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30. 10:56

유 퀴즈 온 더 블럭-유재석의 첫 tvN 나들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유재석이 tvN에 첫 출연했다. JTBC에 이은 행보라는 점에서 유재석이 프로그램 출연 수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무한도전>이 끝난 후 그는 케이블이었고 그는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장점을 살렸다.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유재석을 위한 프로그램이 맞았다. 


퀴즈보다 소통;

한끼줍쇼와 비슷하면서 다른 두 남자의 로드쇼의 재미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제목을 보는 순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했을 듯하다. 아이돌의 시조새라 불러도 좋을 '뉴 키즈 온 더 블럭'을 교묘하게 비틀어 만든 제목이니 말이다. 여기에 첫 회 소제목이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스텝 바이 스텝'을 사용한 것도 재미있다.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에게 퀴즈를 내고 연속해서 다섯 문제를 맞추면 상금으로 현금 100만원을 주는 단순한 포맷이다. 새로운 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근본적으로 기존의 것들과 다른 것은 스튜디오에서 연예인들이 퀴즈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거리로 나왔다는 점이다. 


퀴즈를 앞세우기는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의 진행 솜씨를 극대화한 토크쇼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닫힌 공간에서 한정된 이들과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모두가 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이 시도는 반갑다. 


이쯤에서 <한끼줍쇼>를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경규와 강호동이 나와 매주 특정한 지역에서 초대손님과 함께 집을 찾아가 한끼 해결하는 방식이다. 두 남자가 거리를 배회하다 밥을 달라고 청하고, 성공하면 그 집에서 밥을 먹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다.


유사하다.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밥을 먹는 것과 거리에서 퀴즈를 푸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은 명확하게 존재한다. 누군가의 집을 찾아 밥을 먹는 행위는 무척이나 번거롭고 불편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문을 열어주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는 행위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 특별함은 불편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남의 내밀한 공간을 방송의 힘으로 밀어붙여 들어서서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이 과연 정당한 지에 대한 불편함도 존재하니 말이다. 


<한끼줍쇼>는 연예인들을 매주 초대해 근황을 묻고 홍보를 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집이 새로운 공간의 역할을 해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그냥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점에서 태생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유재석과 조세호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다.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합을 맞춰본 만큼 호흡 자체는 충분히 좋았다. 핵심은 유재석일 수밖에 없다. 소통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유재석이 거리로 나서 많은 시민들과 만나는 방식 자체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실 퀴즈라는 형식은 그저 막연하게 이야기만 하는 컨셉으로는 한계가 있어 만들어낸 하나의 장치라 볼 수밖에 없다. 퀴즈에 방점을 찍었다면 거리를 헤매며 누군가에게 퀴즈를 내고 하는 형식을 취할 이유는 없다. 퀴즈를 다 맞춘 사람들을 다시 초대해 왕중왕전을 가진다는 식의 형식도 없다. 


퀴즈는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을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었다. 첫 퀴즈 풀이에 나선 여성 직장인과 대화 속에서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첫 회 유일한 상금 수령자인 방글라데시인의 경우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에서 8년 동안 일하고 있다는 남성과 그런 남편을 만나러 2년 만에 온 아내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외국인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부모 세대가 이민을 가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었던 아프고 힘든, 하지만 분명한 목적을 가진 삶의 흔적들이 방글라데시 부부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 있었으니 말이다. 


재미있게도 퀴즈 다섯 개를 모두 맞춘 첫 번째 상금 수령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한국인도 헷갈릴 수 있는 문제마저 잘 풀어낸 이들 부부에게 100만원은 2년 만에 만나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 행운이 되었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이들 부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긴 셈이다. 


40년 넘게 거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열쇠집 아저씨와 식당과 슈퍼를 하며 40년 남짓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정을 쌓은 아주머니 등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퀴즈를 푸는 과정 자체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우린 우리의 모습과 타인을 함께 보고는 한다. 주변은 모두 변화고 많은 이들이 오고 가며 부침은 존재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들의 삶이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퀴즈의 내용보다 시민들을 만나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대학생이 버스 안에서 쏟아낸 거친 랩이나 정거장 앞에서 예술고 학생과 대화를 하는 과정 모두가 흥미로운 과정들이었다. 40대와 10대 사이의 장벽과 같은 현실적 문제도 존재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통해 소통을 이루는 과정도 유재석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대단할 것은 없다. 하지만 특별한 시간들은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 오후 6시가 되면 모든 것이 종료되는 시한부 퀴즈쇼라는 형식도 재미를 더한다. 삶의 균형을 위해 과도한 촬영이 아닌 한정된 시간 안에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그들과 소통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충분히 흥미로운 시작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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