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1. 07:45

무도 여드름 브레이크 통해 '도시빈민들의 애환'을 이야기하다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는 <돈을 갖고 튀어라>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했습니다.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사회를 보여준 전작에 이어 탈주범과 형사라는 컨셉트로 진행된 <여드름 브레이크>는 300만원을 둘러싼 쫓는자와 쫓기는자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잘 그려냈습니다.

1. 일단 튀어라

네티즌들에 의해 죄수로 지목된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전진은 죄수복을 입은채 도주를 시작합니다. 박명수의 여드름난 등에 힌트가 적힌 그림과 숫자만을 던져준채 시작된 그들의 도주는 전진의 의외의 센스로 쉽게 목적지를 찾게 됩니다. 남산시민아파트에 단서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된 그들은 그곳을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한편 형사역에 잘 어울린다는 유재석과 정형돈은 서울 형사와 시골형사의 컨셉트로 도망간 범인을 추적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아무런 단서없이 그저 그들을 잡아야만 하는 뭔지 모자란 그들은 머리쓰지말고 손과 발로 움직이자는 정형돈의 이야기에 따라 그들 역시 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300만원을 둘러싸고 길이 던져주는 힌트를 가지고 본격적인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시민아파트를 거쳐 연예인아파트로 향하는 그들은 서로의 목적에 의해 편이 갈리기 시작합니다. 차 키를 가진 전진과 함께 한 정준하와 돈을 가진 박명수와 함께 한 노홍철은 그들만의 캐릭터에 맞는 활약을 펼쳐냈지요.

아무런 단서없이 그들은 쫓아야만 하는 형사역의 유재석과 정형돈은 과학수사를 한다고 지문채취를 하는등 야단법석을 떨지만 결국 녹화된 카메라를 돌려보는 것으로 그들의 그럴듯한 과학수사는 종결되었습니다.

죄수들은 길을 통해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고 형사들은 그들이 방문한 공간에서 녹화된 테잎을 보며 그들을 쫓아갑니다. 그리고 준비된 차량에서 그들은 결정적인 추적장치가 있음을 확인하고 쾌재를 부릅니다. 더욱 연예인아파트에 대한 서로 다른 검색결과로 인해 방향이 틀어지는 넌센스가 벌어지게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더욱 스릴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돈가방이 숨겨져있다는 마지막 장소인 오쇠삼거리의 우물로 향합니다. 한장의 사진속 건물이 사라진 현장에 모인 그들과 그들을 추적하는 형사들 과연 다음주에 결론은 어떻게 날까요?

2. 패러디를 통해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내다

이번 <여드름 브레이크>는 기본적으로 <프리즌 브레이크>를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무도는 패러디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던져주는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만큼 패러디를 하고자 하는 대상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적절하게 믹스시켜 새로운 웃음으로 재가공하는 능력은 무도가 기존의 버라이어티에서 행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내는데 혁혁한 공헌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보여준 배신과 음모 그리고 긴박한 스릴등은 이번 <여드름 브레이크>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명확하게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나뉘었다는 것일 듯 합니다. 그러나 당시와 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박명수와 배신을 일삼는 노홍철의 모습은 과거를 재확인하며 업그레이드된 배신과 음모의 재미를 던져주었습니다.
무도내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그들의 성격들은 이런 리얼드라마에서 더욱 강력하게 드러나는 듯 합니다. 박명수의 의외의 영특함과 과감성 그러나 항상 뭔가 모자란 모습,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영악함을 보이는 노홍철. 함께 있으면 방송분량을 얻어내기 힘든 정준하와 우왕좌왕하며 사건 해결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전진. 똑똑한 듯 하지만 여전히 모자란 그래서 더욱 정감어린 유재석과 캐릭터에 몰두하지만 이내 식상함을 던져주는 정형돈의 모습은 이번 <여드름 브레이크>에서도 잘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들이나 시청자들에게나 익숙해져가는 패러디를 통해 새로운 전형의 재생산은 이젠 무도이기에 가능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더불어 모든 결과를 뒤집을 수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길의 등장은 기존의 결과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있도록 해줌으로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변별성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3. 도시 빈민들에 대한 김태호식의 시대정신

매번 무도에서 보여지는 사회비판은 이번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들이 꼭 찾아가야만 하는 장소들은 하나같이 허름하고 사라져버린 공간입니다. 그 허름한 공간도 조만간 철거되어야할 입장에 놓인 도심속의 폐허와 같은 버려진 공간입니다. 남산 시민아파트나 동대문아파트(연예인 아파트)등이 그렇고 우물이 있다는 오쇠동의 사라져버린 사진속의 집이 그렇습니다. 그 사진속의 장소는 강제 철거를 당해 이제는 찾을 수없는 과거의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그들이 강제 철거를 당하며 받았던 이주비는 겨우 3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찾아 헤메이는 돈 300만원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며 받은 도시 빈민들의 이주자금이었습니다. 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도 '이주길'이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게임의 규칙과 힌트를 제공하는 인물이면서도 뭔가 알 수없는 모종의 계략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김PD는 이번주에는 웃음속에 도시철거민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시를 리빌딩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막을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공간에서 삶의 터전을 세웠었던 서민들의 미래일 것입니다. 올초 용산철거민들의 학살을 보며 많은 이들은 분노했습니다. 왜 그들이 그렇게 죽어가야만 하는지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말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2년 11월 25일 강제철거지인 오쇠동에서 4남매가 화재로 숨지는 사건(관련기사 전체읽기)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철거용역들의 방화들이 이어졌다고 하니 철거 방화로 인해 사망사고는 용산이 처음이 아니었음을 상기할 수있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PD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잊혀져버린 그리고 굳이 기억하려하지 않는 도시빈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기억해내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시킴으로서 다시 한번 도시빈민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있기를 바라는 듯 합니다. 시청자들에게 아픔을 웃음으로 병치시켜 역설의 미학으로 풀어내는 능력은 가히 수준급이었습니다.

단순한 웃음만이 아닌 사회문제를 그들은 거론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딱딱해서 보지 않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익숙하게 볼 수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현실속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있는 버라이어티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있고 용기있는 행동이 아닐 수없습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사회적 문제를 웃음이라는 코드속에 적절하게 버물려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다시 한번 고민할 수있도록 만들어내는 그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에 끝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무한도전은 여전히 대한민국 버라이어티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MB정권은 이젠 PD수첩을 넘어 무한도전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점점 노골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사회문제를 극적으로 담아내는 무한도전이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사회정의, 방송의 공익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그들을 많은 팬들은 끝까지 응원할 것입니다. 

- 부천시 오쇠동 세입자 대책요구 성명

- 방송캡쳐한 마이데일리, 조이뉴스 24 사진인용, 오마이뉴스 사진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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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6
  1. 무도팬 2009.06.21 08:27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글 잘봤습니다!

    정치버라이어티는 이런식으로 가야할텐데요.. 퀴즈프린스 형태가 아닌.....

    아 그리고 '이주길'은 이주일선생님의 패러디도 될듯 합니다. 남산시민아파트에 이주일선생님이

    사셨잖아요.(그래서 동대문아파트가 연예인아프트가 된거라능..) 길의 머리스타일도 이주일 선생

    님의 그것과 흡사했고요 ㅋㅋ.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1 09:0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MB정권을 위한 쇼는 이제 막을 내렸다죠. 다른 방송을 하는거 같던데..뭐 그 쇼를 위한 방송이었으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길의 닉네임은 여러 의미로 활용 가능할 듯 합니다.

      무도팬님 말씀처럼 故이주일 선생에 대한 애정을 담을 측면도 있지요. 분장이 무척이나 엽기적이기는 했지만 나름 어울리더군요.^^;;

      남산이 아닌 동대문 아파트에 사셨다죠. 참 재미있고 즐거운 무도였습니다.^^

  2. df 2009.06.21 08:50 address edit & del reply

    http://www.sportsseoul.com/news2/entertain/hotentertain/2009/0621/20090621101040100000000_7122261339.html

    --
    역시 무한도전이네요 ...
    오늘 기사뜬 것 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1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링크거신 기사보니 그 부분에 초첨을 맞춰 썼네요.^^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들이 하고 있었을 듯 합니다. 도시 빈민과 철거민들에 대한 고민들이 묻어나고 그런 의미들을 시청자들이 받아 다양한 논의의 장으로 불러내는 것이 아마도 팬들의 몫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다시 철거민들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할 수있도록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고 보여지네요^^;;

  3. Favicon of http://gdsop.tistory.com BlogIcon GDSOP 2009.06.21 09: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진짜 그런거였군요..pd님 대단하시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1 09:12 신고 address edit & del

      단순히 웃기기 위한 방송이 아닌 다양한 고민들속에 의미들을 심어 페이소스를 담아내는 노력들을 꾸준하게 해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도를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4. 스타폴 2009.06.21 10:00 address edit & del reply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꼭 이래야 한다는 법은 없겠지요. 하지만 전혀 무익하고 아니 오히려 해가

    되는 저질 프로그램이 넘치는 판국에 역시 김태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김태호 피디의 이런 제작의도는 꽤 여러번 있었죠. 그중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이 용궁특집

    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유추선을 배경으로 한 것도 사실은 새로 들어선 정권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을 조롱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더불어 박명수의 mc 선거도 마찬가지 의미이구요.

    여하튼 이제는 에픽수준을 넘어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무한도전을 보고 있자니

    무모한 도전 1회 때부터 계속 지켜본 시청자에 불과한 저 조차도 스스로 으쓱해지네요.

    오랜동안 같이해온 무한도전...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1 23:5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모두 동일하게 나아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도같은 프로그램이있다는 것이 즐거움이지요. 스타폴님이 말씀하셨던것처럼 다양한 메타포들을 깔고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무도가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것이고 유쾌! 상쾌! 통쾌!해지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저 역시 언제나 무도를 응원하고 건승할 수있도록 부지런히 챙겨보렵니다.^^;;

  5. Favicon of https://misterson.tistory.com BlogIcon 미손 2009.06.21 10: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어제 방송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방송이였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이런 깊은 뜻이 숨겨져있었군요...역시 김태호 PD의 능력은 환상적이라고 말할수밖에 없네요.....철거민의 아픔을 새겨낸 예능프로그램이라...............멋지네요.....이런 숨은 의미를 찾으신 님도 참 대단하세요...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1 23:59 신고 address edit & del

      미손님도 알고 계셨고 다른 분들도 많이 알고 계시고 파악했던 의미들이었다고 봅니다. 그래도김태호 피디 역시 많은 이들이 알아채고 소통하기를 바랬다고 보여지구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위해 항상 함께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6. Favicon of http://bidanhwa.tistory.com BlogIcon 꿈꾸는사람. 2009.06.21 11:1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이렇게까지 숨은 뜻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많은 걸 일깨워주는 진짜 방송이었습니다... 김태호 PD 대단한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2 00:00 신고 address edit & del

      꿈꾸는사람님 말씀처럼 대단한 김태호 피디이지요. 많은 고민이 없다면 나올 수없는 것이지요.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올곧은거 같아 무척이나 즐겁답니다.^^;;

  7. bb 2009.06.21 12:57 address edit & del reply

    미디어법이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가 무한도전이죠^^
    미디어법 통과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빤한데 그속에서 무한도전이 버텨낼지.
    아무리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지켜준다고 해도작심하고 달려드는 권력의 힘을 당해낼까요. 괜히 이렇게 계속 가다 검찰이 김태호 피디 이메일 공개하는 것 아닌지 걱정도 되고, 그렇지만 계속 이런 시대정신을 갖고 만들어주길 바라니... ㅎㅎ 어쩌다 좋아하는 예능프로 하나 보며 이런 걱정까지 해야하는 나라가 된건지 참.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22 00:02 신고 address edit & del

      비비님 말씀처럼 어쩌다 좋아하는 예능보면서도 이런 걱정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막가는 정권을 올바르게 바로세울 수있는 것은 역시 나약하다고 이야기하는 우리 서민들의 몫이겠지요.

      투쟁을 해야죠. 그들이 거리를 막아선다면 투표를 통해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명제가 성립될 수있을테니 말이지요.

  8. ho 2009.06.29 13:00 address edit & del reply

    최고였습니다. 이번 무한도전 " 여드름브레이크 " 편은....
    재미도 엄청 났을뿐더러..... 그 시사적인 측면까지 담아낸...
    pd님의 실력에....감탄을 보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09.06.30 08:3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참 멋진 피디이지요. 무엇을 어떤식으로 소통의 도구로 만들어내는지 아는 피디인듯 합니다.^^;;