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7. 10:26

옥란면옥&서평 두 도시 이야기-냉면으로 풀어내는 남과 북 새로운 추석 이야기

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남과 북을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는 없다. 추석 마지막 날 방송된 특집극 <옥란면옥>과 추석 당일까지 방송되었던 다큐멘터리 <서평 두 도시 이야기>는 모두 냉면을 매개로 남과 북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장르만 다를 뿐 두 작품은 새로운 추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로운 추석 풍경;

냉면을 통해 바라본 실향민과 달라진 추석의 새로운 풍경 만들기



작은 마을에서 냉면집을 하는 봉길(김강우)은 답답하기만 하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 도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픈 아버지 혼자 놔두고 떠날 수도 없다. 풍을 맞은 아버지 달재(신구)는 '옥란면옥'을 세운 인물이고 매일 아침 냉면 맛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문제는 그 집이 도시개발로 인해 조만간 허물어질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철거를 하려는 이들과 막으려는 이들의 싸움 속에서 그 작은 마을에 있던 북한 탈주민 영란(이설)은 교회에서 매일 통일을 기도하며 울고 간다는 봉길을 보게 된다. 


봉길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실향민인 아버지의 고집을 꺾고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었지만 오해가 만든 호감은 그렇게 인연으로 다가왔다. 친구의 재혼에 억지로 참가한 날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두 사람은 함께 하게 되었다. 도우미로 들어온 수많은 여성들 중 하나가 바로 영란이었다. 


영란을 괴롭히는 친구를 막아선 술 취한 봉길. 그런 봉길을 따라 그의 냉면집까지 오게 된 영란은 음식 솜씨로 그곳에 취직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던 평양 냉면 맛을 내는 영란은 아버지 달재에게는 특별한 존재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란의 솜씨는 금방 소문이 나며 한가하던 냉면집이 맛집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문제는 그렇게 유명해지며 영란이 숨기고 싶은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조선족이 아닌 탈북민인 영란은 조선족 브로커로 인해 돈 많은 사람에게 팔려간 후 도주해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 평범한 행복을 위해 탈북을 하고 인신매매를 피해 도주한 영란은 돌고 돌아 마침내 행복과 마주하는 듯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앞두고 떠나버린 수진(한소희)이 맛집 소개를 한다며 그곳을 다시 찾은 후 모든 것은 뒤틀리게 되었다. 이미 마음 속 깊숙하게 봉길의 마음 속에 영란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수진은 그 어떤 미동도 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과거의 연인이 나와 방송 출연을 강요하고, 그것이 곧 '옥란면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선택했다. 문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영란의 실명과 얼굴을 방송으로 내보내며 중국에서 온 추적자들은 다시 영란을 찾아온다. 70년 동안 그곳에서 '옥란면옥'을 지키던 아버지의 꿈은 북에 두고 온 옥란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실향민들에게 <옥란면옥>은 특별함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실향민 달재가 가지고 있는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신구의 연기는 자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을 듯하다. 실향민 부모를 가진 수많은 이들 역시 자신들이 경험해 봤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을 듯하다. 


<서평 두 도시 이야기>는 남북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서울과 평양이라는 남과 북을 대표하는 도시의 삶을 통해 남과 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방송이었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강렬한 것은 역시 냉면이다.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며 국내에서도 '평양 냉면' 열풍이 불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날은 냉면 집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냉면은 두 도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대동강과 한강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고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두 도시는 발전해갔다. 


북한 음식 전문가와 문화 해설사가 직접 다양한 맛집들을 돌아다니는 형식을 취한 것은 흥미롭다. 말 없이 그저 평양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북한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그 내부를 깊숙하게 들여다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평양의 대표적인 냉면집인 옥류관의 내부로 들어가 단순히 냉면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이들의 모습까지 속속 들여다 보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평양에는 옥류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많은 냉면집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냉면 만이 아니라 온반집에도 평양 시민들은 많았다. 유명한 맛집은 서울과 평양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었다. 전통적인 냉면이 아니라 햄버거와 피자들을 서비스하는 곳 등 우리가 알고 있던 북한과는 너무 달라진 평양의 모습은 흥미롭기만 했다. 


냉면으로 시작했지만 평양 시민의 다양한 모습들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평양 시민들과 우리는 많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다를 것 없이 닮았다. 냉면을 먹고 회사가 끝나면 맥주 한 잔을 마시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었다. 


여전히 북한은 뿔 달린 괴물들이 사는 곳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몰라서 만들어진 공포에 길들여진 결과다. 학습된 공포는 강렬하다. 그리고 쉽게 사라지기도 어렵다. 냉전을 먹잇감으로 삼아 살아가는 위정자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공포가 곧 존재 이유는 그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괴물이 되어야만 한다. 괴물이어야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강요한 공포를 걷어내면 진실이 보인다. 평양에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삶의 방식이 다를 뿐 인간이 사는 곳은 그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옥란면옥>과 <서평 두 도시 이야기>는 실향민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다. 과거처럼 추석은 특별한 명절과 많은 부분 달라졌다. 


과거와 달라진 추석 명절에 남과 북의 이야기는 새로운 추석 풍속도로 자리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 수는 급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향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이산 가족으로 남겨진 상황에서 진정한 추석의 가치를 그들에게서 찾는 것은 당연해 보이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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