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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거리의 만찬 6회-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 간병 살인을 논하다

by 자이미 201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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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아픈 사람이 하나 있으면 가족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다. 환자를 돌보는 몫은 온전히 가족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생업을 포기하고 오직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던져야 하는 삶은 모두에게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아픈 사람돠 이를 바라보고 간병해야 하는 이들 모두 말이다.


간병 살인 부르는 현실;

사회 시스템 부재가 낳은 고통,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6번째 <거리의 만찬>에서 만난 이들은 간병인이었다. 간병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아닌 치매에 걸린 가족을 보살피는 이들의 삶이었다. 어머니가 혹은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족은 아픈 이를 위해 자신의 삶마저 포기해야 했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치매에 걸린 어머니 혹은 남편의 곁에서 24시간 함께 해야 하는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나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혹은 남편이기에 자신의 삶마저 포기한 채 그렇게 간병을 해야 하는 것이 과연 모두를 위한 행복일까?


치매에 걸리면 잠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가족으로 인해 간병을 하는 이 역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 잠들지 못하면 더 큰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인간은 철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잠자지 못하는 삶은 최악의 고통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간병인들의 삶은 처참했다. '간병살인'이라는 너무 끔찍한 단어가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시작한 간병.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간병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간병인의 삶까지 피폐해지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죽는 것이 더 행복한 환자와 그런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은 모두를 고통으로 이끌 뿐이다. 


사회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노후의 삶은 모두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돈 많은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고통스럽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력도 하락하고, 일자리마저 없는 노인의 삶은 피폐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노후라면 돈이 없어도 어떤 일이라도 해서 살아갈 수 있지만, 아픈 노인의 삶은 자신 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힘겹게 만든다. 아픈 아내와 장애를 가진 아이. 모든 것을 가족의 고통을 책임지는 아버지의 삶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남편을 위해 자신을 죽게 해 달라는 아내의 애원. 


가족들의 청원으로 집행유예로 풀려난 남편은 이제 장애를 가진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24시간 딸을 보호한다. 그의 삶은 병든 가족을 보살피는 삶으로 점철되어 버렸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이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돌려야 하는 것일까?


사방이 지옥인 상황에서 40% 이상은 간병 살인에 노출되고 그렇게 친족 살인이라는 멍애를 쓴 간병인 중 35%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친족 살인이라는 엄청난 살인에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이유는 그만큼 간병인의 삶이 힘들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요양원은 2%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는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이다. 그 요양원이 마지막 보루가 된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삶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요양원에서 학대를 받고 사망하는 일들까지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편하게 요양원으로 보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요양원에 부모를 모신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가지는 사회는 문제다. 병든 가족은 가족이 알아서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문제다. 효를 앞세워 모든 가족들이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함께 휘둘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함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조건 효를 앞세워 가족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봐야 한다는 문화 자체가 변해야 한다. 아픈 가족을 위해 가족 모두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살며 보살필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재가 요양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하루 3시간 정도가 전부인 상황에서 간병은 요원하기만 하다.


일본이 최근 시도하기 시작한 간병도 출산 휴가와 같이 유급 휴가로 이어져야 한다. 왜 아픈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방치해야 하는가? 국가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간병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요양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아픈 사람으로 인해 가족 자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더는 아픈 가족을 위해 모두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간병 살인이 더는 일상이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나라가 진정한 국가일 것이다. 사회 복지를 무슨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부도덕한 행위처럼 묘사하는 자들이 국회에 남겨져 있는 한 이 고통의 고리는 모든 가족을 힘겹게 만들 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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