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7. 11:03

숲속의 작은 집 1회-박신혜와 소지섭 흥미롭게 시작한 오프 그리드 실험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서기 시작했다. 충분히 예견된 방향이라는 점에서 놀랍지는 않다. 나영석 사단이 추구하는 예능의 끝은 이미 노르웨이 공영방송인 NRK에서 방송한 다양한 예능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얻은 힌트로 삼시세끼를 해먹던 그들은 이제 오프 그리드까지 진입했다. 


슬로 티브로 간다;

박신혜와 소지섭 내세운 나영석 사단의 새로운 진화된 예능



제주 깊은 산 속에 두 채의 집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오프 그리드다. 전기도 물도 자생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며 전기는 태양열로 쉽게 얻어낼 수 있다. 물이 문제일 뿐 오프 그리드라고는 하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환경이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는 주제는 방송이 시작되며 왜 이렇게 잡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기존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도시를 떠나 나 혼자 힐링을 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제작진은 유명 스타를 앞세워 실험에 나섰다. 


완벽하게 같은 조건 속 두 남녀가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 지켜보는 형식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개입이 많다. 다양한 주제를 던져 두 남녀가 이를 수행해가며 느낌을 밝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실험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박신혜는 2박 3일 동안 실험을 위해 많은 짐을 가지고 왔다. 아직 추운 날씨를 대비한 옷이 한 가득이었고, 식사를 하기 위한 다양한 식재료가 다른 가방을 채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왔다고 볼 수 있다. 소지섭의 경우 1박 2일 동안의 실험에 참가했다. 


운동 선수 시절 많은 경험을 토대로 가방 하나에 단촐하게 짐을 챙긴 점이 특징이었다. 옷도 단벌에 식재료 역시 집에서 준비한 고기가 전부다. 기본적으로 삶의 괘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두 실험자의 짐마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그들에게 더 덜어낼 짐을 집 밖으로 내놓으라는 제작진의 요구는 '미니멀리즘 게임'의 일환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진 수많은 것들 중 20% 정도만 사용하는 현대인. 그런 현실을 반영해 하루에 하나씩 물건들을 버리는 운동이 한때 유행이기도 했었다. 그렇게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내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만든 실험이었다. 


식사도 흰 쌀밥에 단 하나의 반찬으로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운동을 하고 있어 고기만 먹는 소지섭에게 오히려 쌀밥을 먹으라는 요구가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였고, 박신혜로서는 김치마저 반찬인 상황에서 멘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소고기 뭇국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단촐하지만 값진 식사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도 나쁘지는 않았다. 


산 속의 어둠은 빨리 오고 온도 역시 빠르게 내려간다. 집 안에는 난로가 준비되어 있고, 스스로 땔감으로 불을 피워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도 한정되어 있고, 하수 처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화장실까지 실험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한정된 수준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오프 그리드였다. 


ASMR 실험은 이미 유명하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방식을 위해 자연의 소리를 듣는 방식은 그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다. 일상의 현대인들은 수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 별들을 막아 서고, 수면마저 방해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이다. 


차량만이 아닌 여전히 변화 중인 도시는 수많은 소음들을 품고 살아간다. 잠시라도 완벽하게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없는 도시의 삶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숲속의 작은 집>에서는 가능하다.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숨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조용한 숲속에는 벌레와 짐승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바람 소리와 환경에 따라 빗소리만 들리는 그곳은 ASMR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산을 찾는 이유 역시 이런 다른 환경에서 힐링을 찾기 위함이기도 하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라는 미션 역시 현대인들에게는 생경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아침 햇살을 그대로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돈이 많으면 햇살도 제대로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창문을 열기도 두렵다. 바로 옆에 다른 집이 존재하는 건물들 속에 갇혀 살아가는 그들에게 아침 햇살은 사치에 불과하다. 


자연에서 아침 햇살에 눈을 뜬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아침 자연의 냄새와 새들의 지저귐까지 함께 한다면 그 보다 더 황홀한 아침은 찾기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텐트를 가지고 야외로 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의 소리를 찾으라는 지시에 소지섭은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개울 소리 만으로 길을 찾아 계곡으로 향한다. 


주변의 조용함은 시각적인 한계에서도 쉽게 목적지를 찾게 해준다. 그렇게 찾은 작은 계곡에서 찾은 물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을 하게 해준다. 나영석 사단의 새로운 시도는 반갑다. 그리고 일정 부분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 역시 크다. 


제작진의 개입이 너무 많았다. 다양한 영상들이 등장하고 내레이션까지 깔리며 기존의 다큐 프로그램과 변별성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소지섭과 박신혜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변화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에 너무 집착한 것은 아쉽다. 


다양한 미션을 준 것은 아직 오프 그리드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너무 가르치는 듯한 모습이었다는 점은 아쉽다. 미션이 오히려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사전 공지를 통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제시한 채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더욱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큰 틀을 정하고 알아서 살아가는 방식을 취한 것에 비교하면 수많은 간섭들이 <숲속의 작은 집>을 규정한다. 실험 참가자들과 시청자들에게 너무 강요하는 듯한 방식은 아쉽다. 그렇게 강요하지 않아도 시청자들 스스로 그 자체에서 다양한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되니 말이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실험은 결국 예능의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기차 혹은 여객선을 타고 가는 그 모든 장면을 생중계로 방송한 이 극단적 실험에 노르웨이 국민 절대 다수가 시청했다. 경이로운 시청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연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나영석 사단의 최종 지점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노르웨이 국영방송의 실험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숲속의 작은 집>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너무 많은 제작진의 간섭은 오히려 집중을 방해했다. ASMR을 이야기하며 오히려 제작진들이 이를 막는 기이한 상황이니 말이다. 제작진의 과한 개입만 없었다면 더 좋은 예능이 되었을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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