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31. 10:18

2017 MBC 연기대상-김상중과 최교식 그리고 역적이 만든 가치

바뀌었다. MBC의 변화를 제대로 확인하게 되는 지점을 연말 연기대상에서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한 해 자사 방송을 정리하는 연말 시상식은 식상하다. 더는 새로울 것도 없는 상 나눠주기를 2시간 넘게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은 여전히 전파 낭비 같은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이번 2017 MBC 연기대상은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역적을 위한 MBC;

무명 배우 최교식과 대상 수상자 김상중, 그리고 역적을 통해 보여준 MBC의 다짐



MBC가 정상화의 길을 걸으며 맞이한 첫 시상식이다. 연예대상에 이어 연기대상이 이어진 연말은 방송사들의 시상식들이 즐비하다.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 시상이라는 점에서 관심도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MBC 연기대상이 관심이 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미 예고되었듯, 대상 수상자를 시상하기 위해 나선 인물이 MBC 사장이 아니라 무명배우 최교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와 사장이 함께 나와 마지막 대상자를 호명하고 상을 주는 것으로 시상식은 끝을 맺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017 MBC 연기대상>의 핵심은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이하 역적>이었다. 상이 남발되며 수많은 이들이 수상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특별했던 것은 대부분의 상을 <역적>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올 해 MBC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역적>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8개의 상을 수상한 <역적>은 작가상과 작품상, 대상을 모두 차지했다. 주요 상을 모두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홍길동의 윤균상에게 그 어떤 상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의아하다. 김상중이 대상을 받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윤균상에게 그 흔한 상 하나 주지 않은 것은 옥의 티였다. 


철저하게 망가진 MBC에서 <역적>이 방송되었다는 것은 기이했다. MBC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반대에 있던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방송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연말 새로운 사장이 새롭게 선임되고 정상화의 첫 발을 걷기 시작한 즈음 열린 시상식에서 중요상을 휩쓸었다. 이는 예측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다. 


신인상='투깝스' 김선호, '역적' 김정현, '도둑놈 도독님' 서주현, '미씽나인' 이선빈 

아역상='역적' 이로운, '왕은 사랑한다' 남다름 

올해의 작가상='역적' 황진영  

캐릭터상='미씽나인' 최태준(최고의 악역상), '군주' 김명수(투혼의 연기상), '미씽나인' 정경호(코믹 캐릭터상) 

황금연기상='도둑놈 도둑님' 안길강,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신동미, '미씽나인' 오정세, '군주' 김선경, '황금주머니' 안내상, '행복을 주는 사람' 송옥숙, '왕은 사랑한다' 정보석, '역적' 서이숙 

인기상='군주' 김소현, 김명수(인피니트 엘)

우수연기상='돈꽃' 장승조, '당신은 너무합니다' 장희진, '죽어야 사는 남자' 신성록, '자체발광 오피스' 한선화, '별별며느리' 강경준, '돌아온 복단지' 송선미, '투깝스' 김선호, '역적' 채수빈

최우수연기상='돈꽃' 장혁, 이미숙, '군주' 유승호, '병원선' 하지원, '돌아온 복단지' 고세원, '행복의 주는 사람' 김미경, '20세기 소년소녀' 김지석, '투깝스' 조정석, '역적' 이하늬

올해의 작품상='역적'

대상='역적' 김상중


드라마 '역적'에 출연한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상을 탔지만, 윤균상만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여전히 기이하다. 현재 다른 방송사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홍길동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윤균상은 최소한 많은 이들에게 준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로도 문제가 없었다. 


옥의 티가 된 윤균상 수상 실패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상식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시상식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았다. 바뀌기 시작한 MBC에 대한 기대감이 수상자들의 소감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가장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역시 대상 시상자로 나선 무명 배우 최교식이었다.


"올해 MBC에서 '역적'을 비롯해 10편 정도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제껏 연기하면서 이런 시상식에 온 것은 처음이다. 현장에서 먼지 마시며 땀 흘릴 때가 가장 보람찼다.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무명 배우들이 많다. 누가 보든 말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사람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사장이 서야 할 자리에 선 무명배우 최교식. 그는 드라마 <역적>에서도 제대로 된 이름도 불려지지 않은 민초 중 하나였다. 그런 그를 <역적>은 엔딩 장면으로 잡았다. 드라마가 외치고 싶던 메시지가 그 민초의 얼굴에 모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년 대상 수상자인 이종석과 함께 무대에 선 최교식은 들뜬 모습이었다. 단역 배우로 살아온 그에게 이런 시상식은 낯설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도 연기를 해오며 시상식에 온 것은 처음이라 했다. 비록 수상자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상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특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백성이 주인인 나라, 그 나라에서 백성의 아픔을 뜨겁게 절절하게 연기를 하신, 그리고 비록 한 회였지만 드라마 엔딩의 대미를 장식해 주신 우리 배우 최교식 님의 모습이 드라마 '역적'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박수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상 수상자인 김상중이 수상 소감을 밝히며 최교식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언급하는 장면에서 뭉클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역적>이라는 드라마가 담고 있는 가치와 무명 배우 최교식은 절묘하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중의 수상소감처럼 이번 시상식은 기존과는 달랐다. 


전반적으로 많은 상들이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는 점에서 특별할 것 없지만, 변화의 시작은 <역적>과 최교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말이다. 비록 모두가 알아봐주는 성공한 배우는 아니지만 그는 2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기자로 생활해왔다. 


그 기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굳이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다. 그럼에도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다는 최교식의 발언은 곧 MBC가 다시 걸어야 하고 걷고 싶은 길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최교식의 발언에 MBC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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