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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스페인 하숙-길 위에 선 이들과 그들을 맞는 이들의 행복한 순간들

by 자이미 2019.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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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의 상황들이 하루 사이에 벌어졌다. 늦은 시간 지친 순례객 한 명이 전부였던 전날과 달리, 오늘은 오픈 전부터 순례객들이 찾으며 11명이라는 최다 인원 기록을 세웠다. 잠을 자는 것은 크게 어렵거나 힘들 일은 없다. 문제는 엄청난 숫자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다양한 요구들이 존재하는 순례객들을 만족시키는 차승원의 능력은 그래서 위대하게 보일 정도다. 한두 명 정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10명이 넘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스페인 하숙

고행을 자초한 순례객의 지친 발걸음. 음식이 소진된 상황에서도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따뜻한 식사를 마련한 차승원. 그리고 그 따뜻한 한 끼를 소중하게 여기며 식사를 하는 그 순례객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따뜻한 잠자리에서 숙면을 취한 그 순례객이 동트기도 전에 떠난 하숙집은 오래간만에 한가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가로운 오전 여유롭게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한 그들은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차승원은 부엌이 아니라 조깅을 하고 간단하게 운동하는 등 일상의 평범함을 즐겼다. 그 시간 유해진은 청소를 하며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다시 사연을 보냈다. 5년 전 만재도에서 보냈던 것처럼 스페인에 온 그는 여전히 사연을 보냈다.

 

'배철수 음악캠프'를 정말 좋아하는 유해진의 그 모습은 참 언제나 변함이 없다. 마돈나의 노래를 들으며 불을 피웠던 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청소를 하고 있지만 유해진이나 배철수는 변함이 없다. 그 미묘하고 흥미로운 상황들은 그래서 반갑고 재미있다.

 

차승원이 요구한 김치 냉장고를 만들겠다고 고민을 하며 실행하는 유해진. 그런 그를 더욱 바쁘게 만든 것은 일찍부터 찾아온 순례객들이었다. 2시 오픈이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대기하는 순례객들이 늘어나는 상황은 오픈 전 이미 다섯 명을 채울 정도로 가득했다. 

 

순식간에 '아늑이' 방이 모두 채워지고, 한번도 손님을 받은 적이 없었던 '휑이'방까지 순례객들이 찾는 상황들은 보는 시청자들마저 흥미롭게 만들 정도였다. 갑자기 모여든 순례객들을 위한 준비들은 바빴다. 한가했던 오전과 달리, 하숙집을 가득 채운 순례객들로 인해 오래간만에 흥이 난 차승원의 요리는 분주하면서도 신중했다.

 

프랑스에서 온 어린 순례객이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삼불고기'를 준비한 차승원으로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순례객을 위해 즉시 메뉴를 '간장 불고기'로 바꿔 준비하는 차승원의 섬세함이 참 좋다.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순례객은 특별했을 듯하다.

스페인 하숙

오삼불고기와 홍합탕으로 준비된 저녁 만찬은 모두가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식을 전혀 먹어본 적 없는 이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다. 11명의 순례객 중 식사는 10명만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도전을 하게 되면 새로운 경험이 가능해진다. 매운 것을 잘 못먹는 외국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새로운 도전의 장에서 특별한 추억이 된다.

 

아들이 요리사라는 이탈리아인의 김치 사랑은 대단했다. 방송을 의식한 것인지 진짜 본심인지 그건 본인만 아는 것이지만 요리사 아들을 둔 아버지답게 편견없이 음식을 바라보고 탐구하고 즐기는 모습은 진짜였다. 식당까지 채운 순례객들을 위해 식전으로 만두를 서비스한 차승원은 후식까지 특별했다.

 

떡볶이를 순례 중에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듯하다. 해산물을 먹지 못하는 어린 순례객을 위해서는 간장 떡볶이를 대접하는 섬세함은 참 보기 좋았다. 대단해 보일 것 없는 상황들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은 그들은 걷다 지쳐 하루를 쉴 알베르게를 찾았다. 그게 전부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각자 다른 이유로 길 위에 선 그들은 고된 걸음 속에서 서로가 친구가 되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들은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사이가 되어간다. 스스로 고된 고행의 길을 선택한 이들은 그래서 더 잘 통할 수밖에 없다. 길 위에서 선 이들과 그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와 깨끗한 잠자리를 준비한 이들 모두 같았다.

 

<스페인 하숙>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그곳에 있다. 누군가는 비아냥 거리듯 먹는 예능만 찍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먹고 자고 입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 순수한 본능을 들여다 보는 것 자체가 이상할 것은 없다. 음식 전문 채널이 존재해도 이상할 일이 없다는 의미다.

 

단순한 먹방이 아니라 길 위에 선 이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는 점에서 <스페인 하숙>의 가치는 부여된다. 하루 100km를 걷는 고행을 자초한 이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고, 열한 명이나 모인 그곳에서 하숙집은 행복한 고향집과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스페인 하숙

'이케요'를 런칭했던 유해진은 차승원의 요구를 받아 김치 냉장고를 만들어 '익혀요'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제는 유해진의 그 멋진 제품들을 더는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다. 창의적인 유해진의 이 능력과 탁월하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은 차승원의 요리 솜씨, 그리고 설거지 요정이 된 배정남이 함께 한 <스페인 하숙>은 분명 최고였다.

 

길 위에 선 이들을 위해 최고의 안식처를 자처했던 <스페인 하숙>은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행복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영석 사단은 완전히 다른 도전보다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해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그 전술은 안정적이다. 이런 보수적 전술도 어떤 뱡향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시즌 2가 기다려질 정도로 <스페인 하숙>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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