태의 여행 버라이어티를 만들어왔다. 


여행은 말 그대로 나영석 사단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일한 형태의 여행이지만 각기 다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분명하다. 할배들과 누나들, 그리고 청춘들의 여행기와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마저 모두가 여행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들의 움직임 속에 공간의 가치는 크게 다가오니 말이다. 


<알쓸신잡> 역시 공간이 주는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그 존재 가치는 지역이 가지는 상징성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는 것이다. 통영과 순천을 여행지로 삼으며 이순신과 태백산맥이 핵심 화두가 되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듯 <알쓸신잡>에서 여행은 그 여행지에 존재하는 주제가 핵심이다. 


순천에 가면 어쩔 수 없이 꼬막이 생각나고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통영에서 '토지'를 떠올리듯, 순천에서는 '태백산맥'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여행은 문학 여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에서도 나왔던 벌교의 보성여관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빨치산이 파르티잔을 강하게 발음해서 만들어졌다는 것과 여순 사건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흐름은 '태백산맥'을 통해 퍼져나갔다. 유시민의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가 어떻게 쓰여졌는지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구치소에 갇힌 상태에서 스스로 '항소이유서'를 써야 했던 유시민은 모든 글을 머리로 쓰고 난 후 탈고도 없이 모두 썼다는 이야기는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판사들까지 돌려 볼 정도로 뛰어난 '항소이유서'를 13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도 놀랍다. 하지만 이 보다 더 놀라운 일은 한가롭게 고쳐가며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모든 것을 머리 속에 담고 풀어냈다는 점에서 유시민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영하 작가가 당시는 다들 그렇게 머리로 먼저 쓰고 원고지에 옮긴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판으로 글을 쓴다고 막 쓸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교정이 쉬워진 것은 분명하지만 글의 본질이 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떤 글이든 쓰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최소한 80%는 정리한 후 쓰는 것이니 말이다. 정재승 박사의 '45법칙'과 '몬테카를로 방식' 등으로 과학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만남을 통해 보다 다채롭고 풍성해진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성공하기 어려운 <알쓸신잡>이 큰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지식'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지적 허영심에 취한 이들도 있겠지만 지식에 대한 갈증이 큰 현대인들에게 그들의 풍요로운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다.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들을 취득하기 쉬워진 현대인들에게 그런 지식들에 대한 취합은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포털을 통해 지식을 찾는 것과 달리, <알쓸신잡>은 다섯 명이 출연해 다양한 지식들을 풀어놓는 점에서 편리성으로 다가온다. 굳이 내가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적절하게 많은 고급 정보들이 적절한 수위로 담겨져 있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알쓸신잡>은 흥미롭고 유익한 방송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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