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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라이프 5회-이동욱 조승우 흔들림과 공공의료원의 존재가치

by 자이미 2018.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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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이렇게 긴박하게 이끌어 가는 드라마는 처음일 듯하다. 병원마저 연애를 위한 장소만 되는 기존 의학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것이 바로 <라이프>이다. 의사 집단과 병원이라는 존재 가치, 이를 의료에 대해 문외한인 외부인이 들어와 흔들며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공의료원의 가치;

진우의 마음을 흔든 서현과 승효 흔들어버린 어린 아이의 울음



상국대학병원이 화정그룹에 의해 인수되면서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화정그룹이 상국대학을 인수한 것은 대학병원 때문이었다. 의료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그들에게 병원은 중요하다. 의료 사업의 화룡점정을 위해 절실한 병원 인수는 재벌가의 의료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었다. 


그룹 내 강성 노조 파괴의 일인자로 알려진 구승효는 그렇게 화정의 미래를 위해 상국대학병원 총괄 사장이 되었다. 철저하게 수익을 극대화하라는 지시를 받은 구 사장의 목적은 단 하나다. 최대한 이익을 내는 병원을 만드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오직 이익만 내려는 재벌가와 어설프게 보이는 의사의 가치를 보이는 이들의 대립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강직하고 소신 있는 의사는 소수이지만, 그들은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돈벌이에만 급급하지 않고 나름의 소신으로 환자를 보는 그들에게 구 사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다.


모두 잘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의사 집단이 뭉쳤다. 구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파업을 준비했고, 이를 실행했다. 하지만 파업에 능숙하지 않은 그들의 행동은 구 사장에게는 아이들 장난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실력 행사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런 파업은 일을 더욱 쉽게 해결하게 하는 이유일 뿐이다. 


병원 내부를 들여다보며 구 사장은 외부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비밀들을 알게 되었다. 암 센터에서 잘못된 투약으로 환자를 숨지게 하고 은폐한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무색무취의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리자 역할을 하는 의사가 함께 있어야 하지만, 그 모든 원칙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사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숨졌지만 다른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믿었던 유가족으로서는 분노할 일이었다. 구 사장은 이를 적극 활용했다. 의료진 파업을 시작하는 날, 이 문제를 공개해 프레임 전체를 바꿔버리며 파업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수술실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수술 편하게 하기 위해 여러 수술실을 잡아 놓아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수술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수술방을 독차지하는 행태는 문제다. 


병원은 구조적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병원들은 비보호 종목들을 찾고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구 사장 역시 환자에게서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는 목록들을 찾기에 급급하다. 미용과 관련된 목록들은 말 그대로 현금 장사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황금알이다. 


거대한 병원의 규모에 걸 맞는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 이익을 위해서 라면 돈 잘 벌리는 영역을 포기할 수 없다는 구 사장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중소 규모의 병원들이 독점하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영역을 대학병원은 포기해야 하는 룰 아닌 룰을 그는 지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강성 발언으로 화정 그룹을 정면에서 정조준 해 기사화 한 '새글21' 기자의 인터뷰는 돌고 돌아 진우에게 주어졌다. 언론 인터뷰를 선호하는 부원장은 모기업을 비판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에게 언론은 자신을 홍보하는 좋은 도구일 뿐이니 말이다. 


구 사장을 몰아내고 싶은 이들은 화정그룹을 비판한 언론사를 통해 진우가 강력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기 원했다. 하지만 진우에게는 그런 의지는 없었다. 의사의 편도 재벌의 편도 아닌 그에게 인터뷰 자리는 묘한 감정을 불러오게 만들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진우에게 찾아왔다. 최서현 기자를 보는 순간 그게 꼭 사랑은 아니라 해도 긴장하게 만드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긴급 수술로 한 시간이나 연락도 없이 늦은 진우. 그런 그에게 달콤한 케이크를 권하는 기자. 응급실에서 급하게 수술을 하던 진우를 본 최 기자는 확신을 가졌다. 그라면 화정그룹과 상국대학병원의 문제를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진우가 최 기자에게 언제 만난 적 없냐는 질문은 상투적인 작업 멘트 만은 아니었다. 최서현은 공중파 앵커였고, 파업 중 회사를 나와 독립 언론에 몸을 담았으니 말이다. 최서현 기자의 등장은 구 사장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병원을 들여다보는 이유가 된다. 이 과정을 보면 최 기자가 몸담은 '새날21'은 '뉴스타파'를 모델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구 사장이 재벌가의 신산업이 된 의료 사업과 병원의 이해 충돌을 적나라하게 담는다면, 최서현은 기자로서 병원과 재벌의 관계를 파헤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외부인을 통해 병원이라는 공간과 가치, 의무 등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도 작가의 캐릭터 구축과 활용법은 탁월하다. 


5회 이야기의 압권은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다 사망한 사건에 대한 회의를 하는 과정이었다. 의사들이 모여 사인을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잘못은 없었는지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회의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의사 잘못인지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사망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초대 받지 않은 구 사장이 참석하고 의료 지식이 없다고 무시하던 의사들은 이미 많이 준비된 그에게 당황한다. 의사도 아니고 병원에서 일을 한 적도 없는 구 사장은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분석했다. 날카로운 지적이 가능한 것은 그런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궁지에 몰린 흉부외과 의사를 구한 것은 주경문 과장이었다. 한 해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의대생들이 20명 정도 밖에 안되는 현실. 병원이 돈이 되지 않으니 의사를 뽑지 않고, 그런 행태는 결국 의대생들이 흉부외과를 기피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악순환은 그렇게 점점 남겨진 이들을 더욱 고통으로 이끌 뿐이다.


만 분의 일의 가능성으로 환자가 사망했다. 그럼에도 그 책임은 의사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환자를 죽인 의사라는 오명을 쓰고 서도 그들은 수술실로 향한다. 만 분의 일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곧 의사라는 존재임을 주 과장은 역설했다. 


김해 출신 주 과장은 자신이 공공의료원에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원이 폐쇄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공의료원이 한 해 30~40억 적자를 본다. 서비스도 나쁘고 여러 가지로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환자는 공공의료원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경상남도 한 해 예산이 12조다. 그 중 공공의료원에 투입하는 비용은 30~40억이다. 전체 예산의 0.025%를 가지고 비난을 하고 강제 폐쇄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외치는 주 과장의 분노는 우리 모두의 울분이기도 하다. 이는 드라마에서 그저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이기 때문이다.


경남지사가 공공의료원을 강제 폐쇄하며 희희낙락하던 모습이 선하다. 최소한의 의료 복지마저 파괴하고 도 자립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하던 그 자로 인해 사회적 약자들이 찾을 수 있는 마지막 병원은 사라졌다.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 없이 대한민국의 의료를 평가할 수 없다. 


몇 남지 않은 공공의료원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돈 없는 서민들은 병이 들어도 병원을 찾을 수 없다.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대로 방치한 채 마지막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집중은 단순히 인구 밀집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역시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의 가난한 이들은 아파도 제대로 치료 받기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진우는 최 기자에게 흔들렸다. 구 사장은 이노을에 의해 흔들렸다. 아니 구체적으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가난한 엄마를 매일 찾는 어린 소년의 오열에 흔들렸다. 병원 복도 한 곳에서 힘겹게 앉아 있던 어머니의 모습과 엄마만 찾는 아이는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살기 힘든 처지에 병든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 수밖에 없다. 병원비가 밀려 아이를 보러 오지도 못하는 처지는 서럽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환자는 방치되고 가족은 숨어버릴 수밖에 없는 지독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병원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가 아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라이프>는 매 회 매 순간 긴장감이 넘친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이 없더라도 충분히 긴장할 수 있음을 이수연 작가는 잘 보여주고 있다. 흔들린 두 남자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더욱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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