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26. 10:29

추적 60분-취직에 절대 필수요소는 왜 느그 아버지는 뭐 하시노 인가?

추억의 영화가 된 <친구>에서 명대사로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것은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외치던 김광규의 대사다. 예능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이제는 하나의 유행어가 된 이 대사는 씁쓸하다. 아버지의 직업에 따라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취업의 전제 조건인 사회;
수많은 취업 비리가 쏟아지지만 정작 책임을 지는 이 없는 취업 비리 전성시대


취업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촛불 정부가 들어서며 만연해 있던 취업 비리가 세상에 알려져 최근 갑작스럽게 취업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다. 은행과 공기업에서 만연한 취업 비리는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모든 것은 취업 청탁으로만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은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해서 매년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오직 서민들의 피를 빨아 먹는 것이 전부인 은행은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선호 되는 직장일지도 모른다. 돈 놀이 하는 그들에게 망할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 보이니 말이다. 없어질 은행들은 없어지고 몸집을 키우는 금융그룹들은 그렇게 여전히 국민들의 등에 빨대를 꽂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집단이기도 하다. 

친인척 명부가 존재하고 이를 관리한다는 은행권의 채용 비리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최근 드러난 채용 청탁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은행들이 없을 정도다. 모든 은행들이 그동안 채용 비리를 저질러왔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다. 자신들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누군가 힘 있는 자들의 청탁을 받아 채용하는 사이 은행 입사를 준비하던 청년들은 좌절만 겪어야 했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지는 사회는 분노가 지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용광로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러난 채용 청탁 비리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넓고 깊게 이어져 왔었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분노는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청년 실업은 그 어느 시대보다 높다. 산업을 지배하는 재벌들은 더는 고용을 바탕으로 한 성장 시스템으로 가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이 되면서 그만큼 재벌들에게는 인력 충원이 요원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과거처럼 대학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던 시절은 이미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서울대를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운 시대가 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청년 실업의 일상화로 굳어져 가고 있다. 정치권은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목을 매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거두는 사례는 전무하다. 재벌들은 사내보유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넣어두고 있지만 국가와 사회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

동네 상권까지 빼앗아 탐욕적 수탈이나 다름 없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재벌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만 집착할 뿐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는 재벌가의 행태는 그래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벌의 성장은 국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금융권 채용비리는 충격이었다. 9개월간의 수사 끝에 무려 6고의 시중은행에서 695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현직 은행장 4명과 그룹회장 2명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었고, 은행권을 감시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마저 채용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명문대와 남성 위주의 채용 기준을 세워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채용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진 은행권의 행태는 분노를 불러왔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은행 취직이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분노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최종면접에서 1, 2등을 하고도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 채용 비리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게 한다. 다른 것도 아닌 최종면접에서 1, 2등을 한 지원자까지 탈락한다면 할 수 있는게 없다. 차라리 가족들과 청탁자들만 채용한다고 공고를 하는 것이 그나마 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채용 비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종손주를 채용했다고 비난을 받고 있는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사례도 예외가 아니다. 기준미달에 태도 논란, 그리고 여성을 뽑지 않는 기준에도 당당히 합격한 회장 종손주의 위세는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 것인다. 

강원랜드 취업 비리는 충격을 넘어 경악 수준이다. 2012~2013년 518명 합격자 전원이 채용 비리로 입사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강원랜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력이 아닌 청탁 외에는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성동 염동열 자한당 의원들은 20, 80여명을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자들이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하지만 방탄 국회는 제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고, 사법부 역시 권력을 가진 자들 눈치만 볼 뿐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검찰, 국회 법원의 결탁. 여기에 언론까지 제 역할을 포기한 상태에서 사회에 채용 비리는 만연하게 되었다. 구조적으로 가진 자들의 판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청년들이 향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공무원 7, 9급 시험을 앞두고 전국에서 수십 만의 수험생들이 서울로 들어오는 모습은 서글픈 장관이었다. 

누군 가는 청년들이 도전 의식이 없어 공무원이 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공무원이 편할 것 같으니 그곳에 들어가려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나마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정하게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곳이 공무원 시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직장들은 모두 청탁이 없으면 아무리 시험을 잘 봐도 합격이 안 된다. 최종 면접에서 1, 2위를 한 지원자마저 탈락하는 상황에서 누가 정당한 방법으로 합격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채용 시스템 속에서 청춘을 소비할 수는 없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에 만연한 채용 비리가 주 원인이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왜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위해 공무원 시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국가가 만든 죄악이다. 

채용 비리와 관련된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회장, 은행장, 국회의원 등 채용 청탁에 깊숙하게 연루된 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증명할 수 없다는 식의 법 논리로 비리를 제거하지 못하는 혹은 거부하는 사법부의 행태는 채용 비리 범죄를 부추길 뿐이다. 
강원랜드에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청년. 아버지는 IMF로 망가진 후 강원도 탄광으로 왔다. 집안을 살리고 아이들이 강원랜드 취직에 유리할 수 있기 바라며 광부가 되었다. 그렇게 광부의 아들은 꿈을 키웠고, 세 번이나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탈락했을 것이라 자책하던 아들은 거대한 채용 청탁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했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들을 화장하는 날 강원랜드 탈락자 구제 소식이 들려와 더욱 분개했다는 이들의 삶은 채용 청탁 비리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채용 청탁 비리를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이런 사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누구라도 예외일 수가 없다. "느그 아버지는 뭐 하시노?" 영화 속 대사가 여전히 유행어가 되어 살아남은 세상. 왜 우리의 취업에 아버지의 직업이 중요해야 하는가? 그걸 묻고 싶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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