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0. 11:29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기무사 괴담 혹은 기무사와 괴담 이야기

한여름 무더위가 극심한 상황에서 괴담 이야기들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괴담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지만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괴담은 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역사적 사회적으로 풀어내 재미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괴담보다 더 무서운 기무사 이야기까지 풍성한 내용이었다.


괴담보다 무서운 기무사;

추억의 괴담 홍콩 할매 속에 숨겨진 사회성과 가짜뉴스의 기원



종영을 앞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상파에서 담아내기에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아쉬움을 더욱 키운 것은 지난 주부터 이어진 방송의 내용이었다.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종영과 결별이 답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어준이 공포를 주제로 삼은 것은 적절했다. 우리 사회 속 공포가 어떤 식으로 채화되어 우리에게 소비되는지 괴담을 통해 들어내는 것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영화평론가, 심리학자, 괴담수집가 등 다채로운 직업군이 출연해 들려주는 괴담 이야기는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었다.


겁이 없다는 김어준이 어린 시절부터 공포스럽고 이상하게 만드는 '화장실 기담'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흥미롭고 풍성했다. 학교 화장실에 대한 수많은 괴담 이유는 과거 학교를 오래된 묘지 위에 지어져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역사학자 전우용의 이야기는 사회적 역사적 함의로 시작되었다.


홍콩할매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해설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김민지 괴담'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전 교수는 홍콩할매 괴담이 유행하던 시점은 노령화 초입 시기로 악의적으로 노인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풀어냈다. 


괴담은 그렇게 사회적 문제를 풀어내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특정 집단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아 공격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군중 심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괴담들은 이제는 가짜뉴스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다.


가짜뉴스의 시작이라고 이야기되는 '평화의 댐'은 공포를 앞세운 가짜 뉴스였다. 당시 전두환이 북한이 물 공격을 하려 준비하고 실제 진행되면 서울시가 모두 잠긴다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전국민들에게 '평화의 댐' 건설 비용을 걷었지만,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드러났다. 


합리적 거짓말은 교묘하고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의 말은 많은 이들이 믿는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절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제 7광구'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합리적 거짓말을 국가가 하고 군중심리가 만들어지면 그건 '확증'이 되어버린다.


'4대강 사업' 역시 이런 합리적 거짓말이 만든 확증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거짓말로 찬양을 했다. 아니라 부정하는 다수의 대중들을 거짓으로 몰아간 이 한심한 자들은 여전히 학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이들이 만든 합리적 거짓말은 수십 조의 혈세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괴담이야기의 핵심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었다. 군인권센터, 군 검찰 출신 변호사, 역사학자, 국회의원 등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기무사가 왜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계엄령이 필요하다 생각된다면 합참에서 준비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합참은 제외되고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이유는 의아했다. 하지만 그 비밀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들이 계엄령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사적 흐름 때문이었다. 일제 강점기 특무대에서 시작된 방첩기관은  현재의 기무사 시작이다.


독립군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의 특무대에서 활동하던 김창룡이 이승만 정권에서 대한민국 특무대장이 되었다. 해방된 후 북한에서 붙잡혀 전범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자가 탈출해 대한민국 특무대장이 되는 사연은 그래서 서글플 수밖에 없다.


이승만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정적을 암살하고, 친일파 숙청을 막은 채 그들은 등용했다. 그렇게 우린 친일파 숙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이승만을 국부로 모시려는 자들이 왜 그렇게 사력을 다하는지 역사는 모두 이야기해주고 있다.


밀정으로 독립군들을 탄압하던 일본 특무대에서 시작된 역사는 방첩부대에서 보안사령부가 되고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만 바꾼 채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무사에 4천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울 정도다. 방첩 활동을 하는 군에 이렇게 많은 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 기무사가 왜 합참이 해야 할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을까?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의 제목에 주목한 군 검찰 출신 김정민 변호사의 지적은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 문건의 핵심은 바로 '합수업무'에 있다는 것이다. 


계엄은 합참에서 실시할 수 있지만, 이후 합수업무는 기무사의 몫이다. 합수업무를 시작하면 기무사가 모든 권력을 가지게 된다. 기무사령관은 대통령도 잡아 들일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쥐게 된다. 전두환이 보안사령관 시절 쿠데타를 일으켜 체육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합수엄무'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기무사가 합참을 배제하고 이런 문건을 작성한 것은 전두환 시절처럼 극단적 상황에서 자신들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들이 절대 변할 수 없다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합수업무'는 말 그대로 쿠데타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쿠데타 세력을 제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군인데, 주범이 그들이라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무사 해체는 당연하다. 다만 군사보안과 방첩 업무만 할 수 있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최근 언급되는 국군정보처) 그 일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것이 해법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계엄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지만 긴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전부가 계엄 상태였다. 군이 지배하는 시절이었으니 당연하다. 독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일어났다. 미 군정 역시 계엄이었고, 이후 등장한 박정희 시절 전부가 계엄이었다. 


박정희가 죽은 후 그 자리는 전두환의 몫이었다.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 독재 전부가 모두 계엄령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우린 계엄령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이다. 계엄령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산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게 다가올 정도다.


전 세계인들이 놀란 대한민국의 촛불 집회는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역사적 순간들이었다. 그 평화로운 시위를 보면서 군에서는 위수령에 이어 계엄령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끔찍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었다면,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은 탱크와 무기를 앞세운 군인들에 의해 어떤 탄압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괴담이라 치부하고 싶을 정도로 공포스럽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보고를 듣고 준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하지만, 합참의장은 금시초문이라 말하고 있다. 합참의장만 뺀 자리에서 계엄령 논의가 있었다면 이건 심각한 수준의 위법이다. 계엄령의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군 통수권자다.


당시 대통령이 탄핵 되어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그리고 기무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체계에서 '계엄령 문건'이 만들어지도록 지시하고, 보고 받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이었다.


문제는 황 전 국무총리와 한 전 국방부장관 모두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절차와 체계를 무시하고 기무사령관이 독단적으로 이 문건을 만들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절차와 체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군에서 이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것은 쿠데타 모의를 실제 했다는 의미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 군인과 그런 그들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이 기묘한 풍경은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 절대 권력을 가진 기무사는 더는 그 권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 적인 해체를 해야 한다. 더는 정치 권력과 결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무사를 해체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시 그들은 '계엄령 문건'을 만들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추억의 괴담으로 시작해 기무사 이야기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 '괴담'은 더욱 강화되었다. 차라리 '기무사 문건'이 그저 괴담으로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절대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괴담이 아니라 실제라면 그건 사건이다. 괴담이 사회성을 함의하며 만들어지는 가짜뉴스라면 '기무사 문건'은 가정이 아닌 실제 준비라는 점에서 이들 집단의 해체는 당연해 보인다. 독립투사 잡던 일본 특무대의 후신들을 뒤늦게라도 청산해야 할 시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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