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6. 10:47

스페인 하숙-순례자들의 포근한 쉼터가 되었다

스페인으로 날아간 유해진 차승원은 그곳마저 그들이 익숙하고 보내던 공간처럼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섬마을을 다니며 살던 그들에게 스페인의 도시 역시 섬이나 다름없는 공간일 수도 있었다. 그동안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 하던 것과 달리,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는 그 상황만 달라졌을 뿐이다.

 

차승원의 요리는 정말 놀랍다. 그동안 방송에서 공개된 차승원의 요리는 함께 하던 연예인들만 아는 비밀이었다. 맛있다고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는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이들이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차승원의 요리가 정말 맛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고된 순례길을 택한 이들이 잠시 머물다가는 알베르게에서 따뜻한 한식을 맛보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휴식일 것이다. '스페인 하숙'이 위치한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최소 2주 이상 걸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순례길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맞이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순례길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그곳의 알베르게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고, 음식 역시 스페인 식으로 먹어왔다는 의미가 되니 말이다. 이 상황에서 익숙한 우리의 맛과 마주하게 된 순례객들이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감동일 수밖에 없다. 상업적인 고려가 거의 없는 그 공간은 그렇게 순례객들의 오아시스 같은 쉼터가 되었다.

 

'스페인 하숙'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동일한 행동들을 한다. 알베르게에 들어서는 순간 놀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을 맞이해주는 이가 유해진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그들의 행동들이 이제는 하나의 고유한 표식과 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차승원은 요리를 잘한다. 단순하게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빠르고 맛있게 잘 해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식혜 만들기오 손쉽게 하더니, 이번에는 수정과를 단 10분 만에 만들어내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묘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수정과 맛은 완벽하게 잡아내면서도 단순화시켜 빠르게 만드는 모양새가 마술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불고기, 김치국, 감자전, 샐러드, 동그랑땡, 진미채, 수정과 등 그날 하루에 만든 음식들이 이 정도다. 음식을 잘하는 이들에게는 손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대부분 시청자들은 신기함으로 다가올 뿐이다. 손이 많이 가고 요리 과정이 귀찮고 맛 내기도 만만찮은 요리들을 이렇게 빠르고 맛있게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기묘함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순례길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존재한다.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혹은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을 안고 고된 순례길을 택한 그들은 그렇게 길 위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매일 반복되는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고된 축복일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잊는 수준을 넘어 자신은 존재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만들어진 그 무엇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식적인 자신을 위해 스스로 더욱 가식적인 존재가 되어야하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본연의 모습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살기 위해 바둥거리기는 하지만 갈수록 늪속에 빠진 채 허둥대는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는 한다. 벗어날 수 없는 그 늪에서 움직일 수록 더욱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 채 순응하는 현대인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신을 찾게 해주는 중요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자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해준 사회적 모든 지위와 가치, 의미들을 던져버리고 작은 짐 하나만 짊어진 채 떠난 길 위에서 순례객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다. 뭔가 대단한 가치를 발견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는 일을 매일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고된 순례는 값진 가치로 다가온다.

60이 넘어 순례길을 왔다며 비웃는 젊은 이들에게 "니 들이 이 맛을 알아"라는 댓글은 이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 자세일 것이다. 고된 길을 걷는 행위는 체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직 체력만이 문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걸을 수만 있다면 나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배정남을 위해 진미채를 만들고, 해진이 좋아하는 된장과 누룽지를 만들어주는 차승원. 그의 마음 씀씀이는 참 곱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잊지 않고 정성스럽게 모든 것들을 준비하는 그의 마음은 그래서 따뜻하다. 뭐든 손쉽게 만들어내는 유해진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케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다.

 

친한 동네 형이나 오빠처럼 순례객들에게 다가서는 유해진. 감탄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차승원의 정성스러운 요리. 온갖 잔일을 도맡아 하는 배정남. 이번에도 그들은 환상의 호흡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단할 것 없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위치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에 위치한 오래된 알베르게는 그렇게 특별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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