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6. 10:17

녹두꽃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세 가지 이유

SBS 금토 드라마가 새롭게 시작한다. <열혈사제>로 큰 성공을 거둔 그 시간대 다음 작품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머와 패러디와 통쾌함을 갖춰 시청자에게 재미를 가득 담은 작품과 달리, 시대극이 전 주까지 익숙해진 이들의 관심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녹두꽃>이다.

 

동학농민항쟁을 담은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미완으로 끝났지만 이 항쟁은 이후 6월 항쟁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가 가치와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촛불 혁명 역시 그 뿌리는 동학농민항쟁에서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녹두꽃>을 보게 만드는 힘은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에 대한 기대치다. 물론 그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모든 것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동학농민항쟁을 담은 이야기들이 처음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작가인 정현민에 대한 기대치다.

 

정현민 작가는 <정도전>을 집필한 후 동학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큰 부담감으로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쉽게 접근하고 소비될 수 있는 수준의 역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앞세워 봉건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혁명을 정 작가는 어떻게 다룰까? 

 

드라마 <정도전>을 지금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정도전이나 그 시절을 다룬 사극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정 작가의 <정도전>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고 있는 시각이다. 어떤 시선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녹두꽃>을 기대하는 이유도 그곳에 있다. 정 작가가 어떤 시각으로 동학농민항쟁을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기대다. 녹두장군 전봉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동학농민항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전봉준이 주인공이 아닌 그 시대와 혁명을 함께 했던 농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

 

정 작가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들어줄 신경수 감독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다. <뿌리 깊은 나무>,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 <육룡이 나르샤>등을 만든 이가 바로 신경수 피디다. 현대극이나 사극 모두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는 신 감독이 정 작가와 손잡고 가장 격동적인 시대를 담는다. 그것으로 충분히 볼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박혁권, 김상호, 최원영, 황영희, 안길강, 서영희, 민성욱, 조희봉, 장광 등 출연진들의 면면만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말 그대로 연기 구멍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녹두꽃>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올라갈 수밖에 없다. 조정석과 윤시윤이라는 대결구도만으로 흥미로운 존재다.

 

1894년 조선을 흔든 동학농민항쟁. 자유와 평등, 민족 자주가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혁명가들의 이야기는 가슴 뛰게 한다.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봉건 시대가 아닌 모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뛰어난 배우들이 담아낸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전봉준이 주인공이 아닌 혁명과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인 <녹두꽃>은 그래서 흥미롭다. 촛불 혁명을 통해 세계에 민주주의 가치가 무엇인지 증명했던 우리에게 '동학농민항쟁'은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100년 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분노로 거리로 나서게 되었는지 다시 확인해 보는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하다. 

 

혁명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이복형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시대를 살아낸 민초들의 투쟁기가 담길 <녹두꽃>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 갑오년 피로 녹두꽃을 피운 민초들의 항쟁은 그렇게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 뿌리를 찾는 과정은 그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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