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5. 08:29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만들어낸 수평과 수직의 세계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영화 <기생충>은 많은 함의들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마음 불편함으로 안고 바라보게 만드는 것 자체도 봉 감독이 원하는 의도일 것이다. 우리 사회, 아니 전 세계에 뿌리 깊은 고민인 극심한 빈부격차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는 것을 보면 봉준호 감독은 역시 대단한 존재임이 명확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우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은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더욱 예술적 가치를 그 무엇보다 높게 생각하는 칸 영화제는 더욱 대중들과 괴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작품에 비해 그나마 <기생충>은 대중 친화적인 재미를 품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기택(송강호)의 가족 넷은 모두 백수다. IT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박 사장(이선균) 가족 넷은 풍족한 삶을 영위한다. 극단적인 두 가족이 한 곳에서 마주하며 모든 상황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마치 필연처럼 함께 하게 된 이들의 조합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의 집중은 천민자본주의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는 상황은 결국 모든 것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한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가 불거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곳 시작점이라는 의미다.

 

모든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장수생으로 살아가는 기택의 큰아들 기우(최우식)은 친구인 민혁(박서준)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수석을 가지고 온 민혁이 소개한 박 사장 집 과외 아르바이트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만들었다. 대학도 가지 못한 기우는 동생인 기정(박소담)에게 부탁해 완벽한 학력 위조에 나선다.

 

미대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고 백수로 살아가는 기정은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박 사장의 심플한 아내 연교(조여정)의 감시하에 첫 수업을 한 기우는 박 사장 딸 다혜(현승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민혁이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 대학 동기가 아닌 백수인 기우에게 과외 자리를 넘긴 것은 다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백수인 기우라면 감히 박 사장 딸 다혜를 넘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상대적 우월함을 앞세워 기우에게 자신이 여자를 지키게 하려 했던 민혁의 바람은 처참하게 깨진 셈이다. 박 사장 집을 움직이는 진짜 실력자는 집사인 국문광(이정은)이었다.

 

유명한 건축가의 집이었던 그곳에서부터 시작한 집사일은 박 사장이 이사를 온 후에도 이어받아 오고 있다. 그 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광은 박 사장 집의 질서와 규칙을 정하고 이끄는 존재이기도 했다. 인디언 놀이에 빠져 있는 막내 다송(정현준)까지 박 사장 가족들은 제각각이다.

 

기우를 시작으로 기택의 가족 모두는 운전기사와 집사를 밀어내고 그 집으로 모두 입성한다. 부잣집에 기생하기 위해 그동안 그들에게 기생했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밀어내는 현실은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끼리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로 극심한 빈부격차의 시대 자화상이니 말이다.

 

박 사장의 집을 장악한 기택 가족. 그렇게 영화는 완벽한 기택 가족의 승리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기태와 아내인 충숙(장혜진)의 대화는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부자들은 순진하다는 말과 악다구니하며 살지 않아도 되니 순수해지는 것이라는 이들의 대화 역시 우리가 많이 범하는 오류이니 말이다.

 

<기생충>은 철저하게 수직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직과 수평의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점점 극심해지는 빈부격차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시작과 함께 보여지는 기택의 집은 반지하다. 복잡한 전선이 얽히고설킨 그들이 사는 동네와 걸어서 오르기는 너무 힘든 박 사장의 동네.

마치 감옥처럼 철장이 쳐진 반지하 방에서 곱등이와 살며 윗집의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방 곳곳을 찾아다니는 그들의 일상은 낯설지 않다. 취객의 화장실이 되기도 하는 반지하에 살던 그들이 박 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거대한 통창으로 통해 잘 꾸며진 정원을 바라보는 장면은 극단적인 대비 효과를 불러온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꾸며진 박 사장의 집과 기택 가족들이 추론하듯 내세운 그들의 모습은 달랐다. 충분히 영악하고 악랄한 부잣집 가족들의 일상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중될 뿐이었다. 그리고 박 사장 가족도 알지 못하는 거대한 비밀의 문은 그렇게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정도로 강렬함으로 극 후반부를 뒤덮어 버린다.

 

폭우가 내리던 날 박 사장 막내 아들인 다송은 잘 꾸며진 정원에 인디언 텐트를 치고 즐긴다. 박 사장 집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는 그저 우아함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집을 벗어나 밑으로 내려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온통 물바다로 변한 채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세상이 펼쳐지니 말이다.

<기생충>을 상징하는 몇몇 장면들이 존재한다. 그 장면들을 설명하면 결정적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어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추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공개해도 큰 무리가 없는 장면이면서도 압도적으로 주제 의식을 드러낸 장면은 바로 폭우 장면이었다.

 

힘겹게 박 사장 집을 나선 기택과 기우 기정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언덕에 있던 박 사장 집을 시작으로 반지하인 기택의 집까지 이어지는 그 과정은 오직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위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계단들의 향연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장면화였다. 

 

영화 <기생충>은 사회학도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 그 자체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끼리 악다구니를 부리듯 살아가고, 모든 것을 가진 자들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피해 가지 않고 있다. 적당한 거리감과 선을 두고 살아가는 박 사장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다. 

 

승자 독식 사회, 탐욕의 시대,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폭력이란 무엇인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불안 증폭 사회, 좀비 사회학 속 사회 진단들을 공감의 시대 방식으로 풀어내면 <기생충>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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