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0 13:31

아스달 연대기는 왜 계륵이 되었는가?

문서로만 보면 <아스달 연대기>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PPT를 통해 보여준 그 모든 것은 최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 보는 것과 그게 영상으로 재현되어 결과물로 나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최근 한국 드라마의 문제는 바로 이런 괴리감에서 온다.

 

스타 마케팅은 필요하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스타다. 어떤 스타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이는 영화도 비슷하다. 무명의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와 유명 스타가 나오는 영화는 출발부터 다르니 말이다.

김원석 연출,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조합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들을 가진 이들이 만드는 신작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행위다. 여기에 제작사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CJ E&M 계열사로 드라마 제작에 특화된 거대 제작사가 준비한 540억 대작 드라마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 김옥빈, 김의성, 박해준 등의 라인업을 봐도 충분히 기대를 해볼만 했다. 물론 출연진에 대한 호불호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대략적으로 문제가 없는 출연진들이다. 이상 조건들을 보면 성공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다.

 

결과적으로 <아스달 연대기>는 새로운 개척자를 자청했지만, 사실은 온갖 다양한 아이디어를 차용한 진부한 전개와 연출 외에는 없다. 연기자들의 연기 역시 그렇고 그런 모양새로 호평을 끌어내기에는 분명한 한계만 보여줄 뿐이었다. 과연 이들이 원톱 배우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로 말이다. 

 

국가가 세워지기 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아스달 연대기>는 시작 전부터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들과 비교가 되었다. 작가나 감독 역시 이를 몰랐을 리는 없다. 실제 방송된 내용을 보면 많은 이들의 지적이 뜬금없는 것이 아닌 충분한 근거를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이제 없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수없이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오리지널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세계관 자체가 수많은 것들을 조합한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재미있다면 재창조라는 립서비스도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계륵이 된 결정적 이유다. 

 

<아스달 연대기>를 새롭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을 수는 있다. 국내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그 새로움의 근거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가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시점에서 이 드라마는 국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의미다.

 

<넷플릭스>에 판매가 되었고, 향후 아시아에 판권을 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540억 투자비는 모두 회수할 것이다. tvN의 광고 단가가 현재 시점 지상파보다 높다는 점에서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후다.

 

기본적으로 김원석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김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기대치는 <아스달 연대기>를 통해 상당 부분 붕괴되었다. 전작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그게 더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다. 여기에 사극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영현, 박상연 작가에 대한 믿음 역시 무너졌다.

 

스스로 <아스달 연대기>에 큰 자부심을 내보이고, 자신들 필모그라피 역사상 최고의 작품처럼 이야기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자부심을 내비친 작품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이들에 대한 기대 역시 이제는 내려놔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정체 혹은 퇴보의 길을 걷고 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반복되는 상황들은 식상함 그 자체다. 일본 드라마가 폭망하던 시절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강력한 이야기의 힘이 드라마의 생명력이지만, 현재 드라마는 그저 스타만 앞세워 대충 만들어도 최소한의 시청률은 보장된다는 믿음으로 제작되고 있다.

 

스타들의 팬이 아니면 외면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 세상을 지배할 것 같던 일본 대중문화는 이제는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붕괴했다. 한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성공은 한류 문화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한류 확장 속도와 반비례하는 민망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드라마만 양산되는 것은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문제들이 쌓여 임계점이 다다르며 회복 불가능한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는 드라마 제작은 그래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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