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1. 10:21

비밀의 숲 1회-조승우 배두나 묵직함 품은 장르극 진짜가 등장했다

검사 스폰서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현장을 목격한 황시목 검사와 출동한 한여진 경위는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첫 회부터 빠른 진행 속도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밀의 숲>은 예고편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예고편이 너무 그럴 듯한 영화나 드라마가 본편은 허무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물건이 등장했다. 


시의적절한 주제;

감정이 제거당한 검사와 감정이 폭발하는 형사,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펼치는 장르극의 재미



첫 회부터 제대로 터졌다.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함이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이는 첫 회나 초반 시청자들을 묶어두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비난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저 유명 배우만 존재하는 허탈한 이야기의 영화나 드라마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독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했던 시목은 어린 나이에 큰 수술을 했다. 감정을 통제 하는 수술로 인해 시목(始木)은 감정이 사라진 존재가 된다. 크고 작은 감정이 사라진 그에게는 인생에 큰 낙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타인의 감정을 나눌 수 없는 시목은 그렇게 철저하게 공정해야 할 법조인이 되었다. 


경찰대 출신의 어린 여자 경위 한여진은 팀원들과 모두 원활하지는 못하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남자들의 세상인 강력계에서 나이든 부하 직원의 거리 두기를 쉽게 떨쳐내기 어려우니 말이다. 출동한 현장에서 정지를 무시하고 떠나는 시목을 따라가다 범인으로 지목된 케이블 기사인 강진섭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추격전을 통해 여진은 강진섭을 잡아내지만 검사인 시목에게 빼앗긴다. 박무성 살인사건에 검찰 고위간부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가 스폰서이기 때문이다. 검찰 스폰서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창준 차장과 서동재 검사는 당황한다. 


박무성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이창준과 서동재에게는 호재다. 스폰서였던 그가 폭로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사건 담당자가 황시목이라는 사실이 두렵다. 그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피도 눈물도 없는 황시목이기 때문이다. 


시목은 잡힌 범인인 강진섭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이창준 차장검사와 서동재 검사를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황시목은 박무성을 통해 이들을 잡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었다. 검찰 스폰서인 박무성이 위기에 처하며 스폰서 리스트를 폭로하려 했다. 시목이 무성의 집을 찾은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다. 


무성의 어머니와 함께 들어간 집에서 부엌칼에 찔린 채 숨진 박무성. 주변 환경을 통해 빠르게 현장에 있었을 용의자인 강진섭을 특정했다. 황시목의 수습이었던 영은수 검사는 문제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이창준은 두려운 황시목이 아닌 조정이 가능한 어린 영 검사에게 사건을 맡겨 조종하려 했다. 


시목은 박무성 집 앞에 주차 된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문제의 시간 케이블 기사가 그의 집에 들어서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출입 당시 박무성이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문제는 이 영상이 오히려 박무성 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진범을 잡지는 못하고 케이블 기사가 진범이라는 확신만 심어주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검찰 스폰서인 박무성이 죽었다. 하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허무하게 케이블 기사에게 살해 당할 수는 없다. 더욱 케이블 기사는 자신의 정체가 모두 드러나는 상황에서 강도로 돌변해 집주인을 죽이는 무모한 일을 하기 어렵다.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창준 차장 검사가 선택한 영은수 검사는 첫 사건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도 모른 채 마리오네트가 된 것도 몰랐다. 그저 영상을 마지막에 공개해 승리했다고 자신했다. 시목이 찾은 영상에서는 박무성이 직접 문을 열어주고 케이블 기사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다시 나오는 시간까지 2분 35초가 걸렸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사건은 벌어졌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케이블 기사가 범인이라는 사실만 명확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끝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검찰 스폰서로 궁지에 몰린 박무성이 케이블 기사에 의해 살해 당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현실이니 말이다. 


두 달이 흐른 후 케이블 기사는 실형을 선고 받았다. 법정에서 공개된 영상은 강진섭이 살인범이라고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에 다른 이가 박무성을 살해하고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강진섭이 사태 수습보다 금품만 훔쳐 달아날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너무 짧았다. 의심은 가지면 증거가 명확한 사건에서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반박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박무성 살인사건이 일어난 동네에 강아지 사체로 인해 출동했던 여진은 그곳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다. 박무성이 죽던 날 강아지도 사라졌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강아지는 의외로 범인을 추적하는 이유가 된다. 강아지가 죽은 그 집은 박무성의 집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길목이기도 하다. 


결정적인 증거는 현장에 있었다. 월담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애물에 피가 묻어있었다. 그 피는 진범일 가능성이 높다.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한 이 피는 거대하고 음침한 '비밀의 숲'으로 들어가게 하는 신호가 된다. 그 시간 시목이 있던 검사실에 편지가 던져 진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편지는 억울하게 살인자가 된 강진섭이 쓴 마지막 유서였다. 자신의 누명을 씻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판단한 강진섭의 선택으로 인해 이 사건은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다. 여진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 그리고 누명을 쓴 범인은 자살했다. 


검찰 스폰서인 박무성의 죽음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검찰 수뇌부가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진실은 본의 아니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조작과 접대 상납 리스트를 가진 박무성. 그가 이 모든 것을 폭로하는 순간 검찰 수뇌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검찰 개혁을 시작했다. 검찰을 궁지로 내몬 우병우와 그의 지시를 받았던 검사들은 좌천을 당했다. 국정 농단하고 감찰 조직 자체를 붕괴시킨 우병우 사단에 대한 문 정부의 칼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검찰 개혁은 인적 쇄신과 함께 시스템 개혁이 함께 이어져야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하지 못한 검찰 개혁은 빠르고 날카롭게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집단 반발을 막아내기 위한 완벽하게 짜여진 검찰 개혁 시나리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런 시점에 <비밀의 숲>은 검찰 조직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비밀의 숲>의 시작이 되는 시목은 말 그대로 그 이름 안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시목(始木) 처음 시작되는 나무. 자신을 태워 비밀을 밝혀낸다는 의미의 '시목'이라는 이름에 작가는 모든 것을 담았다. 거대한 법비의 숲을 홀로 파헤치기 시작한 시목과 이를 돕게 되는 여진의 활약은 첫 회부터 매력적으로 터졌다.  


묵직하고 탄탄한 이야기에 영상마저 분위기를 압도하게 한다. 여기에 조승우와 배두나는 시청자들이 바란 것 이상의 매력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주변 인물들마저 웰 메이드 드라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다. 가볍지 않지만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비밀의 숲>은 진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1
  1. 김근형 2017.08.14 12:21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정주행중인데 이해되지않은 부분까지 설명이 잘되있어서 드라마보는데 많은 도움이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