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7. 10:52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원미동의 추억 속 자영업자 위기는 최저임금 탓이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과연 올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임기 내 1만원 시대는 불가능하다고 사과했다. 1만원 시대에 대한 국회의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 집권 후 자한당은 방탄 국회만 이끌었을 뿐 제대로 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 일방적 거부가 이어지니 보이지 않는 세력들은 1만원 시대를 부정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노동자는 잘 살면 안 된다;

1만원 시대 붕괴 목적으로 만들어진 을과 을의 대립 구도 누가 조성하는 것인가?



노동자들의 시간당 1만원 시대가 오면 세상은 망한다는 논리를 펴는 자들은 존재한다. 현재 경기가 어려운데 노동자의 임금만 상승하면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강변하는 경제지도 있다. 재벌들이 얼마나 많은 사내보유금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런지에 대한 대답은 없다.


30대 재벌들의 사내보유금이 '883'조 시대를 맞았다. 지난 해 700조 대에서 70조 이상이 더 모였다. 돈 벌어서 자신들의 금고 속에 넣어 만 둘 뿐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를 더 좁혀 5대 재벌 사내보유금을 보면 617조에 달한다. 말 그대로 5대 재벌이 돈줄을 묶으며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재벌사들의 불공정거래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문제다. 후려치기가 일상이 되어있고, 현금 거래가 아닌 어음으로 돈줄을 쥔 채 하청업체 목조르기가 일상인 그들로 인해 한국 경제는 기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돈은 상위 5위 권 이내의 재벌들에게만 돌아가는 기형적 요소는 정상이 될 수가 없다.


돈은 돌고 돌아야 의미가 있다. 사내보유금의 900조에 가까운 돈들이 묶여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오너만 지키면 되는 재벌가의 행태를 보면 더욱 위험해 보일 뿐이다. 노동자의 삶보다 소수의 오너 일가을 위한 정책으로는 경제의 미래는 불안함을 넘어 공포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쌀과 연탄만을 취급하던 김포슈퍼는 점포를 확장하면서 다른 물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른 물품이라는 것들은 공교롭게도 근처에 있던 형제슈퍼가 주로 팔던 것들이었지요. 화가 난 형제슈퍼는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쌀과 연탄을 맞불 놓는 식으로 들여다 놓으면서 사달은 시작됐습니다. 두 가게 사이에는 이른바 출혈 경쟁이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서 강퍅해진 동네에서 빤한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점들의 애환… 같은 골목길에서 벌어진 을들의 전쟁… 사실 따지고 보면 최저임금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골목길 전쟁도 힘없는 을들의 전쟁… 그것도 가게끼리의 경쟁이 아닌, 역시 빤한 수입을 놓고 가게 주인과 점원 사이에 벌어져야 하는 이 안쓰러운 을들의 전쟁…"


"최저임금 1만 원. 그것이 가져다줄 것이 꼭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근처로 가게 할 줄은 알았던, 좁고 멀고 험한 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성급한 것이었을까. 주무장관은 그 공약에 못 미치는 액수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금도 여전히 무리인 것 같다면서 난감한 표정이고 대통령은 결국 사과했습니다"


"우리에게 최저 임금 1만 원은 그토록 멀고도 아름다운 목표였을까… 정부는 목표의 아름다움에 가려서 짐짓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는 듣지 못한 것일까…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 골목길 을들의 전쟁 뒤에서 안도하고 있는 갑들… 그러니까 이 모든 상황이 남의 일처럼 돼버린 대기업들이 관전자로 남는 한, 을들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


"앞서 말씀드린 김포슈퍼와 형제슈퍼는 양귀자의 소설 '일용할 양식'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일용할 양식'은 그의 연작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일부이지요. 부천의 원미동은 7~80년대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동네… 성장과 소외, 풍족과 빈곤이 치열하게 갈등하면서 공존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원미동. 한자로 풀이 하면 '멀고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위안이라면 원미동은 지금은 번화한 동네로 바뀌었다는 것. 물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양귀자 소설 '일용할 양식'을 인용해 최저임금을 이야기했다. 작은 동네 두 슈퍼가 벌이는 과다 출혈 경쟁은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재도 우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참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편의점 업주 모임이 나서 파업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분노하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호응이 좋지 않다. 그들이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은 신보다 위대하다는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다.


말도 안 되게 상승하는 월세와 프랜차이즈 폭리만 제대로 잡혀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삶은 지금보다 좋아진다. 당연히 알바생들의 알바비 상승을 우려할 수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놔두고 알바생들의 임금이 오르면 안 된다고 투쟁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누가 귀담아 들어주겠는가?


투기의 목적으로 건물을 은행 빚으로 구매하고 이를 세든 영세 업자들에게 물리며 부를 쌓는 기형적인 건물주들의 행태를 막아야 한다. 이는 제도적으로 막는 것 외에는 없다. 이자로 엄청난 이익을 올리는 은행은 고리사채업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합법적인 사채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들이 은행이 되어버렸다.


프랜차이즈는 좋은 의미로 보면 협동조합이나 같다. 실제 처음 시작된 외국의 경우는 우리와 너무 다른다. 하지만 한국의 프랜차이즈는 재벌가의 문어발 경영의 산물일 뿐이다. 재벌 3, 4세가 나오며 그들 가족들이 먹고 살 먹거리를 준다는 명목 하에 골목 상권까지 넘보는 일들이 잦아졌다. 


자생적 프랜차이즈도 갑부가 된 이들도 있지만 재벌가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도 많다. 그들은 고리사채업자로 변한 은행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건물주와 은행을 합한 것 같은 기괴한 형태의 운영으로 그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숫자가 늘면 늘수록 그들의 수입은 크게 증대한다. 역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업주의 수입은 반비례한다.


오직 건물주와 은행, 프랜차이즈 본사만 돈을 버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 자영업자 대부분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그저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악랄한 방식으로 법의 그늘 속에서 착취의 영업을 하는 이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들의 노비로 일하는 사장일 뿐이니 말이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당 문제에 대한 개선안들이 그저 국회에서 잠들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는 요원한다. 재벌들은 착취로 모은 엄청난 돈을 자신들의 금고 속에 넣어 둘 뿐이다. 그리고 재벌들의 눈치만 보는 언론은 연일 노동자들이 잘 살면 망한다는 논리만 펼 뿐이다. 정말 노동자가 잘 살면 나라가 망할까? 웃기는 소리일 뿐이다. 우리의 삶을 투견장 투견으로 만드는 자들이 누구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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