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1. 11:01

라이프 9회-조승우가 유재명에게 건넨 악수 잔인하고 차가운 한 수

잔인하고 차갑다. 분명 마음 한 편에 따뜻함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구승효다. 그가 재벌가의 독점 지역인 어린 나이에 사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그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그의 머리 속으로 들어 설 수 없는 구승효에게 이노을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지도 궁금해진다.


고백과 설렘 사이;

원장 선거에서 드러난 탐욕스런 인간 군상, 자신의 편을 만드는 구 사장의 냉철함



주경문 교수를 아느냐는 노을의 질문에 선우는 의외의 고백을 해버렸다. 그동안 마음 속에만 담고 있었던 노을에 대한 감정이 왜 그때 튀어나왔을까? 죽을 병까지는 아닌 듯 하지만 은밀하게 치료를 받고 있는 선우에게는 주 교수라는 단어는 용기로 다가왔다. 


관계를 알릴 수도 없는 하지만 그 비밀 속에 용기를 내도록 요구하는 선우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준비하지 못했던 고백에 선우나 노을이나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의대생 시절 자신에게 초코 우유를 건네며 "너 진우 동생이지?"라 물으며 해맑게 웃던 그녀가 바로 노을이었다. 


첫 만남부터 선우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노을. 하지만 노을에게 선우는 동기이자 절친인 진우의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친동생 같았던 선우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노을은 말은 하지 못하고 본능적인 눈길로 모든 것이 정리되어 버렸다. 


의도하지 않은 그 눈빛 하나. 그 눈빛이 노을의 본심일 수도 있다. 다리를 쓸 수 없는 선우. 깔끔한 구두를 신은 선우의 다리를 보는 순간 그는 알았다. 자신이 넘어서는 안 되는 산을 넘으려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후회가 될 수는 없다. 언제나 그런 마음만 품은 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선우가 서러운 고백을 끝낸 것과 달리, 형 진우는 최서현 기자와 미묘한 감정을 키우기 시작했다. 두 번이나 연이어 약속 시간을 부득이 어길 수밖에 없었던 진우는 한없이 미안했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까지 찾아간 후에도 들어가지도 연락도 하지 못하고 서성이던 진우는 마침 나온 서현과 함께 시작를 한다. 


대단할 것 없지만 그 어색하고 서먹한 관계는 발전 중이다. '취재원'이라는 말이 경계로 자리하고 말지만, 애인이 없다는 말에 한없이 행복해 하는 진우는 분명 감정이 변하고 있었다. 서현 역시 진우가 싫지는 않다. 그가 회사 앞에서 서성이며 망설이는 모습을 창 밖으로 봤다.


용기 내지 못하는 진우에게 먼저 다가간 서현은 그런 그가 나쁘지 않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를 싫어할 이는 없으니 말이다. 그 감정이 얼마나 서로 전염을 시킬 정도로 확대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감정 선들이 커지고 있다는 것 만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런 진우를 막고 있는 것은 동생 선우였다. 


갑작스러운 고백 후 선우에게 장애라는 것이 너무 크게 자리했다.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두려운 존재인 장애. 노을에게 고백한 후 그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다리를 봤다. 그 순간 선우가 느낄 수밖에 없는 좌절감은 노을에 대한 분노가 아닌 자신 처지에 대한 서러움이었다. 


강 팀장 도움으로 집까지 편하게 오기는 했지만, 스스로 신발을 벗는 것조차 쉽지 않은 자신의 처지에 망연자실 할 뿐이다. 현관 센서 등까지 꺼져 버린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선우. 서현을 만나고 와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진우게는 여전히 강박처럼 동생이 따라다닌다.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 진우 눈 앞에는 멀쩡한 선우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집 앞에서 선우가 쓸쓸하게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형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동생의 장애를 짐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진우 삶에 중요한 역할과 의미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구 사장이 김 부원장을 내치려 한다. 이런 상황에 분노해 사장실을 찾아와 비자금 등을 다 공개해버리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부원장은 구 사장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야전 사령관인 승효에게 김태상 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부원장이 휘청이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이들이 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신경외과 오세화와 암병동의 이상엽. 평생 똑똑하다는 소리만 듣고 살아왔던 그들은 기회가 오자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마치 초등학생들이 먹을 것을 앞두고 본능적으로 싸우듯, 그들의 탐욕은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만들었다. 


진우만이 아니라 흉부외과 양 선생도 주 교수에게 원장 선거에 나가보라고 제안한다. 상국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최대 약점이지만 이것만 제거하면 최고의 의사인 주 교수를 많은 이들이 따른다. 주 교수가 원장이 되면 사망한 이 원장의 뒤를 이어 보다 발전된 병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존재했다. 


환자에만 집중하던 주 교수가 변하기 시작했다. 진우의 제안이 결정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더는 숨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주 교수도 알고 있었다. 과거 김해 대학병원에서 원장 선거를 준비했던 자료로 상국대학병원 원장 선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병원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아 더는 고칠 필요도 없는 프리젠테이션 자료. 그게 곧 우리 병원의 실태이자 현실이다. 의외의 복병인 주 교수까지 원장 선거에 나서며 4파전이 된 선거에서 누구도 압도적인 표를 얻지 못했다. 가장 유력했던 김 부원장과 암센터 이상엽 교수는 탈락하고, 승승장구만 해왔던 오세화와 주경문이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와 본 적 없는 오 교수에게는 세상의 기준이 자신이다. 자신처럼 하지 못하면 모두가 낙오자다. 어머니부터 유명한 의사였던 오 교수에게 세상은 자신이다. 엘리트 주의에 휩싸여 있는 그녀가 원장이 된다면 상국대학병원이 어떻게 변할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서류 상으로 완벽한 오 교수이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세상은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다. 최정예 엘리트 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는 오 교수는 다수를 희생양으로 삼을 뿐이다. 극단적 배경과 성향의 두 사람 중 누가 원장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구 사장이 현장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 교수가 원장 선거에 나오고 결선 투표에까지 오르자 구 사장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자신과 상극이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주 교수가 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주 교수를 지지하는 듯 웃는 얼굴로 그에게 악수를 권하지만 이는 악마의 손짓이었다. 


투표권을 가진 의사들 앞에서 주 교수가 김해 병원으로 내려가려 했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승효는 뱀처럼 차가운 존재였다. 판을 만들고 흔드는 것에 익숙한 구 사장에게 이런 행동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지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주 교수가 내려갈 준비까지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바뀐 의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승리를 기대하며 들떠있던 진우와 힘들게 원장 선거에 나선 주 교수 모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버리는 과정의 힘이 곧 <라이프>의 매력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대사. 각자의 캐릭터에 걸맞는 표현의 다양성. 긴장감을 잃지 않은 채 병원이라는 거대한 비밀 조직들 속에서 정교하게 연결된 관계들. 이를 능숙하게 풀어내고 이어가는 이수연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전작인 <비밀의 숲>이 거저 나온 것이 아님을 이 작가는 두 번째 작품인 <라이프>로 증명해내고 있다. 데뷔작인 자신의 마지막 성공작이 아닌 시작이란 사실을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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