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19. 11:51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양정철이 말한 문재인의 아름다운 복수

SBS에서 새롭게 선보인 시사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정규 첫 방송되었다. 파일럿 방송이 끝나자마자 정규 편성 요구가 있었던 만큼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을 방송사가 편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가벼움 속에 사회적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는 좋았다. 


아름다운 복수;

양정철 전 비서관의 진정성과 강유미의 다스 투어, 블랙하우스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첫 방송은 솔직하게 파일럿보다는 못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슈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에 대한 피로감도 어느 정도 자리를 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피로감이 든다고 해서 그 중요한 내용들을 회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느냐는 이제 제작진들의 몫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인터뷰는 압권이었다. 발 빠르게 움직인 제작진들의 촉은 분명 좋다. 입국장에서 곧바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잡아둔 청와대가 보이는 호텔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시작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김어준의 노골적이고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 질문 공세는 이어졌다. 


김어준은 시작부터 강력하게 동시간대 방송되는 <썰전>의 유시민 작가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다른 일을 찾아보게 만들겠다는 발언은 <썰전>을 누르고 목요일 심야 시사 프로그램 승자가 되겠다는 포부이기도 했다. 0.8%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순위는 뒤바뀔 수도 있어 보인다. 유 작가 홀로 분전하는 <썰전>의 위기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니 말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최순실'을 보면서 월권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조언은 충분히 할 수는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이다. 현재 청와대 요직에 있는 이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밖에 있지만 충분히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문 정부 출범 초기 '3철' 논란을 앞세운 이들이 많았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3철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서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 전 비서관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을 실천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청와대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그릇의 차이라고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도 청와대도 정치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퇴임 하면 평생 그의 비서관으로 살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자신을 손수건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양 전 비서관은 그렇게 문 대통령이 훌륭하게 임기를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그의 인터뷰에서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문 대통령이 말한 '아름다운 복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여전히 자신의 지갑에 담고 다닌다는 문 대통령. 


그는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복수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명박이 노골적으로 고인을 끄집어 들여 정치 도구화 하려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면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복수는 누군가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복수라고 다짐했다는 문 대통령. 그런 그의 시선에 매료된 양 전 비서의 발언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담을 덜기 위해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채 야인의 삶을 선택한 양 전 비서가 말한 '아름다운 복수'는 그래서 꼭 이뤄져야만 한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재미를 책임지는 것은 강유미였다. 파일럿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들이대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았던 강유미는 이번에는 '504의 비밀'과 '다스 투어'를 감행했다. 이 판에서 자주 보이지 않았던 인물인 강유미를 이런 식으로 활용한 것도 제작진들의 좋은 선택이었다. 


다스가 최소한 이상은 회장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다스 투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8년 동안 이 회장의 차를 몰았던 김종백이 밝힌 내용을 보면 더 기괴할 정도다. 회장에게는 법인 카드조차 발급이 안 되어 운전기사의 개인 카드를 대신 사용했다는 증언은 경악할 일이다. 


이명박 부인이 국가 돈으로 명품을 구매해왔다는 최측근의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지 회장인 자신의 형에게는 인색하기만 했던 이명박은 기괴한 존재다. 남북 관계의 중요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반갑다. 


북한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극우 세력들에게 최근의 화해 모드는 불편하기만 하다. 박정희 시절부터 서로를 이용하며 남과 북을 지배해왔던 독재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할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가 나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분석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김일성을 앞세워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김정은의 전략. 핵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불안. 북한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과정은 분명 좋은 과정으로 다가온다. 적을 알아야 제대로 대비를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북한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만 하다 보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게 한 첫 방송이었다. 몇 회의 방송을 하면서 틀을 바로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뷰와 이슈 정리, 그리고 벙커를 통해 북한 문제 등 보다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만들어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강유미의 가벼우면서도 묵직해져 가는 돌직구 인터뷰와 김어준의 진수를 보여줄 인터뷰 등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상징하게 되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