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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1회-김재중과 유이가 만들어낸 기괴한 이야기의 시작

by 자이미 2017.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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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던 여자가 1주일 후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28년 동안 짝사랑만 한 채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 한심한 남자가 어느 날 맨홀 속으로 들어가 과거로 향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맨홀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초반 과한 연기의 어색함;

엘리스와 같은 이상한 나라에 빠진 필의 사랑 이야기는 과연 얼마나 시청자를 사로 잡을까?



최근 지상파 드라마는 최악이다. 믿고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존재하지 않는단 의미이기도 하다. 그럴 듯한 포장과 스타 마케팅이 더는 통할 수 없음은 명확하다. 작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최근이기도 하다. 새롭게 시작한 수목 드라마인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은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와 얼마나 변별성을 가지며 압도해나갈지 첫 회 만으로는 확신하기 힘들다.


한 동네에서 평생 함께 자랐던 친구들. 그 친구들 사이에도 묘한 감정들은 흐르고 어느 한 부분에 멈춰서 고이기도 한다. 필은 수진이를 좋아한다. 초등학생 때 짝꿍이 된 수진에게 고백을 한 이후부터 28살이 된 현재까지 필의 마음 속에는 수진이만 있다. 


평생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된다. 그것도 이제 일주일을 남기고 있다. 함까지 들어오고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수진이 결혼식은 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당일 술에 취해 함진아비와 싸우기까지 하지만 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년째 공부를 하고 있지만 필에게 공부는 힘들다. 친구인 석태에게도 공무원 시험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 9급 공무원 시험을 6년째 공부 중이지만 좀처럼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 필과 석태는 오랜 친구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언제나 필에게는 을과 같은 존재이기만 한 석태는 언젠가?는 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동등해야 할 친구 관계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필의 '빵셔틀'까지 하며 살았던 석태. 그는 복수를 하고 싶다. 공무원 시험에 먼저 합격해 당당하게 필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석태 역시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인물이었다. 


진숙이는 이들과 친구다. 한 동네에서 태어나 28년을 함께 자라왔던 4명의 친구들은 서로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자랐다. 수진이 여성스러움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것과 달리, 진숙은 외모와 달리,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모습으로 인해 필에게는 그저 남자와 같은 친구일 뿐이다. 


평생은 남녀가 아닌 친구로 지냈던 진숙이지만 어느 사이 필이가 남자로 다가왔다. 그렇게 좋아하는 필이 자신과도 절친인 진숙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달픈 일이다. 여기에 석태는 진숙이를 짝사랑한다. 서로 엇갈린 이 관계가 어떻게 풀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평생 좋아하지만 제대로 말도 못했던 필은 일주일 안에 이 결혼을 막아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동네 약국 약사로 온 박재현은 수진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그저 옆에서 기다리기만 했던 필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이었다. 


초등학생 때 한 고백 이후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했던 한심한 자신과 달리, 재현은 이 동네로 오자마자 수진이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무슨 짓을 해서 든 이 시간을 되돌려 바로잡고 싶다. 그런 필의 간절함에 화답이라도 하듯 맨홀 뚜껑은 필을 집어 삼켰다. 


마치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라도 하듯 맨홀 여행을 하던 필이 깨어난 곳은 과거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미래에서 온 필. 그 이상한 나라의 시작은 맨홀이었다. 엘리스가 토끼를 따라 구멍 속으로 빠져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듯 말이다. 모두가 고등학생인데 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필에게 그 모든 것은 기회다. 남겨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필에게 이런 기괴한 시간여행을 선물한 것은 외계인이다. 복잡한 지구를 떠나려다 한 없이 이상한 필을 보고 그에게 맨홀 여행을 선물했으니 말이다. 


차라리 이런 설정은 쉽게 빠져들게 한다. 어설프게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드라마보다는 시작부터 황당한 설정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준다.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첫 회인지 등장인물들이 제대로 극 중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재중, 유이, 정혜성, 바로는 이 드라마를 이끄는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얼마나 잘 연기를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첫 회는 불안하다. 열심히 하지만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전히 김재중은 연기를 잘 해보고 싶은 도전만 몸으로 그대로 전해질 뿐이다. 


너무 마른 배우들의 모습 역시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는 듯하다. 자연스러움이 아닌 인위적인 인상을 너무 마른 몸들이 대변하는 듯하니 말이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절실한 김재중이 어깨에 힘 빼고 보다 매력적인 필의 모습을 보여줄지는 중요하다. 


<특수사건전담반 TEN>을 집필했던 이재곤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반갑기는 하다. 하지만 전작과는 전혀 다른 장르가 과연 성공할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첫 회 설정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다음 이야기가 증명해줄 수 있을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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